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야당이 주도한 퇴진 요구 시위에 수만 명이 몰려들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피에르 루이기 베르사니 당수는 예상 밖의 숫자에 고무됐다. 그는 시민들과 함께 이탈리아 국가를 부른 뒤 "이탈리아는 무능하고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때문에 위기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며 나라의 재건을 위해 이탈리아 국민들이 새로운 정부 구성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퇴진 요구는 유로존에서 3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국채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달하는 공공부채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그리스의 구제금융안 국민투표 결정으로 홍역을 치렀던 프랑스 칸 G20 정상회의에서도 그리스 정부가 한발 물러난 이후에는 오히려 이탈리아에 관심을 집중했다.
▲ 이탈리아 야당 민주당이 5일(현지시간) 수도 로마에서 주도한 시위에 참가한 시위자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진이 박힌 변기 뚜껑을 들고 있다. 사진 아래에는 이탈리아어로 '기한 만료'라고 적혀 있다. ⓒAP=연합뉴스 |
이탈리아는 유로존 내에서도 핵심 국가이기 때문에 만약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다면 그 여파는 그리스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G20에 참석한 정상들은 이탈리아 부채 위기에 대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발언에 주목했지만 그는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은 북적거리고 비행기표도 다 예약됐다"라며 비켜갔다. 이 때문에 이날 시위에서는 "난 레스토랑에 설거지를 하러 간다"라며 비꼬는 문구도 등장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끊임없는 성추문과 비리 혐의를 들추는 현수막이 다수 등장해 자국 내 그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2일 설문조사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지도는 22%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시위에 대한 성명에서 "정부의 평균 지속기간이 11개월을 넘지 못했던 제1공화국 시절로 돌아가자는 이들에게 실망하게 돼 유감이다"라며 사임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는 "현 정부가 물러날 것이라는 수많은 소문이 로마 시내 궁전의 성벽만큼 높이 쌓이고 있다"면서도 "내 유권자와 조국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나와 현 정부는 위기의 힘든 시간 속에서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신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물러날 수도 있다는 예상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니라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 일가가 소유한 언론 <일 지오르날레>는 집권여당인 인민자유당의 중진들이 4일 저녁 회동을 열고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오른팔인 지아니 레타를 내세우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지난 3년간 50번에 걸친 신임 투표를 모두 통과하는 등 이탈리아의 심각한 경제 상황이 오히려 야당의 퇴진 요구를 방어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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