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미국식 사고는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웃국가인 캐나다나 유럽 국가들보다 미국의 경제적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학계의 주된 논쟁거리였지만, 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이제 시민들까지 나서서 이를 적극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심지어 그동안 '1%'만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오던 미 공화당 의원들도 아메리칸 드림의 실종 현상에 대해 유권자들을 의식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 중 한명인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지난해 가을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저소득 계층의 숫자가 유럽에 비해 뒤쳐지는 현상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지 <내셔널 리뷰> 역시 다른 영미권 국가들이 미국보다 계층 이동성이 활발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미국 내 보수진영은 그동안 '기회의 평등'을 내세우며 빈부격차 논쟁을 '계급투쟁'과 같은 이념상의 문제로만 치부했지만, 신문은 빈부격차 자체가 아메리칸 드림을 가로막은 원인 중 하나가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도 대학 졸업장이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결국 부유층 자제들이 다시 고소득 가정을 이루는 구조적 연관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연 |
퓨 자선신탁(PCT)의 보고서에서도 미국에서 소득 상위 20% 가정의 자녀가 상위 40%에 머무는 비율은 62%였지만, 하위 20% 가정의 자녀 중 65%는 자라서도 하위 40%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문은 유럽과 미국이 문화와 인구 구성이 달라 비교가 힘들다는 주장을 감안해 비슷한 환경의 캐나다와 비교해 봐도 결과는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코라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캐나다에서 소득 하위 10% 가정의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 같은 수준에 머무는 비율은 16%지만 미국은 22%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캐나다 소득 상위 10% 가정의 자녀 중 18%가 같은 수준의 소득을 올리지만 미국은 26%로 더 많았다.
코라크 교수는 이러한 차이의 원인은 미국에서 성공하는데 '집안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유한 가정이 자녀들을 교육시키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하려고 애쓰는 반면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한 미국의 사회보장제도 속에서 미숙련 노동자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가 계층 이동성을 제약하고, 계층 이동성의 제약이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빈부격차와 계층 이동성 문제를 해결해야할 역할을 맡은 미 정치권에 쏠리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한다. 지난달 <뉴욕타임스>가 미국 상·하원의원 535명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백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고 보도한데 이어, 미 책임정치센터(CRP)가 운영하는 블로그 '오픈시크릿'은 극우 시민네크워크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 의원들의 재산이 다른 공화당 의원들보다 더 많다고 폭로했다.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티파티에 속한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평균 순자산은 2010년 기준 180만 달러로 전체 하원의원의 75만5000달러를 2배 이상 웃돌았다. 또 티파티 소속이 아닌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평균 순자산 77만4280달러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티파티 운동이 미국 중산층의 몰락을 지적하면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지지를 받는 의원이 '양극화의 승리자'라는 사실은 역설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들이 빈부격차를 초래한 현재 경제시스템에서 각종 투자와 사업으로 배를 불린 점을 감안하면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얼마나 적극적인 경제 개혁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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