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와 산하기관에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 28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순차 전환하기로 했지만,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그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1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서울시의 비정규직 해법'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장(사회), 김성희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발제), 배기남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이하 토론), 이상원 한국노총비정규연대회의 의장, 현광훈 전국공공운수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 황철우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이 참여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줄었다, 단 간접 고용 빼고"
발제를 맡은 김성희 교수는 "서울시는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 가운데 2년 이상 일한 사람만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우선 고려하고 있다"며 "민간 위탁이 늘어나면서 공공부문 간접 고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서울시는 그 규모를 여전히 파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간접 고용 문제'가 빠진 비정규직 대책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그는 "2006년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이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그 수치에는 민간 위탁 비정규직과 공기업이 자회사 형태로 외주화한 인력은 빠져있었다"면서 "전체로 보면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2003년 31만 명에서 2006년 34만 명으로 오히려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무분별한 민간 위탁을 막기 위해서는 민간업체에 위탁해야 할 일과 공공기관이 직접 수행해야 할 일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김 교수는 "정부는 기관 업무를 '핵심업무'와 '주변업무'로 구분해 주변업무에 대해서는 외주화를 허용했다"며 "그러나 핵심업무라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면 아웃소싱 대상에 폭넓게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바꾸어 보면 그동안 공공기관이 직접 수행해야 할 핵심적인 업무나 상시적인 업무를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았던 셈이다. 김 교수는 "비정규법이 2년 이상 기간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도' 있는 정도의 해법에 머무는 데 반해, 차별 개선의 대상을 간접 고용까지 확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무기계약직은 중(中)규직?
지방자치단체가 간접 고용을 직접 고용이나 준공영 형태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서울 성북구는 외주업체 소속 민원안내도우미 6명을 직접 고용하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켰다. 광주 광산구는 복지관 전체를 준공영제로 바꾸고 공공성을 강화했다. 서울 노원구는 시설 경비 청소 노동자 등 28명에 대해 위탁 방식에서 공영제로 돌렸다.
그러나 지자체의 해법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새로운 신분이 만들어졌다는 우려도 있었다. 김 교수는 "무기계약직은 고용조건을 (정규직과 동등하게) 개선하지 않고 고용만 보장한다"면서 "여전히 비정규법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틀"이라고 말했다.
무기계약직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 그는 "동일한 직급과 임금체계를 마련하거나, 기간제와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임금체계를 마련하고 공무원인 정규직과 격차를 줄이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기간 제한에 의해 사후적으로 정규직화를 결정하기보다는, 사전에 비정규직을 쓰는 사유를 제한해야 한다"면서 "직접 고용 인건비 중심의 총액인건비제, 간접 고용을 촉진하는 공공부문 경영평가제와 같은 관리 기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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