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 58시간을 일하던 실업고 3학년 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진 가운데, 청소년의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2년 동안 계류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청소년 노동시간이 1일 7시간, 주 35시간이 초과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해 1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만 2년이 되도록 처리되지 못하고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5일제를 도입하면서 성인의 노동시간으로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반면에 청소년의 노동시간은 1일 7시간으로 규정됐지만, 주 4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청소년은 오히려 성인보다 1일 많은 주6일 근로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최 의원은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적 모순과 입법미비로 인해 청소년에게 과도한 노동시간을 규정하고 있다"며 "청소년의 근로 보호를 위해 이들의 노동시간을 1일 7시간, 주 35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또한 청소년들이 주로 일하는 4인 이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도록 해 휴일근무 및 초과근무 시 가산임금 보장, 사고 시 치료나 보상, 임금체불 등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법적인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적용대상을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해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일하는 4인 이하 사업장은 사각지대로 방치됐다.
아울러 연소근로자의 신고편의를 위해 학교, 시민단체 등을 근로조건 위반 신고기관으로 지정하고,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기관에 연소근로자 전담 근로감독관을 별도로 두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고교 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고가 일어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실습생들에게 정규직 근로자보다 기본급 기준으로 20% 낮은 임금을 주고, 주야 맞교대로 하루 평균 10시간, 격주 주말 특근 8시간을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청소년들이 1주일에 46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은 무조건 불법이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며 "고용노동부는 이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실시해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의원은 또 "이번 사건은 지난 정부 때 노동착취, 인권침해, 학습저해 등의 이유로 폐지됐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살아난 전문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제도가 낳은 비극"이라며 "교과부와 노동부는 고교 실습생 제도가 근로시간을 어겨 장시간 근로를 강요하는 등 편법 운영되고 있는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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