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AP> 통신이 이날 발표된 미국 인구통계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도한 이 조사 결과는 미국의 양극화가 세대별로 처한 경제 상황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새롭게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35세 이하 가구의 순자산보다 47배 많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지난 2005년 대비 2배 이상, 25년 전에 비해 5배 가까이 벌어진 수치다.
미국의 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도 이 통계를 분석했는데, 65세 이상 가구의 순자산 중간값은 17만494달러로 25년 전에 비해 42% 증가했다. 반면 35세 이하 가구의 순자산 중간값은 3662달러로 같은 기간 동안 무려 68% 감소해 충격을 던져줬다.
이러한 분석은 경기 침체의 충격이 고령 가구보다 젊은 세대에 더 큰 고통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예전보다 대학 진학 희망자가 늘어나면서 졸업 후 직장을 찾을 때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이들이 늘어났고, 부동산 거품이 터진 이후에는 주택담보대출금(모기지) 부담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고령층은 대부분 주택대출금을 다 갚았고, 저축과 투자 소득을 축적한 상태로 부담이 덜하다. 또 순자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 가치에서도 고령층은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기 전에 집을 구입한 경우가 많아 부동산 거품이 터진 후에도 오히려 가치가 증가했다. 그 결과 청년 가구층 중 순자산이 아예 없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한 비율이 25년 전보다 2배로 늘어난 37%를 기록한 반면, 고령층 가구 중 자산이 없거나 마이너스인 가구는 8%에 불과했다.
게다가 고령층 가구가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길어 저축을 할 여유가 많았지만, 빚에 눌려있는 청년층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9% 대의 실업률 속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1967년 이후 고령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청년층 가구의 4배에 달한다.
이번 통계는 현재 미 정부의 재정 감축 방향이 고령층을 위한 사회 안정망과 건강보험은 유지하면서 저소득 가정 학생의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나 빈곤 가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대규모로 삭감하려는 상황에서 나와 시사점을 던져준다.
현재 고령 가구의 소득 중 사회보장연금의 비율은 55%로 25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의 퇴직 연금은 물가 수준에 연동돼 안정적인 소득원이 된다. 하지만 청년층은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 때문에 예산 감축 방안을 논의하는 미 의회 초당위원회는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 지원 프로그램 감축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조지타운대의 해리 홀저 교수는 <AP>에 "은퇴자 지원과 그들의 건강보험에 쓰이는 막대한 재원 중 일부가 그들보다 더 심한 고통을 받는 계층에 재배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가난한 미국'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월가 시위대. ⓒ김지연 |
월가, 부시 때보다 오바마 시절에 돈 더 벌었다
'99%'를 표방하는 월가 시위대가 '1%'의 탐욕과 미국의 양극화를 비판하고 나선 이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민간연구소들이 소득 양극화 문제를 끊임 없이 지적한데 이어 지난달 26일 미 의회예산국(CBO)도 지난 수십년간 미국에서 '부익부 빈익빅' 현상이 가속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는 통계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관련기사: 美 의회조사국, "상위 20%가 소득 절반 차지" 양극화 공식 확인)
워렌 버핏과 같은 '슈퍼 부자'들까지 소득 불균형과 미국의 불합리한 조세 제도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이러한 양극화를 인정하는 조사가 나왔다. 7일 <AFP>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금융업 종사자 515명을 상대로 설문을 벌인 결과 양극화 현상이 너무 심하다는 응답이 75%에 이르렀다.
이 조사는 월가 시위에 동조해 일어난 '런던을 점령하라'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런던 세인트폴 성당이 운영하는 조사 기관에 의해 실시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금융 종사자의 연봉 윤리에 대한 이번 설문에서 금융인 대부분이 소득 양극화는 인정했다. 그러나 그들은 금융업에 종사하는 가장 큰 동기는 높은 연봉이며,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는 회사의 장기 성과에 의거해 주어진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월가의 수익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른 이들까지 금융인들의 주장에 얼마나 동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7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월가 대형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수익은 340억 달러로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7년 한 해 수익과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증권사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지금까지 2년 반 동안 830억 달러의 수익을 냈는데 이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했던 8년 간 벌어들인 770억 달러보다 더 많다. 또 월가 금융회사들의 지난해 평균 급여는 1년 전보다 16.1% 늘어난 36만1330달러로 다른 업종의 노동자보다 5배나 높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쏟아부은 구제금융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보다는 자기 배를 불리기에 바빴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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