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기획한 이번 행사에서는 독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송인 김미화-탁현민 교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윤태곤, 이명선 <프레시안> 기자, 조국 서울대 교수-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홍세화 <한겨레> 전 기획위원-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성공회대 교수밴드 숲트리오가 참여해 대담을 나눴다.
김미화 "<독립신문>이 친노좌파 용어 악의적으로 이용했다"
첫 대담에 나선 김미화 씨는 연예인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김 씨는 지난 3일 <독립신문>이 김 씨를 '친노좌파'라고 표현한 데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했고,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의 경제판인 '나는 꼽사리다'의 진행을 맡기로 결정한 바 있다.
<독립신문>과의 소송에 대해 김 씨는 "나는 '친노좌파'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한 게 아니라, 그 용어를 악의적으로 이용해서 개인을 반복적으로 매도하는 보도 행태를 바로잡아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기자협회에서 나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행사에서 사회자로 함께 해달라고 했다. 거기에 참여한 게 왜 죄가 되나? 왜 그것만 문제 삼아야 하는지가 이상했다"고 덧붙였다.
▲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와 방송인 김미화 씨. ⓒ프레시안(최형락) |
'나는 꼽사리다'의 진행을 맡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나는 코미디언이기 때문에 내 프로그램의 모토는 어려운 시사를 쉽게 하는 것"이라며 "'나는 꼽사리다'가 그렇게 나쁜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사나 경제 프로그램도 쉬우면서 재미있을 수 있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김 씨는 이어 "사실 다음 주에 '나는 꼽사리다' 팀과 만나기로 했다"며 "제발 내가 방송을 그만두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달라고 얘기하려 한다"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어준 "<나꼼수>의 가장 큰 콘텐츠는 쫄지 않는 태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최근 아이튠즈 팟캐스트 정치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의 지향과 우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김 총수는 "'나는 꼼수다'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꼼수'는 특정 주장이 아니라 어떤 주장도 가능하단 태도 자체를 선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하는 우리를 긴 시간 동안 쫄게 만들었다. 여기 안 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시대다"면서 "'그래서 나 꼼수'의 가장 큰 콘텐츠는 쫄지 않는 태도,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프레시안(최형락) |
지난달 29일 '나는 꼼수다' 콘서트에서 불거진 '눈 찢어진 아이' 발언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다. 김 총수는 "그 발언은 모든 종류의 취재요청을 사양하고 현장에서 비보도를 여러 차례 요청한 후 진행된 오프라인 팬클럽 행사에서 우연찮게 20여초 거론된 여담이었다"면서 "우리는 그 사안을 방송에서 다룰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이끈 주역이 20~30대 세대였다는 분석에 대해 김 총수는 "20-30대는 대체로 정치를 멀리 하는 게 쿨한 거라 여긴 세대다"면서 "그런데 각하 덕분에 생활 스트레스의 근간에 정치가 있고, 투표는 그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이며, 그래야 내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세대가 기존의 정치 문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그 미래는 책에 없다. '나꼼수'는 그 미래에 일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수는 "20년 가까이 수염과 머리를 자르지 않았으나, 정권이 교체되면 깎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조국 "연대하지 않으면 강원도 인제 꼴 난다"
이어 등장한 조국 서울대 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의 의미와 총선에서 야권 통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조국 교수는 "나는 개인적으로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좋아하지만 박원순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결심했다"며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 구도에서 민주당 이외의 세력이 힘을 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 조국 서울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조 교수는 "강원도 인제 선거는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의 표를 합하면 무조건 양쪽이 이기는 선거였다"면서 "민주노동당은 단독으로 승리할 수 없지만, 범야권의 당선을 방해할 수 있는 힘은 충분히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의 도움 없이는 단독으로 승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 총선에서도 서로 연대하고 통합하지 않으면 강원도 꼴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범야권이 집권한다고 해서 한국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87년 체제가 민주공화국이었다면 97년부터는 삼성공화국이었다"며 "야권이 집권해도 솔직히 단박에 삼성공화국을 없앨 수는 없지만, 조금씩 통제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노동법 개정,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독점 규제 등의 방안을 거론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이 의회 다수파가 되면 망사스타킹을 신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 조 교수는 "어떤 경우든 4월 총선에서 승리해서 (내가) 망사스타킹을 신을 날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세화 "반(反)MB 휘몰이를 경계한다"
범야권 통합을 강조한 조국 교수와는 달리, 홍세화 한겨레 전 기획위원은 무조건 반(反)MB 깃발 아래 모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홍세화 전 위원은 현재 언론계를 떠나 진보신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홍 전 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어떻게 대면하고 긴장할 것인지에 대해 진보정치의 몫이 있다"며 "그런데 진보정치가 뿌리내리려면 많은 시간과 중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하다. 진보신당이 한국에서 나름대로 가져야 하는 영향력, 전망,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화이부동이라는 말이 있다. 꼭 하나가 아니라도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어떤 원칙 아래 연합, 연대를 잘 하면 된다"며 "그런데 일단 다 하나로 모이라고 하면 (진보 정당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가치와 이념이 '반(反)MB 휘몰이'에 의해 휘둘리는 상황에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와 홍세화 한겨레 전 기획위원. ⓒ프레시안(최형락) |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진보신당 전 대표가 당을 떠난 것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드러냈다. 홍 전 위원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진보정당을 그렇게 떠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경악했고 충격받았다"면서 "(정치진영 간에) 역할 분담 판이 깨진 걸 보고 참담함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평당원의 심정을 간직하고 싶었지만,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면서 "지금은 진보신당이 동요하는 상황이지만, 진보정치의 10년 역사는 나에게 소중하다"며 진보신당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홍 전 위원은 김민웅 교수의 기타 반주에 맞춰 '알뜰한 당신'을 부르기도 했다.
신영복 "변방이 진정한 창조공간"
▲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신 교수는 "나도 오랫동안 변방(감방)에 있다가 나온 사람이고, 성공회대학교 또한 서울에서 지리적, 이념적으로 변방에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변방은 진정한 창조공간이 될 수 있다"면서도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성공회대학교의 교수 밴드인 '숲트리오'의 김창남 교수는 "음치를 예로 들자면, 음치가 음치인 걸 부끄러워하고 교정학원에 다니면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수천가지 음계 중 하나일 뿐 유일무이한 기준이 아닌데, 모두가 그 기준을 따라가면 발전이 없다"며 "당당하고 떳떳한 음치에 의해 기존 문화가 바뀌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콘서트에서는 가수 정태춘, 박은옥, 교수밴드 숲트리오, 인디밴드 제8극장 등이 공연을 했다. 신영복 교수와 숲트리오는 정태춘 씨와 함께 '떠나가는 배'를 불러 호응을 얻기도 했다.
▲ <프레시안> 창간 1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1000여명의 독자가 참석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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