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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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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터널

[한윤수의 '오랑캐꽃']<420>

출국 직전에 찾아와 돈을 받아달라는 태국인이 많다.

"태국 언제 가요?"
하고 물으면 태연히
"내일 가요."
한다.
"내일 가는데 오늘 와서 받아달라고?"
"예."
"내일 못 가. 비자 연장해야 돼."
하면 빡빡 우긴다.
"내일 꼭 가야 돼요."
내일 반드시 가야 되는 이유가 수백 가지나 되는데
"그럼 돈 못 받아!"
하면 대부분 수그러든다.

하지만 끝끝내 우기고 가는 사람도 있다.
가서 후회하지만.

그 반대편에 서있는 게 베트남인이다.

미리미리 준비한다.
심지어
"무슨 문제로 왔어요?"
물으면
"아무 문제없어요."
하고 대답하는 인간도 있다.
"그럼 왜 왔어요?"
하고 물으면
"혹시 앞으로 무슨 문제가 생길까봐 미리 등록하는 거예요."
한다.

철저하다.
*구찌터널을 판 민족답다.

*구찌터널 : 사이공(현재 호치민 시) 교외, 구찌 지역에 베트남군이 판 지하 터널. 거미줄처럼 연결된 터널은 총 250킬로에 달하며 미군사령부 안에도 지상으로 나오는 출입구가 있었다. 이러니 미군이 어찌 이길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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