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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IMF로 시작된 자영업 위기, 해법은?

[위기의 자영업③·끝] "극복 방법도 난망…일자리, 복지가 해법"

- 위기의 자영업
☞<1> '레드오션' 자영업 "물러서면 벼랑 끝, 눈 앞엔 핏빛 경쟁"
☞<2> "5년 뒤, 자영업 강제 구조조정 온다"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은 <외환위기 징비록>의 말미에 이와 같은 설명을 했다.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촉발된 위기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경제부문 이외에 사회, 문화부문 등으로 퍼져 큰 충격과 변화를 안겼다. (중략) 특히 불안정한 고용제도와 대규모 실업사태는 한국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평생직장에 대한 믿음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그 결과 공동체주의적 생존방식은 크게 약화됐고, 개인주의적·개체주의적 생존방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나라의 외화가 부족해 발생한 외환위기는 기업 구조조정을 자극했다. 이로 인해 굴지의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졌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수의 실업자가 양산됐다. 해고된 이들이 재취업할 길은 없었다. 이들이 택할 길은 하나 밖에 없었다. 실직자들은 대거 치킨 가게, 피자 가게, 슈퍼마켓을 열었다. 그 결과 2002년에는 자영업자의 수가 619만 명까지 늘어났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대거 잉태된 것이다.

강요된 구조조정에 의해 기업이 건전해진 반면, 자영업자 수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자영업 부문 경쟁력은 필연적으로 약화되기 시작했다. IMF 체제의 여파가 지금의 자영업 위기를 낳았다.

▲한국 자영업자의 상당 부분을 40~50대가 차지하고 있다. 60대 자영업자의 비율도 13%가 넘는다. 사실상 자영업은 가계의 마지막 보루다. ⓒ프레시안(최형락)

한국의 자영업은 비정상

지난달 2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자영업자 현황 및 정책방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8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자영업자 비중이 15.8%인 반면, 한국은 두 배에 달하는 31.3%다.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그리스(35.1%), 멕시코(33.9%), 터키(39.0%) 등 소수에 불과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산업국가 중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높았던 일본마저도 자영업자 비율은 1990년 22.3%에서 2008년에는 13.0%까지 떨어졌다.

국민소득이 상승할수록 자영업자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이 이미 실증된 데다, 그 비중이 30%를 넘는 국가들이 관광산업에 의존한다는 점을 미뤄 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극히 비정상적이다. 한국의 경우도 1995년에 비해 자영업자의 비율은 줄어들었으나, 그 속도는 지나치게 더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999년까지 감소했던 자영업자는 (이후) 2002년까지 증가했다"며 "당시의 벤처붐과 상용노동자에서 구조조정된 사람들이 생계를 위한 창업을 주로 하게 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수는 올해에만 41만 명 늘어났다.

이처럼 자영업자 비중이 줄어들지 않음에 따라, 자영업 내 경쟁이 치열해졌다. 소규모 자본의 한계상 가격차별화만이 유일한 차별화 전략이 됐다. 가격인하 경쟁, 원가 줄이기 경쟁이 무차별적으로 양산돼,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이 떨어진 원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5일 내놓은 '최근 자영업 노동시장 특성 및 자영자 가구소득 실태'를 보면, 자영업자 가구의 상대빈곤율은 1990년 6.3%에서 지난해 8.4%로 증가했다. 이 기간 적자가구 비중은 10.4%에서 두 배에 가까운 19.7%로 늘어났다.

강요된 변화… 악순환의 고리

자영업자들이 이처럼 불안한 상태에 놓인 근본 원인은 결국 IMF 사태에서 찾을 수 있다.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인해 쏟아져 나온 가장들이 생계를 위해 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자영업에 나선 것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는 이 위기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2009년 한 해 동안만 25만9000명의 자영업자가 휴·폐업했고, 올해는 상반기 동안에만 7만7000명의 자영업자가 사업체 문을 닫았다. 이들 중 6만1000명은 고용원이 없는, 전형적인 빈곤한 생계형 자영업자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30.8%가 월평균 순이익이 100만 원 이하에 불과했다. 적자를 보거나, 아예 수입이 없는 자영업자의 비중도 무려 26.8%에 달했다. 전체 평균 순이익은 불과 149만 원에 그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자영업자의 저숙련-중고령화-저소득 연결고리"가 악순환을 이뤄, 자영업자의 경쟁력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IMF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해외의 쇼크에 한국 경제가 더 많이 노출됨에 따라, (자영업자처럼) 약한 고리는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OECD 최고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

구조조정 해야 하지만…

결국 늘어나는 경쟁을 해결하고, 자영업자의 숙련도를 높여 전반적 경쟁력을 살리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자영업자 지원 예산의 50% 이상이 산업금융지원에 집중돼 있다. 자영업자 정책이 창업 지원과 기존 사업 유지에 주로 몰려, 구조조정 시기를 늦추고 경쟁력이 떨어진 자영업자의 안전한 탈락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정책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탈락하는 계층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며 "한계·영세 자영업자의 직업전환 및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부가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예산정책처는 △금융지원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 △탈락한 이들을 다시 임금근로자로 전환시키고 △사회보장 체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 해법을 실행에 옮기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전성인 교수는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그 구체적인 실행 대책은 우리나라에 없다"며 "당장은 기업의 정년을 연장하고, 재취업을 적극 지원하는 게 방안이 될 텐데, 이 경우 역시 어려운 청년 고용을 오히려 압박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의 상당수가 월평균 200만 원 이하의 수입을 올린다. 이들 상당수가 가장에, 가족경영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가구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소상공인진흥원 자료). ⓒ프레시안

그러나 현행 유지 역시 답은 아니다. 사실상 지금의 자영업은 농산물 개방 이후 급속히 무너진 농업 현실의 문턱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을 더 지게 되는 게 우리나라 농업 문제의 현실인데, 자영업자 문제 역시 점차 비슷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며 "결국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두고 길게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대기업 중심 성장모델이 무너진 지금, 일자리 문제는 중소기업 부문과 사회적 일자리, 즉 복지 차원에서 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는 난망하다.

전 교수는 "결국 자영업 문제로 드러난 한국의 문제는, 박정희식 경제개발방식의 총체적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기업 위주, 수출 위주, 불균형 성장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고, 이 해결 차원에서 자영업자 문제도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자영업> 이전 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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