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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리나라에도 유기농 사과가 있구나!

[안병권의 고향보따리]<31> 경북 영덕 이병두 유기농 사과

썩지 않고 말라만 가는 사과가 있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썩지 않고 바짝 말라만 간다. 자기 생명력이 강한 존재일수록 항산화 작용이 강해서 오래 살아남는다. 사과가 갈변이 일어나고 부패가 되는것은 사과가 산소를 만나 산화되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쇳덩어리가 녹이 스는 것도 산화이다. 인체의 노화 현상도 활성 산소와의 결합으로 발생하는 물리화학적 기전 산화과정의 하나이다.

보통의 사과는 잘라놓으면 얼마 안가서 갈변현상이 나타나고, 작은 상처 등을 통하여 곰팡이가 피고 곧바로 부패가 시작되는데 이 사과는 말라만 간다. 말라가는 사과는 껍질과 자른표면은 경질화되고 말라가며 쪼글거리지만 속살은 여전히 최선을 다해 오랜동안 생과상태를 유지한다. 몸속의 수분은 밖으로 내어주지만 나머지는 옹골차게 지켜낸다. 다 그가 행하는 생명짓이다. 왜 일까?

화학 비료와 농약, 성장 호르몬이나 착색제 같은 화학 물질의 힘을 이용해 재배한 사과는 과육의 세포간 간극도넓고, 살이 무르게 된다. 반면에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사과에는 무엇보다 대자연의 기운과 나무의 생명이 서로 경합하고 협조한 흔적이 역력하다. 야물고 단단하고 본래의 맛과 향이 자연스러워진다. 또 사과의 몸속에 넣어준 항산화 물질이 훨씬 더 많다. 따라서 스스로 지켜내는 생명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가 환경친화적인 먹거리를 섭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1월 하순 접어들 무렵 방문한 강산농장 책상 한 켠에서 잘라 놓은지 30일을 경과한 쪼글쪼글 마른 사과를 보았고, 그로부터 다시 30일이 더 지난 상태를 사진으로 확인했다.
▲ 2010.12.30일자 상태(60일 경과), 난 이 기묘한 사과의 모습에 적잖게 놀랐다. 두달이 지나자 속살은 거의 대부분 말랐다. ⓒ안병권

▲ (좌)2010.11.30일자 상태(30일경과), (우)2010년 11월 1일(맨 처음) 당도 측정하고 잘라놓은 상태 ⓒ안병권

우리나라에도 유기농사과가 있었구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재배인증을 받은 사과가 경북 영덕에 살고 있었다.
내가 유기농산물 유통일을 20년간 해오면서 가장 많이 거래하고, 고민하고 연구한 품목중의 하나가 사과다. 또한 그에 관련한 에피소드도 다양해서 관련 데이터를 내 PC에서 열어보면 목록으로만 봐도 하나 가득이다. 그 세월동안 머릿속에 뚜렷이 각인된 '전제'가 하나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과 농사는 절대 무농약이나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계에는 수많은 생물종이 살아간다. 인간을 포함하여 동식물이 살고 벌레들이 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이 한치의 빈틈없이 원인과 결과를 서로 주고받으며 생명 짓을 다하며 살아간다.

요즘 구제역, 조류독감(AI)으로 온 나라가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가축들에게 전염되는 돌림병이다. 아무리 방역조치를 취한다해도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의 전염경로로 인해 뾰족한 대책이 없는 노릇이다. 육식을 비롯하여 필요 이상으로 선호하는 인간의 탐식(貪食)에 따른 밀식(密植)형 대량사육(재배)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각종 미생물에 의한 돌림병의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배작물 또한 마찬가지다.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나오지만 식물에도 돌림병이 돈다. 소나무 돌림병이 돌기도 하고, 소나무의 에이즈라 불리우는 재선충에 의한 피해도 심각하다. 이렇게 균으로, 바이러스로, 해충으로 인해 식물도 끊임없이 침탈을 당하고 생명을 빼앗기기도 하는 것이다. 야생에서의 식물들이야 저항성을 키워가며 대응하고 소멸해가도 존재의 의미를 다하는 것이지만,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밀식 재배되는 사과나 배, 복숭아 같은 과수들은 약제나 비료 같은 화학물질을 인위적으로 투여하지 않으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없는 환경조건이 되고 말았다.

