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8일(현지시간) 3주째를 맞으면서 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청년 무직자들이 일으킨 시위가 이제 전국적 운동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이를 받아들이는 미 정치권의 반응도 양쪽으로 갈리고 있다.
<AFP>에 따르면 8일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DC를 점령하라' 시위가 3일째 이어졌다. 시위대 중 일부는 이날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무인항공기 전시에 항의하는 반전 시위에 합류해 박물관 진입을 시도했다. 이 시위로 박물관은 예정보다 2시간 앞서 문을 닫았다.
<가디언>은 시위가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 플로리다 등 70여 개 도시로 퍼져 나가고 있으며 600개 이상의 미국 내 시민단체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BS>도 이날 월스트리트 시위에 동조해 일어난 미 전역 시위대의 허브(hub) 역할을 하는 '함께 점령하자(OccupyTogether)'라는 이름의 사이트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현재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1000여 개 도시로부터 지지자들이 모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은 시위의 진앙인 뉴욕 주코티 공원의 시위대들도 1주일 전보다 4배로 불어났다는 시위 참가자의 말을 전하면서 시위가 조만간 사그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시위대들이 지구 온난화에서 기업의 탐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시위가 정확히 무엇을 지향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학 등록금 문제를 지적하는 대학생 시위자부터 중산층의 몰락에 대해 항의하는 노동단체에 이르기까지 시위대들이 소수에 의한 부의 집중을 비판하고 이들 소수를 미 정치권이 대변하는 것으로 여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 앞 거리에서 지난달 뉴욕에서 시작해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월가점령' 시위를 본뜬 'D.C.점령(Occupy D.C.)' 시위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시위 참가자들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미 전역으로 퍼질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맞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미 정치권의 반응에는 호의와 적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민주당이 당파성이 불분명한 시위대들에게 대체로 공감을 나타내면서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반면 공화당은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민주당)은 9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월가의 기득권층이 됐든 정치권의 기득권층이 됐든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위대의) 메시지를 지지한다"며 "그들의 삶에 연관되지 않은 방식으로 (정책을) 계속해나갈 수 없다"라고 말했다.
펠로시 대표는 2008년 금융권에 대한 구제금융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실패한 것이 미국인의 분노가 월스트리트를 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위대의 분노가 9%에 달아는 미국의 실업에서 나왔다고 지적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일자리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일 4500억 달러 규모의 일자리 창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월스트리트 시위에 대해 "미국인들이 느끼는 과절감의 표현"이라며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지난 7일 시위대가 뉴욕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창업자로 시위대의 비판대상인 억만장자 출신의 블룸버그 시장은 시위대들의 불만을 이해한다면서도 "시위대가 몰아내려고 하는 금융인들이 없이는 우리는 시 공무원이나 미화원에게 급료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의 조세 수입에서 월스트리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달하는 점을 든 것이다.
공화당의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도 지난 5일 시위 확산에 우려를 나타내며 시위대를 "증가하는 무리(growing mob)"라고 지칭해 논란을 불렀다.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를 비롯한 공화당 대선 주자들도 시위대를 '반 시장주의자', '계급 투쟁' 등의 용어로 공격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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