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일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저녁 방영된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월가 시위는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자발적 시위가 아니다"라며 "미국을 서유럽식 복지국가로 만들기 위해 이 나라의 기반을 악화시키려는 의도로 면밀히 계획된 캠페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러한 '캠페인'의 배후로 헤지펀드의 대부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와 진보성향 시민단체 무브온(move on), 국제서비스노조(SEIU) 및 극좌 언론인들이 있다는 음모론을 함께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을 오라일리가 처음 제기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언론감시단체 'FAIR'는 지난달 31일 "오라일리가 시청자들을 마법의 장소로 인도했다. 그곳에서는 티파티와 코치 형제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고, 월가 시위는 소로스와 무브온, 노조의 지원을 받는 비밀 프로젝트"라고 비꼬았다.
이는 오라일리가 티파티의 자금줄인 억만장자 찰스 코치와 데이비드 코치 형제에 대한 의혹과 월가 시위대의 자금줄이라고 의심받은 소로스 등에 대해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는 뜻이다.
오라일리는 이날 레슬리 마샬이라는 출연자가 "티파티 뒤에 코치 형제가 있다면 월가 시위대에는 조지 소로스가 있다"고 말하자 "당신은 <폭스뉴스>에 출연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이 있다"며 "코치 형제가 티파티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마샬이 "직접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코치 형제는 한 번도 그러한 사실을 부정한 적이 없다"라고 하자 오라일리는 "당신 발언 차례는 지났다"라며 말을 끊었다.
마샬은 방송 말미에 다시 "코치 형제 중 한 명이 버락 오바마를 이길 수 있는 티파티 후보나 다른 대선 주자에게 80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하지 오라일리는 "티파티는 돈을 받지 않은 독자적인 단체지만 월가 시위에 무브온이 돈을 퍼붓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다"라며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코치 형제가 설립한 '미국번영재단'(AFP)이 티파티를 조직했으며 티파티의 연례 행사에 코치 형제가 참석해 티파티 활동가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세간에 알려져 있다.
미 월간지 <뉴요커>는 지난해 8월 티파티의 첫 캠페인을 앞두고 AFP의 각 지부에서 티파티 홈페이지를 제공하거나 회원들에게 티파티 가입을 촉구해 왔다며 코치 형제가 티파티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공화당 캠페인 자문 위원의 발언도 함께 보도한 바 있다.
반면 조지 소로스가 월가 시위를 지원했다는 의혹은 그가 설립한 '열린 사회'라는 단체가 2007~09년 비영리 단체 '타이즈센터'에 35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타이즈센터가 이번 월가 시위를 촉발시킨 온라인 잡지 <애드버스터스>에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8만5000달러를 기부했다는 사실이 지난달 드러나면서 제기됐다. 이를 두고 보수 진영에서 소로스가 월가 시위를 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한 것.
하지만 오라일리가 월가 시위대의 자금줄 의혹을 확신하는 이유는 다소 엉뚱했다. 그는 "시위대 근처에 항상 우리 기자가 있는데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자발적으로 모인 시위 참가자들은 지금 다 직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며 "그 수치가 전체의 85%"라고 말했다. 현재 남아있는 시위대는 직장이 없기 때문에 소로스와 같은 자금줄에 의해 조직된 시위대라는 의미다. 코치 형제 의혹에 대해 '증거'를 요구하는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 월가 시위대의 자금줄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로이터=뉴시스 |
미국의 언론감시단체 'FAIR'는 이러한 오라일리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러한 (오라일리의) 증거가 바로 '폭스 스타일'"이라고 비꼬았다. 덕 라미터라는 네티즌은 "조시 소로스는 내가 월가 시위대에 기부한 양말 10켤레 값을 보상해 줬다. 여기 영수증도 있다"라고 조소하기도 했다.
한편, 오라일리는 이날 월가 시위가 미국의 패거리 자본주의를 겨냥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정실 자본주의는 백악관이 수백만 달러를 지원했지만 파산한 태양에너지 개발 업체 솔린드라에나 어울리는 말"이라며 "그렇다면 월가 시위대는 왜 (월가가 아닌) 백악관 앞에 있지 않은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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