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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vs 한미일' 단순 신냉전 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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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vs 한미일' 단순 신냉전 구도 아니다"

"전략적 이해관계 공유 차원일 뿐 확대 해석 말아야"

지난해 말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대화가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 6자회담 제개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및 김정은 후계체제라는 변수가 등장했지만 한반도의 안정을 도모하고 대화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관련국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한반도 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제재 일변도였던 한미일에 대항해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생존의 길을 찾아왔다. 이 때문에 대화 국면에 본격 진입해도 북중러 대(對) 한미일로 진영이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과거 냉전 시대의 세력 구도를 재현하는 듯한 양상이다.

하지만 냉전 질서 해체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 재개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관계 강화를 과거의 프리즘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최근 발간된 <통일과 평화> 3집 2호에 수록한 '북중러 3국 협력 실태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이라는 논문에서 대립적 관점으로만 양 진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박했다.

▲ 2002년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중러, 경제는 협력하지만 동맹 관계는 아니다"

서보혁 교수는 1990년대 냉랭했던 북중 및 북러 관계가 2000년대 들어 회복됐지만 그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먼저 북중, 북러 관계는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세 국가가 공통의 목표를 바탕으로 다자간 협력을 하는지 의문이 따른다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2010년 정상회담을 잇달아 개최하는 등 우의를 다지고 있지만 과거의 이념적 동질성 보다는 전략적 이해관계의 공유에 가깝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자국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주변국을 안정시키려는 중국과, 체제 안정 및 경제회복이 절실한 북한 사이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북러 관계 역시 비슷한 시기에 회복됐지만 그 수준은 북중 관계보다 낮은 실리적 협력단계에 그치고 있다.

201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후 중국을 거쳐 귀국했고, 3개월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등 3국간 정상 교류는 이어지고 있다. 또 북중러 순회관광 프로젝트와 철도 건설 사업 구상 등 구체적 경제협력 사례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다자간 협력이라기 보다는 '3가지 양자 협력의 합(合)'에 가깝다는 것이 서 교수의 주장이다.

또 경제협력과는 별개로 정치,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 관계를 보면 북-중-러가 과거의 동맹관계를 회복했다고 볼 수도 없다. 서 교수는 중국은 북한이 공격당하면 자동적으로 개입하는 '조중우호합작호조조약'(1961년 체결)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동개입' 조항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미국과 한국이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북한과 중국도 군사교류 협력 강화를 약속했지만 북한의 무기 판매 요구는 중국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경우에도 북한과 2002년 2월 맺은 '조러 신우호선린협력조약'에 '자동개입' 조항이 없으며 이후 정치·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군사적 협력은 취약한 편이다.

더불어 공식 핵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1994년 1차 핵위기 당시 북한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한 바 있고, 러시아는 최근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조치와 관련해 북한 지도부와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서 교수는 "북한과 중러가 동맹관계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은 중러가 동맹 형성의 1차적 이유인 공동의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며 "오히려 중러는 한국·미국과 경제협력은 물론 군사협력까지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냉전 시기 북한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중국·소련에 대한 '등거리 외교'를 전개해 왔다면, 탈 냉전 시기에 보여주는 북중, 북러 관계는 서로 상이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북중러-한미일, 꼭 갈등 구도만은 아냐"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북중러의 협력이 한미일 진영과 필연적으로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서 교수는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일이 대북제재를 취하는 과정에서 북-중-러와 군사적 긴장 및 외교적 갈등이 일시 조성됐었다"면서도 그러한 대립을 '신냉전'이라고 묘사하는 데는 의문을 제기했다.

서 교수는 탈냉전 이후 북중러, 한미일의 관계를 세 가지 시기로 구분했다. 첫째, 1990년대 냉전 해체 이후 북한은 관계가 틀어진 중국·러시아와 대립하는 대신 핵개발을 카드로 한미일과의 대화를 통해 고립 국면을 벗어나려고 했다. 현재의 북중러-한미일 구도와는 정반대다.

둘째, 제네바 합의 체결 이후 2000년대 들어 북한이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미국 정상과의 회담도 추진하는 등 6개국이 동시 협력을 추진하던 시기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천안함 사건 이후 북중러-한미일 대결구도가 빚어졌다.

이를 두고 서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냉전시대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불규칙적인 모습"이라며 "탈냉전기의 북중러-한미일 관계의 조합이 대단히 상황의존적이고 실리지향적임을 웅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또 지난해 북한이 남북회담과 북미대화에 각각 응하고 무조건적인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는 등 다시 대화 국면으로 들어선 점, 북러·중러간 군사협력 움직임이 각각 감지되는 점 등을 들면서 북중러 3자 사이에 협력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한미일 3자와 개별적으로 협력도 추구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또한 양 진영의 관계가 구조적이 아닌 유동적이라는 점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러한 관계를 감안했을 때 두 진영 사이의 관계를 한 가지 시점으로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북중러-한미일 간의 협력이 상호조화를 이루는 조건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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