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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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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똥

[한윤수의 '오랑캐꽃']<442>

외국인은 반드시 외국인 등록증을 갖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도 안 갖고 다니는 자가 있다.

왜 그래?
반항하는 거야 뭐야?
그게 아니다.
쯩을 잃어버리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이런 자는
잃어버릴까봐 간을 빼놓고 다닌다는 토끼 비슷하다.

그러나 쯩 없이 다니다가
철창차에 잡혀가는 수가 있으므로
등록증을 복사해 갖고 다니는 조조도 있다.

단속에 걸리면 쯩 대신 카피(copy)를 내놓는데
"이게 간이야!"
하며 똥을 내미는 토끼와 다를 바 없다.

베트남인을 데리고 읍사무소에 갔다.
소송에 필요한 서류를 떼기 위해서다.

공무원이 말했다.
"외국인 등록증 주세요."
그러나 베트남은 태연히
"안 갖고 왔는데요."

황당해서 물었다.
"복사한 것도 없어?"
"예."

기가 막혀
"그럼 뭐가 있냐?"
"이거요!"
하고 내미는데 보니 여자용 빨간 지갑이다.
"그건 왜 갖고 다녀?"
"인지대 내려구요."

별 수 없이 상담일지 뒤에 붙은 등록증 카피를 보여주었다.
"이걸로 안 될까요?"
공무원은 물끄러미 보더니
"다음부턴 안 돼요."
"네네."

덕분에 설설 기었다.
간은커녕 똥도 없이 다니는 토끼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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