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AP>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뉴욕을 벗어나 로스앤젤레스(LA)와 시카고, 보스턴 등 다른 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LA에서는 2일부터 3일 오전까지 수백 명의 시위대가 LA 연방준비은행 앞을 행진한 후 시청앞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를 인용해 'LA를 점령하자'라는 구호를 앞세운 이들은 사회 불평등과 청년 실업에 대해 항의하면서 시위를 몇 달 이상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캔자스 시티에서는 20여 명의 소규모 시위대가 캔자스 연방준비은행 맞은 편 공원에 텐트를 지고 농성에 들어갔다. 해고된 트럭 운전기사로 시위에 참가한 스티븐 해리스는 <AP>에 "이런 식의 운동이 시작되길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며 "시위가 지속돼 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도 지난 30일 3000명의 시위대가 모여 최근 3만 명에 대한 해고 계획을 밝힌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24명이 건물 무단침입 혐의로 체포됐다. 시카고 등 대도시를 포함한 미국의 다른 주에서도 크고 작은 동조 시위가 벌어졌다.
호주에서는 오는 15일 시드니와 맬버른, 브리즈번 등에서 '호주를 점령하라'라는 가두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라고 인터넷 매체 <인디미디어 오스트레일리아>(IA)가 4일 밝혔다.
캐나다에서도 '토론토 주식시장을 점령하라'라는 단체가 결정돼 15일 토론토 증권가인 베이 스트리트을 비롯해 밴쿠버, 몬트리올 등에서 가두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일본, 유럽 등에서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구호를 모방한 페이스북과 인터넷 사이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편, 시위의 진앙지인 뉴욕 맨해튼에서는 3일에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기업을 상징하는 좀비 복장으로 뉴욕 증권거래소 앞을 걸어 다니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 부채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전쟁을 끝내고 부자에게 세금을 걷는 것"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일부는 손에 가짜 지폐를 쥔 채 "돈 냄새가 난다"라고 기업을 풍자했다.
통신은 시위를 지켜본 행인들의 반응이 다양했다고 전했다.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롤랜드 클링먼은 시위대에 동정을 느낀다면서 그들이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행인은 시위대를 향해 "일하러 돌아가라"라고 외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시위대는 (월스트리트에서) 4~5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근근히 먹고 사는 이들을 향해 시위하고 있다"며 시위대가 월스트리트를 타깃으로 잡은 것은 실수라고 비난했다.
▲ 3일(현지시간) 뉴욕 월스트리트 인근에서 기업을 상징하는 좀비 복장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대. ⓒAP=연합뉴스 |
하지만 지난달 17일 수십 명으로 시작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대는 이제 수백 명 규모로 불어나 의료지원단과 법률자문단을 꾸릴 정도다. 또 <점령된 월스트리트저널>이라는 매체까지 창간하는 등 시위를 본격적으로 이어갈 조짐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미국 경제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진압에 나서면서 비난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뉴욕 경찰은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던 시위대 700여 명을 통행 방해 혐의로 연행했는데, 당시 연행자를 이송하기 위해 동원된 뉴욕 버스 운전기사들은 3일 경찰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존 새뮤얼슨 운송노조위원장은 "우리는 부자들이 정당한 몫을 내지 않는다는 (시위대의) 주장을 지지한다"며 "버스 노동자들은 어디에서도 시위대를 체포하기 위해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연행된 시위대 대부분은 조사를 마치고 다음날 풀려났지만 경찰은 이중 5명을 유치장에 수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P>는 수감된 이들이 법을 어겼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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