특히 2차세계대전 이후 고독성 화학물질이 '약(農藥)'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관행농법은 대세를 이루었다. 단기간에 높은 소출이 가능해지자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환상에 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깨어나고 보니 그것은 또 하나의 재앙이었다. 환경오염으로 생태계의 밸런스가 무너져 버린것이다.

시설(하우스)안에서 재배하는 것도 아니고 개방된 생태계인 노지(露地)에서 이루어지는 사과 과수원의 생태계를 부석, 포항, 청송, 충주, 문경, 무주, 의성지역의 농민들과 거래하면서 오랫동안 살피고 이야기 나누었다. 그 결과 "그래! 우리나라에서 사과농사는 저농약재배가 최선일수 밖에 없구나!"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예전의 사과농사는 농약으로 시작해서 농약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5번을 쳤네" "20번을 쳤네" 하는 일상다반사로 이루어지던 병해충 방제작업은 곧 농약살포를 의미했다. 거기다가 성장을 촉진하거나 착색을 유도하는 호르몬제 살포 또한 중요한 일이었으니 참 오랫동안 우리는 '길러낸 사과'를 먹은게 아니라 '만들어진 사과'를 먹어온 셈이다.

하지만 농약의 폐해가 극심하게 늘어나자 소비자들은 안전한 사과를 원하게 된다. 농민들의 재배기술도 향상되어 환경친화적인 방식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땅심을 키우고 농약살포횟수도 7~8번 정도로 줄이고, 다양한 관리체계가 도입되면서 농민들은 각자의 노하우로 달고 맛있는 사과를 이전보다 안전하게 생산해낼 수 있었다.

저농약재배를 하면서 이웃관행농장과의 거리, 바람의 향방, 물의 오염도 등을 긴장하면서 살피고 어루만지며 애지중지했던 사과농부들과의 추억 또한 새롭다. 또 작물의 본성을 헤아리고, 나름의 평생농사 노하우와 다양한 재배기술로 무궁무진한 사과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농부들도 많이 만났다. 딱 거기까지가 내가 사과농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마지막 버전이었다.

그 시점에서 나는 유통의 현업에서 빠져 나와 이야기농업 일을 3년째 하고 있다. 그러기에 단호하게 말라만 가는 모습의 '영적(靈的)인 존재'로 내 앞에 나타나 스스로 '자연산 미이라'가 되어가는 '유기농 사과'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유기농 사과 농장의 한해살이
▲ 농장의 겨울 ⓒ안병권

겨울은 대지의 휴식기이다. 봄, 여름, 가을 내내 에너지를 내뿜어 사과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풀을 키워냈던 고단함을 내려놓고 한동안의 꿀맛 같은 휴식의 시공간이다.

과수농사는 1년농사 아닌게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인마트나 백화점에 빨간 사과가 진열되면 아 사과의 계절이 돌아왔구나! 다분히 감상적으로 느끼지만 농부의 입장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1월초 만생종 사과수확이 끝나면 한시름 덜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 한겨울

▲ 몇 개월 동안 각종 부재료를 미생물로 발효 숙성 시켜 만든 퇴비를 12월 과수원에 뿌리는 작업. 한겨울인데 퇴비는 뜨근뜨근 김을 내뿜는다. 잘 만든 퇴비는 보약중의 보약이다. ⓒ안병권

퇴비가 주는 의미는 세가지다.

첫째는 토양구조 개선이다. 토양의 이화학성을 개선하여 포근포근하고 공기구멍이 충분한 토양으로 만들어 연작장해와 토양산성화를 방지하여 농작물이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둘째는 병충해의 억제역할을 한다. 토양에 서식하는 유효미생물의 증가로 병원성(病原性) 미생물을 억제하여 농작물의 병해를 예방하고, 지렁이 등 다양한 미소생물이 증가하여 토양을 갈고 영양을 공급하는 등 토양환경을 최적화 시킨다.

셋째는 양질의 영양공급원이다. 다양한 성분의 영양분을 지속적,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농작물의 맛과 영양이 풍부해 진다.

