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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으로 간 MB '문화 발전소' 공약, 선거전 지뢰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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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으로 간 MB '문화 발전소' 공약, 선거전 지뢰 됐다"

[현장] 당인리발전소 지하화 논란, 선거 이슈 될까

국내 최초의 화력발전소이자 서울의 주요 민원충돌의 장이었던 서울 마포구 당인동 인근 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발전소)의 이전이 백지화됐다. 22일 지식경제부와 서울화력발전소, 인근 주민에 따르면 지경부는 지난달 5일 발전소 이전계획을 종료하고, 발전설비 지하화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안전성과 실효성의 미입증을 이유로 발전소 이전과 부지 내 문화시설 설립을 요구하던 인근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인근 주민들은 발전소 앞에서 항의시위를 가졌고, 이봉수 합정, 서강 주민대책위원장은 이날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발전소 설비 지하화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놨다. ⓒ이봉수 제공

언제부터 논란 됐나

당인리발전소는 일제 치하이던 지난 1930년 11월, 국내 최초의 화력발전소로 탄생했다. 오랜 기간 서울에 전기를 공급해 온 이곳은 이후 급속한 발전으로 발전 생산 규모가 줄어들자 열병합발전시설로 전환해, 여의도·동부 이촌동·마포 자이아파트 등 인근 5만6000여 세대의 지역난방 시설로 주로 활용된다.

오랜 기간 발전 분진에 의한 피해를 입어온 인근 주민들은 예전부터 설비 이전을 요구해왔다. 이는 정치권의 핵심 쟁점이 되기도 했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부터 후보자 시절인 지난 2007년, 마지막 남은 발전시설인 4, 5호기의 수명이 다하는 2012년에 부지를 매입해 '문화창작발전소'로 만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 마포구청장 등 인근 정치·행정가들도 선거 때마다 같은 내용의 공약을 내걸었었다.

그러나 대체부지 선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발전소 지하설비화가 급부상했다. 발전설비 필요성을 강조한 발전소 측과 서울시 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데다, 대체부지 미해결이라는 현실적 수요까지 더해진 결과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일부 언론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남인석 중부발전 사장을 만나 지하발전소 추진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오 전 시장이 추진하던 주요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를 위해 한강변 조망권 확보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발전소를 어떤 방식으로든 '빠른 시일 내에 지상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발전소를 없애라

주민들의 반발은 여기서부터 거세졌다. 위험성이 높은 발전소가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것만도 불편한데, 이를 지하로 옮긴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다. 특히 서교동-상수동-당인동으로 이어지는 '홍대 문화권'의 상징이 되리라 여겨졌던 문화발전소 건립이 어려워진데 따른 반발이 컸다. 땅값 문제 역시 여러 경로로 얽혀 있다. 발전소 이전 소식이 나온 후 지역 땅값은 상승 기대감을 반영한 게 사실이다.

이봉수 위원장은 "화력발전소를 지하에 짓는다는 것부터 위험하다. 중립적인 환경평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주민들의 요구도 묵살됐다"며 "지난해 발전소에 화재(6월 15일)가 났을 때는 지경부, 발전소 측에서는 원인을 숨기기 급급했다"고 강조했다.

44년간 인근에서 거주한 주민 안중환 씨도 "심지어 지난해 화재 때는 마포, 영등포에서 출발한 소방차들이 사이렌도 끄고 진입할 정도"였다며 "주민들에게 발전소의 위험성을 들키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발전소의 실효성도 없어, 아예 발전설비를 없애도 문제가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 당인리발전소의 발전용량은 38만 킬로와트(㎾)로, 우리나라 전체 전력 공급량(7800만㎾)에 비해 미미하다.

이 위원장은 "사실상 난방공사가 해야 할 역할을 발전소가 하는 게 현실"이라며 "필요성도 없고, 위험하기만 한 발전소를 위해 왜 또 주민들이 희생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발전소 지하화로 인해 새로 뚫릴 도로도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한다는 게 주민들 입장이다. 이와 관련, 강변북로 지하화에 따라 인근 220여 가구의 집 바로 아래에 도로가 뚫릴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내 집 바로 아래에 자동차가 다니는데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지역 주민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겨울 국회에서 본 서울화력발전소. 발전설비의 필수성,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발전소가 위치한 곳은 한강조망권을 가진, '돈 되는' 지역이다. 실제 발전소 이전 여부에 따라 인근 땅값이 춤춘다. ⓒ뉴시스

서울시장 선거 이슈화?

반면 발전소 및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화력발전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지하발전소가 유례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지금도 당인리발전소의 발전설비가 지하 25미터(m) 깊이에 위치해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발전소 측의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발전소가 사용하는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는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한다"며 "발전소는 가정보다 훨씬 다양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고, 근무자들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LNG는 공기보다 가벼워, 밀폐만 되지 않으면 화재의 위험성이 없다"며 "발전소 설비가 지하로 가더라도 공기를 항시 순환시켜 설비가 밀폐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아직 서울 북부지역의 발전설비는 필수 시설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서울화력발전소가 인근 7만 세대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블랙아웃 사태에서 보듯, 서울 북부지역의 긴급 전기수요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서울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대부분이 남쪽에서 끌어오는데, 이에 따른 전력손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경부 역시 2014년까지 대체 발전소를 서울 북부지역에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인리발전소를 둘러싼 논쟁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내년 총선 등에서도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당장 박원순 후보 측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홈페이지(원순닷컴)에 쓴 "테이트 모던에서 당인리발전소를 상상한다"는 글에서 당인리발전소를 영국의 테이트 모던 박물관처럼 변화시키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마포을(강용석 의원) 출마를 고려중인 김성동 한나라당 의원(비례대표) 측도 최근 이 씨를 찾아 관련 자료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사무실은 망원동에 위치해 있다. 주민들의 민원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명확한 마당이라, 선거 국면을 맞아 당인리발전소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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