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보즈워스 대표가 24~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2차 북미대화를 끝으로 퇴임한다고 밝혔다. 후임으로 지명된 데이비스 대사는 보즈워스와 함께 2차 북미대화에 참석한다.
토너 부대변인은 보즈워스 대표가 물러나는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사유"라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터프츠대의 법률 외교전문대학원인 플레처스쿨 학장을 겸임하고 있는 보즈워스는 최근 학장 업무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그는 덧붙였다.
▲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북핵 협상을 맡아온 스티븐 보즈워스(왼쪽)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물러나고 글린 데이비스 국제원자력기구 주재 미국 대사가 후임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
보즈워스는 2009년 2월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임명돼 2년 8개월 동안 임무를 수행했다. 2009년 12월에는 북한에도 직접 다녀왔고, 지난 7월에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함께 뉴욕에서 1차 북미 고위급 대화를 가졌다.
데이비스 새 특별대표는 부시 행정부 말기인 2007년 8월부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차관보로 일하면서 한반도 정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IAEA 주재 미 대사로 임명돼 핵 비확산 분야 등에서 활동해 왔다.
데이비스는 2010년 12월 IAEA 이사회에서 북한이 기존의 주장과 달리 2009년 4월 이전부터 우라늄 농축 활동을 시작했으며 영변 핵시설 이외에 장소에도 농축 시설을 건설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09년 9월에는 이란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할 정도의 농축 우라늄을 보유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날 국무부는 또 주한 미국 대사로 발령난 성 김 전 6자회담 특사의 후임은 클리퍼드 하트 해군참모총장 외교정책 자문역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트 특사는 지난 6월 김 전 특사가 주한 대사로 지명된 이후 업무를 시작했으며 데이비스 신임 대표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대세는 '정책 변화 없음'…美 고위 당국자 "북한에 관여 안 하면 오판할 수 있어"
이로써 거의 3년 만에 미국 측 대북라인의 물갈이가 완료된 셈이다.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 부장관이 올 초 제임스 스타인버그에서 빌 번스로 바뀌었고, 이어 6자회담 특사가 성 김에서 클리퍼드 하트로 교체됐으며, 이번에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의 대북 라인은 '번스 부장관 -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유임) - 데이비스 특별대표 - 하트 특사'로 꾸려지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교체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보즈워스가 물러난 것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개인적인 희망 때문으로 정책의 전환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신임 데이비스 특별대표가 북핵 문제에서 강경론을 펴 왔던 이른바 비확산 전문가 그룹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가 더 경직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적극적인 대화파인 웬디 셔먼 신임 국무부 정무차관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예상보다 축소된 역할만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조성됐지만 미국 내에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외교소식통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신들이 요구한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한 입장을 북한이 바꾸지 않는 한 6자회담 재개를 성급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국무부는 제네바 북미대화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6자회담 재개 이전에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회담장에 복귀하고 기존에 합의된 사항을 이행하는데 따른 보상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토너 대변인은 "제네바회담은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충분히 이행할 것인지를 보기 위한 탐색적 만남"이라고 말했다. '탐색적'이라는 표현은 지난 7월 1차 북미대화 때에도 나왔던 것으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의사는 별로 없음을 의미한다.
미 국무부의 발표에 앞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러시아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거듭 촉구한 바 있어 이번 제네바 대화에서 큰 진전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미국의 고위 당국자는 "우리가 북한에 관여(engage)하지 않으면 북한이 오판할 수 있다"고 말해 상황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 신문은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교체를 보고 큰 변화를 예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대학 학장과 특별대표를 겸임했던 보즈워스와 달리 데이비스는 '풀 타임' 특별대표여서 앞으로 북한과의 접촉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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