● 2~3월

사과 나무 전정작업을 하고 봄작업을 준비한다.
▲ 남은 잔설이 대지를 덮고 있어도 새싹은 벌써 봄맞이를 하나보다. 군데 군데 새싹이 파랗다, 이제 날씨가 풀린다 하는데 잠깐이면 대지가 온통 파랗게 되겠지. 유기사과 나무아래 청보리, 호밀 잡초 이렇게 어우러져 커 올라오면 이게 전부다 유기사과 나무에게 거름이 되는걸…. ⓒ안병권

사람들은 사과는 안 키우고 풀만 키운다 하겠지. 미침사람 취급 받으며 생활한 어언 10년 (저농약 5년, 무농약 3년, 유기재배 2년), 금년은 효과가 날테니 두고 보라지, 땅이 살아야 자연 나무도 살고, 그 땅에서 자라는 유기사과도 기능성이 있고 사과 본래의 맛, 향, 모든게 제대로 될 테니 기대해 주세요. 금년 수확 철에는 정말 맛있는 제대로 된 사과를 드릴께요.

<이병두 영농일기>중에서

● 3월 하순

▲ 석회유황합제 만드는 일과 살포작업을 한다. 월동병균과 해충 퇴치 목적이다. "이틀에 걸쳐서 살포를 끝내고 나니 전 밭에서 생기가 돋아 나는거 같고 유기사과 나무가 주인님 고맙습니다, 하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안병권

2년 후 한해동안 사용할 양을 미리 제조하여 숙성에 들어간다. 숙성은 장해를 제거하고 약효가 배가되게 하는 과정이다. 생유황을 사람이 먹으면 해가 되지만 오리에 먹여 사육하면 사람에게 이로운 기능성이 추가된다. 석회 유황입제를 농장에서 제조하여 바로 잎에 뿌리면 잎이 타 들어가서 안 된다. 최소 2년 이상 숙성을 시켜서 사용하면 장해요인이 없어지고 균과 해충 퇴치에 효과를 낸다. 유기농 작업의 기본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스스로 만들어 쓰는 원자재도 보통 1~ 2년 이상 숙성을 시켜야 하는 일이다. 관행농법의 개념에서는 불필요한 일이다.

● 4월초 : 교미 교란제 걸고, 기계유제(식물성 오일 자가제조) 살포

콩기름, 채종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물에 섞이기 쉽도록 유화작업을 하여 사과나무에 뿌린다. 해충의 몸에 부착이 되면 기름기로 인해 숨구멍이 막혀 해충이 질식하여 죽게 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 5월 : 꽃 만개 2일 후, 3일 후, 5일 후 적화 및 적과, 살균을 목적으로 석회유황합제를 살포한다.

● 6월 : 자가제조한 보르도액 살포
▲ 사과나무의 반점낙엽병 걸린 잎 ⓒ안병권

연중 4회 정도 사용할 석회보르도액 원액을 제조하여 살포하고 나머지는 보관한다.
보르도액은 사진처럼 반점낙엽병, 갈반병을 예방하는데 쓴다. 잎이 노랗게 말라 들어가면 광합성작용을 못하게 될 뿐 아니라 결국 잎이 떨어져버려 과육의 생장과 발달에 지장을 초래한다. 잎이 일찍 떨어져 버리면 당도와 색깔 등에 현저한 장애를 초래한다.

● 7월

▲ 유기사과 강산농장에서는 녹비작물 호밀이 사과나무 중턱까지 자라난다. 이젠 호밀 꽃이 졌으니 베어 눕혀서 유기질 공급원으로 활용한다. 호밀, 헤어리베치등을 풀베기하여 나무 밑에 깔아 덥는다. 풀로써 풀을 다스리는 방법이다(1차 제초작업) ⓒ안병권

▲ 해충이 기승을 부려 해충 유인주를 병에 담아 나무에 달고 비상조치를 한다. ⓒ안병권

● 7월초순~ 8월초 : 석회보르도액 살포_ 부패병, 탄저병, 갈반병 예방

● 8월 중순 ~10월 초 : 복숭아순 나방, 심식나방을 퇴치목적으로 자가제조한 기계유제(콩기름이나 채종유 같은 식물성오일을 물에 섞이기 쉽게 유화시킨 것) 및 한방약 수차례 살포

해충의 발생밀도 조사 후에 바닷물과 혼합하여 살포. 식물성 오일은 해충들의 몸에 묻으면 호흡을 못하게 숨구멍을 막아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

● 9월 중순

▲ 잡초 풀베기 제 나무 밑에 눕히기 작업(2차 제초작업) ⓒ안병권

9월에는 잡초풀베기 작업이외에 '적엽작업'과 '과일돌리기'를 해야한다.

