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이끄는 대표단은 17일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대표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명한 미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이란 제재 내용과 이행 계획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의 동참을 요구할 계획이다.
▲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가운데)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16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는 아인혼 조정관에게 이란 원유 수입 감축 계획을 설명하면서 예외·유예 인정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받아들일 감축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지난해 기준 전체의 9.6%인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2010년의 8.3%까지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금수 조치가 미국의 국내법에 의한 일방적인 제재라는 점에서 정부가 급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국방수권법을 만들어 한국 등에 동참을 압박하는 것은 유엔(UN)의 이란 제재 결의안 이행 사항을 넘어서는 월권 행위이며 각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패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평화군축센터는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경우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게 된다"며 "또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값싼 이란 원유 수입 봉쇄는 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한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금수 조치의 명분이 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에 대해 "개발은 저지되어야 하고, 국제사회 핵확산을 막아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시키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정작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의 핵군축 및 핵폐기 노력 회피와 이중적인 핵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평화군축센터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인도의 핵무기 보유는 인정하고 핵협력까지 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채 핵개발을 하고 있는 이란을 제제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핵물질의 상업적 이용과 군사적 이용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핵에너지 개발을 줄이기보다 핵발전소의 안전만을 강조하는 국가들이 일부 국가의 핵개발만 문제삼는 것도 이율배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은 오는 28일 예정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이란 방문을 통해 규명되어야 한다"며 "이후 국제사회의 논의와 합의 수준에 따라 대응해도 늦지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미국의 이란 제재 강요에 정부가 굴복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도 17일 오전 외교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이번 금수 조치의 명분이 된 IAEA 대이란 보고서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에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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