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발표한 일자비 창출 법안의 재원을 '부자 증세'로 충당할 뜻을 밝혔다. '부자 증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공화당과 또 한 번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12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요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연설을 통해 4470억 달러 규모의 일자리 법안을 미 의회 회기가 시작되는 이날 저녁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의회를 향해 이 법안을 정치적인 논쟁으로 끌어들이지 말고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백악관은 또 이 법안의 재원 조달이 세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개인 소득 20만 달러 또는 연간 25만 달러 이상의 가구 소득을 올리는 이들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과 자선 재단의 공제 혜택을 줄임으로써 405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외에도 석유 기업과 가스 기업의 보조금 폐지, 고소득 펀드 관리자들에 대한 세금 징수, 기업 전세기에 대한 감가상각기간 조정으로 62억 달러의 세금을 더 걷는 방안도 포함됐다.
제이콥 류 백악관 예산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러한 증세 제안을 다음 주 의회 초당위원회가 논의할 1조2000억 규모의 부채 감축 방안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당위원회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화당은 미국의 심각한 일자리 위기에 봉착해 오바마의 일자리 정책 자체에 대해 수용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유권자들을 의식한 행보이기도 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근로소득세 감축 등 공화당이 받아들일만한 내용이 법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세 방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혀온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는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릭 캔터 미 하원 원내대표(공화당)는 실업난을 해결할 당사자인 기업들에 대한 증세를 대통령이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법안 통과에 초당적인 협력을 요구했지만 재원 확충 방안을 둘러싼 증세 논란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핵심 의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일 캔터 원대대표의 지역구인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대학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일자리 법안 홍보전을 벌인데 이어 13일과 16일에는 내년 대선의 향방을 가를 지역으로 꼽히는 오하이오주와 노스 캐롤라이나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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