적엽은 사과에 붙어 자라나는 나무 잎을 떼어내는 작업으로 햇빛을 막는 잎을 따서 골고루 햇빛을 받도록 만드는 일이고, 과일 돌리기는 사과를 돌려서 햇빛을 받지 않은 쪽도 햇볕을 받도록 하는 일이다.

관행농사에서는 착색제를 쓰고 성장호르몬을 사용하지만 유기농 사과는 일일히 사람의 손으로 도와주어 나무 스스로 그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 유기농사과 재배는 함부로 자재를 투입 할수 없는 자연농법이다. 힘들어도 생선 아미노산을 자가제조하여 액비로 투입한다. 2008년에 제조한 청어로 만든 아미노산의 향긋한 젓갈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옷에는 젓갈냄새가 며칠을 두고 진동을 해도 유기사과 나무가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이 공급하고 소비자님들의 안전 먹거리를 공급하는 중책을 맡았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냄새가 나도 좋고 웃으면서 사용한다. ⓒ안병권

영덕 동해안에서 많이 나오는 생선 청어로 발효시켜 만드는 동물성 아미노산은 당해년도에 제조한 것은 물에 섞어서 액상으로 만들어 살포해주고, 2년 이상 숙성시킨 아미노산은 옆면시비로 영양공급하여 여러가지 효과를 자아내도록 한다. 아주 가물때에는 물과 배합하여 땅에다 뿌려주어 뿌리로 하여금 흡수하도록 한다. 사과의 잎과 줄기와 뿌리의 상태에 따라 시비한다. 사과나무의 요구에 아낌없이 도움을 주는것이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젓갈과 같은 원리와 역할이다. 맛있는 영양물질이다.
▲ 그 폭염도 이기고 가을과 함께 영글고 색이 곱게 들어가는 유기농 사과의 예쁜 모습에 매료된다. 굵어지고, 색깔나고, 이 모두를 자연에 맡기고 오직 순리에 따라 가는 순수유기농 사과의 자태이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조작되고 만들어진 느낌보다 사람과 함께 나무 스스로 맺은 건강한 생명의 몸짓이 느껴진다. ⓒ프레시안

● 11월초 수확작업

수확후 선별하여 자장창고에 입고후 판매시작
사과 이야기 만들기 작업

● 수확후
▲ 선별되어 분리 보관된다. 보르도액이 진하게 묻어있어 희뿌연 빛깔이지만 마른 헝겁으로 슥 문질러 닦으면 본래의 색이 드러난다. ⓒ안병권

▲ 유기농사과 쥬스와 포장상자의 모습 ⓒ안병권

살아온 일생
▲ 공부하는 농부, 세상과 이야기하는 농부, 유기농사과 생산자 이병두씨 ⓒ안병권

1940년 영덕 강구생인 이병두씨는 올해 만으로 칠순을 넘어간다. 1966년, 군 제대후 강구면에 소재한 양조회사에 입사하여 30년간 4개의 양조회사 경영을 맡아 일을 했다. 식품제조, 그것도 술을 만드는 회사이다 보니 매일 매식을 하고 한달 내내 술과 담배와 고기에 파묻혀 거래처 접대로 지냈다. 생활이 무절제함의 극치로 빠져들어 건강이 말이 아니게 나빠졌다. 안되겠다 싶어 1988년부터 담배도 끊고, 유기농 포도로 단식도 하며 망가진 몸과 마음을 추스렸다.

유기농 포도단식을 통해 유기농식품이 인체에 얼마나 중요하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학설 같은 엄연한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더 나아가 '나 혼자만의 것'으로 하기에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직접 유기농사과를 재배하여 도시민들에게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995년, 30년 직장생활을 접고 현재의 영덕 달산에 12,000평의 과수원을 꾸리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자유롭게 생활하며, 등산도 다니고 여행도 하고 사람답게 사노라 자부하며 사과농사를 시작했다.
저농약재배 5년, 무농약으로 3년, 유기재배로 3년을 경과하여 올해 4년째를 맞는다.

그렇게 10년이 넘어서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인생을 이 사회에 별 것 아닌 '노하우'를 내어놓고 가리라 굳은 마음을 먹는다.

그의 마음은 그가 만든 이야기에 잘 녹아난다.

