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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경쟁으로 질 높인다더니 결국 '하향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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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경쟁으로 질 높인다더니 결국 '하향 평준화'

[기자의 눈] "강호동 팔아먹는 특종…쪽팔려서 못 보겠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지켜본 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으나, 대체로 "구리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한 마디로 "일등신문이라더니, 왜 이렇게 구리냐"는 것이고 "논조고 뭐고 떠나서, 일단 구려서 못 보겠다"는 얘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타임라인을 메우는 종편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부 그렇고, 지인들의 반응이 그러하며, 심지어 종편매체가 소속된 전통매체(일간지, 잡지) 기자들의 반응도 대동소이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재용, 서현 남매는 이번에 승진 대상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말이 중요뉴스로 분류돼 나간 것을 조롱하는 '짤방', 전설로 남을 듯한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는 애교로 봐주자. 첫날 속출한 방송사고는 경험 미숙과 준비 부족으로 넘어가자.

노골적으로 말해 스튜디오의 수준은 연예/오락채널만도 못했고, 소개된 드라마·시트콤이 공중파는 고사하고 관련 전문채널의 인기를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로 보인다. 개그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KBS <개그콘서트>의 아성은 SBS와 MBC의 개그프로그램마저 고사시킬 지경이다.

학계가 예측한 종편 예상시청률이 처참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미 답이 어느 정도 나온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광고주협회와 케이블티브이협회의 공동의뢰로 단국대 박현수 교수 팀이 지난 10월 조사·발표한 '광고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 종편의 광고 시청률 예상치는 0.57%로, 지상파(2.2%)의 25%에 불과하다. 심지어 종편은 아직 일주일치 편성표조차 내놓지 못할 정도로 제대로 된 콘텐츠도 확보하지 못했다.

뉴스의 질 역시 마찬가지다. YTN이 버티고 있는데다 <연합뉴스>마저 보도전문채널을 꾸린 것을 감안하면, 종편 4사의 뉴스는 선정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선언한 강호동을 재소환하는 '특종' 행렬이 다시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어 보인다.

▲이거야 말로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TV조선 화면 캡처.

이러니 종편을 보유한 해당 언론사 기자들에게서도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한 종편 채널을 보유한 언론그룹의 기자는 "어제 우리 종편을 보니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 케이블TV, 지역 공중파만도 못한 세트를 가져다 놓고 방송하는데, 출연하는 연예인의 질도 한숨밖에 안 나온다. 솔직히 쪽팔린다"고 토로했다.

이런 반응은 언론업계에서는 진작에 파다하게 퍼졌다. "한 종편의 전략은 '안 쓰고 안 죽기'라더라." "어느 종편은 3년을 못 버틸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돈다." "회사 내 신문과 종편 보도국 간 갈등이 위험 수위다."

더 한심한 문제는 여기에 있다. 종편 4사는 공통적으로 "무한경쟁이 국가 경쟁력을 키운다"는 신자유주의 이론을 그간 강력히 설파해 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보도 태도가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을 보면, 오히려 '시장 망한다'는 우려를 낳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던 종편의 등장은 방송계의 쓴웃음을 낳고 있다. 건전한 경쟁이 우리 방송 콘텐츠의 한류 바람을 더 일으킬 것이라던 방송통신위원회의 호언장담과 달리, 오히려 하향 평준화만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종편을 둘러싼 논란마저 저열한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아, 이들의 경쟁체제 출발은 '건전'하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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