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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마리 토끼와 박근혜의 토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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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마리 토끼와 박근혜의 토끼길

[김종배의 it] 집토끼 산토끼 모두 잃는 '킬로드' 될 수도

희한하다 못해 재밌다. 부조화 현상이 너무 심하다.

"망국적 포퓰리즘"을 비난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이어 김문수 지사도 말을 섞었다. '복지 포퓰리즘'을 거론하며 "공산주의보다 위험할 정도로 국민 의식상태를 좀먹는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과 김문수 지사의 언행이 희한하다고 평하는 이유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에 담겨있다. 그가 그랬다. "여론에 따라 가볍게 움직이면 우리 지지기반에 큰 실망을 안겨주게 된다"며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잃어버린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여론에) 너무 불안해하고 일희일비하는' 수도권 의원들을 향해 이렇게 쏘아붙였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말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이나 김문수 지사나 똑같이 불안해하고 일희일비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 분위기와 표심에 따라 우왕좌왕"해야 한다. 그들이 수도권에 정치적 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사람들이기에 그래야 한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말을 전해들은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이 "집토끼만으로 선거를 이긴 적이 있느냐"고 반문한 것처럼 이들 또한 반문해야 한다. 헌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수도권 의원들은 좌불안석인데 수도권 단체장들은 요지부동이다. 두 부류 모두 수도권에 기반을 둔 범친이계인데도 부조화 언행을 노출하고 있다.

이런 부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포획 대상인 토끼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도권 의원들은 총선에서 곧장 민심, 즉 산토끼와 대면해야 하지만 수도권 단체장들은 상관이 없다. 이들은 대권을 노리는 이들이기에 대권 후보가 되려면 산토끼 이전에 집토끼부터 잡아야 한다.

이렇게 보면 부조화 현상이랄 것도 없다. 바라보는 대상이 다를 뿐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범위를 인물에서 당으로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조화 현상은 여전하다.

집토끼를 잡기 위해 '복지 포퓰리즘'을 비난하고, 산토끼를 잡기 위해 '포퓰리즘'에 발을 담그는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괴리현상이 노정되고 있음을 뜻한다. 당심과 민심이 따로 놀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부조화 현상은 이것만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 행보에도 부조화 현상이 나타난다.
▲사진= 박근혜 전 대표가 3일 대구를 방문해 신년 행사를 갖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특별연설에서 똑같은 말을 하고, 김문수 지사 역시 "큰 방향은 적절하다"고 평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다르다. '복지 포퓰리즘'을 비난하는 측에 대해 산토끼들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데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따스한 눈길을 보낸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다. 이유가 뭘까?

해답은 박근혜 전 대표의 언행에서 찾아야 한다. '복지 포퓰리즘'을 이구동성으로 비난한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시장, 김문수 지사와는 달리 박근혜 전 대표는 야권의 보편적 복지에 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택적 복지란 용어 사용도 극력 자제하고 있다. 단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는 그럴 듯하지만 실상은 모호한 복지 개념만 되읊고 있다.

이게 원인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각을 세우지 않음으로써 산토끼들로 하여금 선택적 판단을 할 여지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계지점에서 모호한 언행으로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할 수 있다. 당심과 민심의 부조화 현상은 한나라당의 경직성에서 비롯된 것이고, '박근혜표 복지'의 실상과 평가의 부조화 현상은 박 전 대표의 모호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불어 전망할 수 있다. 때가 되면 걷힌다. 박근혜 전 대표의 모호성 또한 어느 시점이 되면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박근혜 전 대표 또한 선택적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어느 한쪽에 두 발 모두 담가야 한다.

이때가 되면 분명해질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주류의 시각에 귀의하면 그 또한 경직성의 울타리에 갇힐 것이고, 정반대의 선택을 하면 집토끼가 울타리를 박차고 나갈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토끼의 중요한 특징은 남이 낸 길을 가는 것보다 자신이 낸 길로만 다니는 것"이라며 마치 제3의 길이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쉽지 않은 얘기다. 정치가 현실이고, 현실이 구체성을 특징으로 한다면 '박근혜표 복지'가 각론으로 접어드는 순간 별 수 없이 보편 또는 선택의 옷을 입어야 한다.

물론 바지는 보편으로, 저고리는 선택으로 챙겨 입는 절충형 코디도 있을 수 있지만 이건 남우세스럽다. 자칫하다간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컨트리 패션'이란 비난을 사기 십상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언급한 '토끼길'이란 게 자칫하다간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 외면하는 '킬로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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