눈 덮인 땅에도
봄은 다시 오고
제일먼저 풀님이 방긋이 돋아 나와요
풀님인들 얼마나 소중한데요

키 크고 여물 때
베어 눕혀 거름되면
유기사과 양식인걸
어느 하나 버릴 소냐
유기사과 양식 주랴

바쁘게 삽질하고
나무이발 잘하고
잘 다듬어서 시집장가 잘 보내죠

혹시나 나쁜 벌레 해로운 균
쫒아 내려 유황살포
노란 유황 옷 입고
뽐내는 자태 보소

사과 한 알 한 알에
서른 다섯 번 손길이 가야
예뻐지고 굵어져요
곱고 예쁘고 안전하고
이쁘게 키워서
우리고객님께 정성으로 공급할 때
마음으로 따뜻하게
고마움에 답한데요

우리손자 손녀가 먹어도
부끄럼 없는 유기사과
이것 말고 또 있으랴!

<유기농사과농장 강산농장 이병두>

▲ 과수원 한 켠에 상당히 큰 저수지가 있다. 그가 직접 판 농업용수로 쓰기 위한 물이다. ⓒ안병권

얼핏 바다에 떠있는 석유시추선 같이 물에 떠있는 펌프기가 보인다. 과학의 원리를 이용한 궁리가 보인다. 관을 묻어서 물을 퍼올리면 파이프가 지하 깊숙히 내려가는 바람에 수압이 떨어져서 효율이 안났다. 아예 저수지를 파고 물위에 뜨는 펌프모터를 설치하니까 비가 많이 와 수면이 높아지면 높아지는대로, 갈수기 비가 안내려 수면이 낮아지면 낮은대로 펌프가 따라 내려가고 올라온다. 그러면 거의 수면과 같은 높이에서 물을 퍼 올리는 효과가 나므로 아주 후련하게 물 관리가 가능하다.
▲ 유기농품질인증 표지판과 보르도액 입간판 ⓒ프레시안

영덕 강구 오포리 농장에서 영해 정보화활용센터까지 왕복50km가 넘는다. 이 멀다면 먼 길을 몇 년 동안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저녁 교육에 참석하여 정보화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야기농업연구소 까페에서 처음 그를 만났다. 유기농사과농장을 한다고 했다. 지난 시절 선입견에 빠져있던 나는 아마 은퇴해서 작은 면적(많아야 1,000평 정도)에서 소일거리로 농사짓고 운 좋게 인증을 받은 모양이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온통 사방이 관행농 사과농장이라 쉽지 않은 일인데…..?"라고는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 11월 영덕이야기농업학교 수강생 현장조사차 방문하고 난 딱 벌린 잎을 다물지 못했다. 면적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2,000평, 일반 관행농 사과로도 만만치 않은 면적인데 그는 너무나 분명하고 소신있게 유기농사과 농사를 짓고 있었다. 농장을 다 둘러보고 방안에 들어가서 바짝 말라가는 사과를 보고서야 아! 우리나라에서도 유기농사과가 상품으로 가능하구나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18개 사과농장이 유기농인증을 받은 상태인데, 그나마 상품으로 낼만한 농장은 5개 정도로 줄어든다. 그중에서 영덕 강산농장이 제일 규모가 크다.

이병두씨는 금년에는 기후의 이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다행히 나무들이 잘 견뎌주어서 소출을 보게됬다.

금년 목표가 당도는 16brix 이상, 크기는 400g이상, 경도는 단단하고 야물게로 잡았는데 고온 다습한 날씨로 크기가 작은게 많고 피해과가 많이 나와 걱정이다. 하지만 당도는 16brix를 넘어 18brix까지 나오는 녀석들도 있어서 기쁘다고 이야기한다.

또 유기사과는 수확량이 관행농에 비해 절대적으로 떨어지므로 가격을 2배정도에 출하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경영을 잘하고 기술을 개발하여 수확량이 많아지는대로 가격을 인하하여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 사과를 즐길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기농사과 강산농장을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같이 공부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저런 일련의 작업과정만으로 유기농이 가능한 것일까, 내가 들여다 보지 못한 면면은 얼마나 더 많을까 싶어서다. 유기농사과재배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만은 아닌듯하다.

대지와 사과나무, 이병두씨의 삶 이 세가지 요인이 서로 감응하면서 만들어 내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이 있을게 분명하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알알이 하나하나 '입으로 먹는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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