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언론감시단체 '공정하고 정확한 언론 보도'(FAIR. Fairness&Accuracy In Reporting)는 18일(현지시간) 월가 시위 초기부터 현재까지 미 주요 언론의 보도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조망하며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 한 월가 시위 참가자가 "언론은 시위를 보도하지 않고 있어서 난 직접 보러 왔다"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Timblr |
언론이 시위 소식을 본격적으로 보도한 것은 뉴욕 경찰이 최루 스프레이를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진압한 9월 24일 이후다. 이러한 초기 보도 태도에 대해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의 편집장 딕 메이어는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진 것도 아니었고 유명 인사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시위대의 목적도 불명확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월가 시위가 시민들이 점차 호응을 얻으면서 미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조금씩 우호적인 논조를 보인 언론도 있었다. <USA투데이>는 지난 12일 사설에서 월가 시위를 확대시키는 월가의 보너스 잔치 등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9일 사설에서 미 정부가 시위대의 주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더 많은 언론들은 시위대가 머무는 뉴욕 리버티 플라자 공원(주코티 공원)의 위생 상태를 지적하거나 시위대의 무지함을 헐뜯는 등 본질에서 벗어난 보도를 했다고 FAIR는 지적했다.
FAIR는 특히 지난 13일 <로이터>가 월가 시위에 지지를 보냈던 '헤지펀드의 거물' 조시 소로스가 시위대의 '돈줄'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폭스뉴스>의 극우 방송인 글렌 벡이나 주장할 만한 음모론이라고 비난했다. <로이터>는 당시 소로스의 오픈소사이어티 재단이 지원하는 자금 일부가 돌고 돌아 월가 시위를 처음 계획했던 캐나다의 온라인 잡지 <애드버스터스>에 흘러들어갔다고 보도했지만 소로스 본인은 부인한 바 있다.
시위대들을 폄훼하는 표현도 계속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수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우데머는 시위대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으며, 아이폰을 끼고 사는 시위대들이 스티브 잡스는 추모하면서 재계는 공격한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시위대를 "5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금에 짓눌린 우둔한 게으름뱅이"라고 비난하고 시위대들이 "부자를 잡아먹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의 전 주필 빌 켈러도 17일 월가 시위를 "질척거리는 철야 농성장과 재탕한 무정부주의"라고 표현했고, <타임>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11일 시위대를 "변변치 못한 급진주의자"라고 깍아내렸다. FAIR는 언론들이 월가 시위를 평가절하하는 와중에도 시위가 점점 중요해지고 주목을 받은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AP=연합뉴스 |
월가 시위의 의미를 분석하는 언론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FAIR는 지적했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운동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위로 변질되는 것을 극구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들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극우 시민 네트워크 티파티에 맞서 미국 정치의 이념적 균형을 맞추는 사건으로만 편협하게 이해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는 일부 언론인들의 '조언' 역시 현재 미국 정치가 기업의 힘에 휘둘리고 있다는 시위대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FAIR는 언론사주와 광고주의 이해를 반영해 월가를 찬양해 왔던 언론들이 갑자기 반기를 들고 시위대에 우호적인 보도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언론들이 본질 자체는 파악하지 못해도 시위 현장에서 무언가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은 감지하고 있다며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구체적 정책과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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