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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참여,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ACT!] 거듭되는 예산삭감, 시청자참여 프로는 위축

2010년 12월 8일 이른바 '4대강 예산'으로 불렸던 2011년 예산이 극렬한 몸싸움을 거쳐 10분 만에 통과됐다. 당시 함께 통과된 예산 중 하나가 바로 기존에 비해 10억 원이 삭감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이다. 2009년 30억6400만 원이었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은 2010년 25억 원으로 삭감되더니, 2011년 2009년의 절반 수준인 15억 원으로 삭감됐다. 3년 동안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 절반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시민사회 및 방송사, 제작자,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꾸준한 노력으로 성장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다.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에 따라 한국방송공사(KBS)는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며 (방송법 69조 7항), 종합유선방송(SO) 및 위성방송은 시청자가 자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의 방송을 요청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방송해야 한다. (방송법 70조 7항)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은 법으로 규정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조성된 예산으로 정규 편성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방영될 경우 방송사를 통해 시청자에게 일정한 방송채택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다.

방송채택료를 지원하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은 일정한 한계는 있지만, 시청자의 제작 동기를 유발하고 소규모 방송사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을 도모하는 등 그간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 결과 2005년부터 연간 2~3000여 편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평균 4~50개 방송사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1년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편수가 6편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이는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단순 제작 방영을 넘어 지역 내 제작자와 시민사회단체 및 연구자, 방송사가 결합한 형태의 운영 방식이나 제작자 네트워크에 대한 구상 등의 의미 있는 성과와 실험들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우려가 높았던 운영 초기에 비해 방송의 지역성과 다양성 확보, 시청자의 방송 참여, 소외계층의 방송접근권 향상 등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된 것은 주요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을 기반으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발전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그간 꾸준하게 문제제기 되어온 방송채택료 이외의 지원이나 지원 기간 확대 등의 과제를 우선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의 근간이 되어 온 제작 지원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9년 94.8%, 2010년 99.5% 라는 높은 예산 집행률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예산이 삭감된 것은 그 근거가 매우 불충분하며,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 자체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최은정

게다가 예산 삭감의 영향으로 신설된 방송사의 방송채택료 자부담 30% 규정이나 축소된 제작 지원 기간 등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과 운영을 크게 위축하고 있다.

그간 시청자에게 지급되는 방송채택료는 전액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지원되었다. 그러나 2011년 방송채택료의 30%를 방송사가 부담하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방송채택료의 70%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이 30%는 방송사가 지급하고 있다. 이는 제작 지원 예산이 절반 가까이 삭감된 상황에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 방송사나 제작 편수 등의 실적을 유지하고 삭감에 대한 직접적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온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방송사의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나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책임감 등을 고려하면 방송사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에 일정한 부담을 하는 것은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프로그램 운영 및 방송에 필요한 채택료 이외의 비용을 방송사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택료 부담까지 늘어나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방송사의 회의적인 태도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특히 여전히 많은 방송사가 방송채택료 지원 여부에 따라 프로그램 운영을 결정하는 등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의 상당 부분을 방송채택료에 의지하고 있고, 각 방송사별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대한 인식 및 운영의지의 편차가 큰 상황에서 이 같은 자부담 정책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폐지나 축소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실제로 2010년 총 62개의 방송사가 방송채택료 지원을 받아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2011년 48개로 줄었다. 이마저도 청취자참여프로그램 지원 신설로 기존에 없었던 7개 공동체라디오방송사가 포함된 수치로, 이를 제외하면 41개 방송사인 셈이다. 2010년 대비 21개 방송사가 줄었고 비율로는 33.9%, 2010년의 3분의 1 정도가 줄어든 것이다.

또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방송채택료 부담 때문에 아예 예산을 적게 신청하거나 작년에 비해 절반의 예산 지원을 받은 곳이 많았다. 이 때문에 방영 횟수를 월 4회에서 2회로 줄이거나 타 방송사와 프로그램을 공유해 재방송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2011년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폐지 및 축소가 가장 많은 곳이 타 방송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도시 종합유선방송이라는 점은 현 정책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은정

2011년 예산 삭감의 영향을 받은 또 다른 변화는 지원 기간의 축소다. 2009년 50주였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기간은 2010년 46주, 2011년 35주로 줄었다. 특히 2011년 지원 기간은 1년 중 3분의 2도 미치지 못한다. 지원 기간 확대는 그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부분으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이를 보다 확대하기는커녕 대폭 축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기간 동안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은 그간 방영된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청자에게 채택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기존보다 적은 채택료를 방송사 자부담으로 지급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방송사는 아예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거나 편성 주기와 분량을 임의로 조정해 형식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겨울에 제작된 프로그램을 지원이 이뤄지는 봄에 방영하는 웃지 못 할 사례도 있다.

이 같은 기형적 편성은 시청자 제작자의 의욕과 동기를 저하시키고 방송사의 프로그램 운영 부담감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곧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과 방영 자체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무엇보다 시청자와의 소통이 우선해야 할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연속적이고 정기적인 편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지원 기간 축소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으며, 현재 KBS <열린 채널>을 연중 연속 지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원 기간은 근거가 불충분하다.

2011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기금운영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는 "시청자 참여 기회를 제한할 수 있는 사업비 감액이 부적절"하다고 지적된 바 있다. 또 "대폭적인 감액은 위원회 책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방송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증액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가볍게 묵살했다.

올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2012년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은 1억 5,000만 원이 삭감된 13억 5,000만 원이다. 게다가 이는 기존에 없었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아카이브 구축비 3,000만 원이 포함된 예산으로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22%가 삭감된 13억 2,000만 원인 셈이다. 이는 2009년 예산의 43%이며,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 초기인 2002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예산이다.

이 같은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지난 6월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와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삭감 근거와 지원 계획'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예산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방송사와 정부 간 매칭 방식으로 변경하여 지원하는 등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의 확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을 뿐이다.

한미FTA 정국으로 냉각기를 맞이한 국회에서 삭감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의 증액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예산 삭감으로 인한 우려는 올 한 해 현실화되었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방송사 자부담 정책이나 지원 기간 축소는 제도적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2012년 또 얼마나 많은 방송사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을 포기하거나 축소할 지, 또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제작을 망설일 지 알 수 없다. 정책적인 퇴보가 그간 쌓아온 소중한 성과를 무색하게 만드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방송 참여를 통해 방송의 다양성과 지역성을 확보하고 소외계층의 방송접근권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무엇보다 쌍방향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는 요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방송의 공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척도이다. 그러나 지원 예산 삭감과 그로 인한 정책적 퇴보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으며 결국 형식적으로 명맥만 유지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이라도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 삭감을 철회하고 그간 도출된 발전된 고민들을 끌어안아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의미를 살리고 활성화 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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