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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패밀리 비즈니스?…'김일성 가문' 외에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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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패밀리 비즈니스?…'김일성 가문' 외에도 많아"

<AP>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미국 등 줄줄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권력을 제대로 승계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3대 세습이 북한에서 이뤄진 가운데, 전 세계에서 대를 이어 정치 권력을 지키고 있는 정치 가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P> 통신은 김정은이 '김씨 왕조'를 이어가는 방법에 대해 도움을 구한다면 '참고가 될 수 있는' 정치 세습의 사례를 소개했다.

<AP>는 몇몇 독재자들이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주려고 하는 만큼 민주제 국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친숙한 성(姓)을 가진 정치가 가문의 자제는 득표에 유리하며 정치 가문이 갖추어 놓은 배경과 자금원도 활용할 수 있다. 때로 그 '자제들'은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군중을 끌어 모으기 위한 '브랜드'에 머물며, 그 배후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세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선대 지도자가 사망했을 때 비통해 하는 자식들을 보며 국민들이 위안을 얻는 나라에서 이러한 일들은 자주 벌어진다.

▲ 23일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을 참배하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이 <조선중앙TV>에 소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정치 왕조'로 꼽히는 인도의 네루-간디 가문. 두 가문 출신의 정치인들은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64년 중 37년 동안이나 총리직을 차지했다. 거대한 인구만큼 민족도 다양한 인도에서 이 가문은 언어와 종교, 신분을 초월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는 몇 안 되는 정치 세력 중 하나라고 통신은 평했다.

독립 후 인도의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가 죽은 지 2년이 되지 않은 1966년 집권당은 네루의 딸 인디라 간디에게 총리를 맡겼다. 1984년 인디라 간디가 암살당한 뒤에는 아들인 라지브가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 역시 1991년 암살당했지만 부인 소냐 간디가 집권당 당수에 올라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으며 이제는 4대격인 라울 간디에게 권력을 물려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역사학자 라마찬드라 구하는 네루-간디 가문의 힘이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유권자들은 경제 발전과 같은 다른 이슈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울 간디는 자신의 부친이나 할머니, 증조부가 보여줬던 대중적 인기를 결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1986~92년 재임)의 아들 베니그노 아키노가 지난해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다시 가져왔다. 아로요 역시 전 대통령인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아로요의 딸이다.

<AP>는 필리핀이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에서 민주정치로 이행하는 시기에도 정치 가문들은 살아남아 번창해 왔다고 전했다. 필리핀에서 정치 지도자가 사망하면 자식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게 다반사였고, 정당의 힘이 취약한 상황에서 집권당이 다른 지도자를 선택하려고 하면 유력 정치 가문은 새로 창당을 해 기존 당을 고사시킨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통신은 김정은이 가장 참고할 만한 사례로 파키스탄을 들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의 딸 베나지르 부토는 1990년대 총리를 두 번 지냈고, 2007년 총선 유세 과정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그가 사망한 후 3일이 지나자 야당인 파키스탄 인민당(PPP)은 19세인 아들 빌라왈 자르다리를 새 당수로 선언했다.

당시 파키스탄 국영방송에 불편한 표정으로 출현한 그는 영국 옥스포드에서의 공부를 계속할 것이며 "내가 돌아오면 어머니가 원하던 대로 당을 이끌 것이라고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원래 성인 자르다리는 점점 '부토'로 더 자주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PPP가 2008년 선거에서 이기자 그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논의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신 부친 아스피 알리 자르다리(부토의 남편)가 대통령이 됐다.

이밖에도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딸 메가와티 수카르노가 2000년 대통령직에 오른 일, 콩고에서 로랑 카빌라 대통령이 2001년 암살당한 후 30살의 나이로 권력을 이어받은 조셉 카빌라 등이 김정은의 '참고 사례'로 꼽혔다.

한편, 권위주의 체제에서 자손에게 권력을 이양하려는 시도는 거센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집트에 불어닥친 아랍의 봄은 29년간 권력을 휘두른 호스니 무바라크가 아들 가말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한 게 주된 요인이었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역시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에게 권좌를 물려주려고 했지만 비참하게 죽었다. 2000년 부친으로부터 대통령 권력을 물려받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는 올해 민주화 시위대 5000명 이상을 사살했다.

정치 권력의 세습은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친 역시 대통령(조지 H.W. 부시)이었고, 할아버지는 상원의원이었다. 통신은 열거된 정치가들과 김정은의 차이는 '위대한 후계자', '하늘이 내린'과 같은 수식어가 붙지 않는 점 뿐이라고 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미국의 정치 가문에 대해 연구한 스테판 헤스는 정치가 '패밀리 비즈니스'가 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면서 "아버지가 빵을 만들었다면 자식도 빵을 구울 가능성이 많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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