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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도박', 경제위기가 정치 영역으로 본격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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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도박', 경제위기가 정치 영역으로 본격 진입"

"유로화 무기로 긴축 드라이브 가능하다는 유럽국에도 도전"

유럽연합(EU)의 그리스 2차 구제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게오르기우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의 결정이 충격을 주고 있다.

시장은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정이라며 달갑지 않게 여기지만, 이제 유럽의 경제 위기가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시행될 국민투표의 내용과 관련해 파판드레우 총리는 2일 "그리스가 EU와 유로존 회원국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2차 구제안이 가결되면 그리스 은행 등에 대한 EU의 자금 지원이 시작되면서 동시에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한 긴축 정책이 시행된다. 그러나 부결되면 그리스는 이른바 '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지고, 심지어는 유로존을 탈퇴하게 될 수도 있다.

"긴축 정책, 경제에서 '정치'의 무대로 옮겨 왔다"

<뉴욕타임스>는 1일 파판드레우 총리의 전격적인 국민투표 결정으로 재정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긴축 정책이 처음으로 커다란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EU 정상들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나 스페인 등이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가혹한 수준의 긴축 정책을 펼 것을 요구해 왔다. 긴축 정책은 국가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더 연장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에 대한 EU 정상들의 대책은 정치적 수사에 그쳐 왔다.

이는 국민들에게 별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U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디폴트 선언과 함께 유로존을 탈퇴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를 선택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 것이다. 경제 위기를 명분으로 국민들의 불만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그리스에서도 긴축 정책이 수반되는 구제금융에 60%가 반대하지만 거꾸로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은 반대하는 여론은 70%에 이른다. 따라서 유로존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긴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정치적 셈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상들은 '분노하라' 시위를 비롯한 대중의 불만을 고려하기 보다는 그리스 구제의 부담을 누가 더 감당하느냐를 놓고 숫자놀음을 하며 그리스 정부에 긴축만을 강요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긴축정책 반대와 유로존 탈퇴 반대라는 '딜레마'를 결국 국민들의 선택에 맡기는 '도박'을 감행했다. <뉴욕타임스>는 EU 정상들이 경제 문제로 정치적 문제를 다스릴 수 있다는 생각과는 반대로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들의 지지가 없는 정책 시행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리스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그리스 아테네의 의사당 건물 앞에서 1일 정부에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시민이 죄수 복장을 하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코스타스 나파비트사스 런던대 교수도 1일 <가디언> 칼럼에서 파판드레우 총리가 국민투표를 결정한 주된 이유로 EU가 구제안을 무기로 긴축정책을 요구해 그리스 정부가 점점 통치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지난달 28일 그리스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일 기념 퍼레이드에 난입한 시위대가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을 "반역자"라고 비난한 일은 정치 메커니즘의 붕괴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고 규정하면서 긴축과 민영화, 규제 완화를 전제로 한 EU의 그리스 구제 결정이 그리스 국민들의 '독립심'을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의 정치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 조기 총선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현 정권의 패배가 확실하기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는 국민투표를 택했다는 것이 나파비트사스 교수의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 사설에서 "그리스 구제는 물론 정치적인 문제"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안이 정치적으로 해결되려면 국민투표보다 총선을 통해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 더 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구제금융이 유일한 대안? 미국을 보라"

외신들은 그리스 국민투표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리스와 전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지만 다른 측면을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저명한 진보 논객 로버트 라이시는 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그리스가 구제안을 받지 않아 디폴트 선언을 하면 월가와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피해를 입겠지만 구제가 이뤄진다고 해서 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2008년 미국의 대형은행 구제금융 사례를 들었다. 당시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은 부시 및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고 생사의 위기를 넘겼지만 그에 따른 엄격한 규제나 사회적 책임을 적용받지는 않았다. 반대로 일반 국민들이나 소기업들에 대한 대책은 미비했고 결국 올해 미국은 실업난 가중으로 월가 점령 시위가 일어나는 등 오히려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

라이시는 이를 두고 미 정부와 월가의 '내부 범죄'라고 표현하면서 미 정부의 구제금융이 결국 경제적 불평등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EU의 구제안 역시 그리스 은행의 자본 확충 등을 보장하고 있지만 그리스 국민들이 요구하는 면밀한 감시와 규제, 성장 정책 등이 동반되지 않으면 구제안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미국처럼 경제적 불평등만 심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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