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잠정 노사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9일 대규모 경찰병력 투입으로 무산된 가운데,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배치된 경찰병력은 한진중공업 사측이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승수 무소속 의원은 9일 "오후 3시 45분 영도경찰서에 한진중공업 대표 명의로 '시설보호요청' 팩스가 송부됐고, 이에 따라 경찰은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는 사실을 경찰청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진중공업 노사 교섭팀은 '정리해고자 94명을 합의한 날부터 1년 안에 재고용한다'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이날 오전 10시 40분경에 체결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노조 총회를 통해 같은 날 오후 4시에 잠정 합의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총회를 위해 모이는 사이 대규모 경찰병력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있는 85호 크레인 밑에 배치됐고, 이 과정에서 해고자들과 경찰이 대치하면서 총회는 무산됐다.
85호 크레인에서 308일째 고공 농성하던 김진숙 지도위원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크레인 아래 경찰이 새까맣게 배치돼 있다"며 "이런 상항에서는 오늘 못 내려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11개월 만에 극적 타결을 앞둔 한진중공업 사태가 한진중공업 사측의 요청에 따른 '김진숙 지도위원 체포 문제'로 다시 미뤄진 셈이다.
조 의원은 "사측이 어떤 취지로 시설보호요청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태도는 사태 해결을 눈 앞에 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라며 "이재용 사장은 이 상황에 대해 사과해야 하며 경찰은 앞으로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라도 공권력 투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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