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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 '확신' 안 하는 게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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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 '확신' 안 하는 게 죄인가?"

[이태경의 고공비행] "한나라당은 조용환이 두려운가"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조중동 등의 수구언론이 조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 되는 것을 극력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내 과반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반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야당 몫에 해당되는 조 후보자의 선출에 여당이 비토를 하는 것도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지만,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를 반대하는 이유는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조 후보자의 국가관이 의심스러워 헌법재판관이 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의 국가관이 불온(?)하다는 증거로 들이미는 것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조 후보자의 견해다. 왜 정부의 발표를 '신뢰'만 하고 '확신'을 하지는 않느냐는 것이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의 국가관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하는 구체적 근거인 것이다.

조용환 후보자 선출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진짜 이유는?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는 숱한 의문점들을 남겼고, 아직까지도 논쟁이 종결되지 않았다. 더구나 법률가들은 직업의 특성상 예단과 편견과 확신을 멀리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만 확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란 조심스럽다'는 조용환 후보자의 발언은 지극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공정한 발언이고 태도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나라당은 조용환 후보자의 국가관이 투철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조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선출에 부정적이다. 정부 발표를 '확신'하지 않는 자세를 의심스러운 국가관과 등치시키는 논리적 서커스가 어떻게 가능한지 아연할 따름이다.

전혀 사리에 닿지 않는 까닭을 들어 반대를 하는 데에는 숨겨진 이유가 있는 법.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한사코 거부하는 속내는 조 후보자의 법률가적 역량과 헌법적 가치관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조 후보자의 이력을 보면 잘 알 수 있지만, 조 후보자는 법률가로서 오랜 기간 국민의 기본권 확장과 소수자 보호를 위해 진력했을 뿐 아니라 탄탄한 이론을 겸비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 조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 되면 근래 들어 역할과 권능이 부쩍 커진 헌법재판소의 결정경향이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조용환 후보자가 헌법재판소를 바꿀까 두려운 것이 아닐까?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이 조용환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 되기에는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조 후보자는 누구보다 헌법재판관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조 후보자의 이력을 보면 그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 및 소수자 권리 옹호에 가장 적합한 법률가라는 사실,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원성 확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조 후보자의 인품도 헌법재판관직을 수행하기에 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가 민주주의와 입헌주의의 가교 역할을 할 것

조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가 헌법재판관이 되면 민주주의와 입헌주의 간의 균형점을 찾는데 한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조용환 헌법재판관을 바라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본디 헌법재판제도는 입헌주의를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역할을 수행한다. 주권자인 국민의 총의를 바탕으로 국가권력의 범위와 한계를 헌법에 규정하고, 국가권력의 작용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헌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리를 입헌주의라고 할 때, 이 입헌주의의 구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헌법재판제도를 마련해 둔 것이다.

87년 체제 성립이후 한국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급속한 신장과 함께 헌법재판제도의 활성화를 통한 입헌주의의 제도화를 빠르게 이룩했다. 이는 크게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어느 때부터인지 헌법재판제도로 상징되는 입헌주의가 민주주의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있었던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사건이나 행정수도이전관련 헌법소원사건 같은 것들이 좋은 예다.

민주주의와 입헌주의 간의 관계는 긴장과 균형을 기본으로 해야 하되 상호 배제적이거나 길항적이서는 곤란하다. 민주주의와 입헌주의 간의 적절하고 건강한 관계 수립은 쉽지 않은 과제이며, 이는 선진국들 역시 맞닥뜨리는 난제이다. 기실 민주주의와 입헌주의는 기본적으로 긴장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할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은 의회나 정부의 입법작용이나 집행작용을 입헌주의를 담보하는 헌법재판소가 무효화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입헌주의가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입헌주의의 제도화를 담보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재판소를 사법적극주의와 사법소극주의 사이의 어딘가에서 적절하게 위치지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재판소를 책임지고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국민의 대표자들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민주주의와 입헌주의 간의 바람직한 관계설정에 대한 깊은 고민을 품고 있어야 한다.

조용환 후보자는 변호사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심화시키고 확장시키는데 기여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며, 사법의 의미와 한계에 대한 고민도 깊다. 삐걱거리기 쉬운 민주주의와 입헌주의 간의 관계를 적절하게 설정하는데 조 후보자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 후보자가 조속히 헌법재판관으로 선출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확장에 기여하는 헌법재판소, 헌법에 기초해 권력기관들에 대한 규범통제를 하되 민주주의를 침해하지는 않는 헌법재판소를 만드는데 일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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