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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추도사 전문 : 신인령] 리영희 선생님을 추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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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추도사 전문 : 신인령] 리영희 선생님을 추도하며

[리영희 선생님을 보내며]

리영희 선생님을 추도하며

지식인과 민중의 선생님, 우리 리영희 선생님과 작별하면서 선생님께 삼가 사랑과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지금 저희는 이 시대 양심의 떨림으로 눈물겨운 이별의 순간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한 시대가 맡긴 소명을 완수'하신 홀가분으로 자유롭게 훌훌 떠나셨을 선생님을 저희는 왜 이리 담담하고 기쁘게 보내드리지 못하고 슬픔을 못 이기는지요?

아마도 저희가 외롭고 황당해서인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와 평화의 진전을 위해 생애를 바치신 선생님 가시는 길에 다시금 짙은 구름이 끼여 있는 분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염원하시던 평화는 고사하고 위기가 일상화하고 있는 이 터무니없는 시절에 선생님을 가시게 한 죄스러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고군분투로 미심을 밝혀내고 우상에 도전하여 확보해 놓으신 결실을 다시 교묘하게 갉아 먹히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역주행사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억압과 차별의 악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판입니다.

이 시대가 일컫는 선생님의 호칭과 규정은 참 많습니다. 만인의 스승, 위대한 선비의 사표, 사상의 은사, 고난의 지식인, 이성의 시대개척자, 실천지성의 표상, 선각자의 길을 걸으신 분. 그 모든 지칭이 다 리영희 선생님이지만 어느 하나로는 미진하여 그저 '선생님'이라고만 불러드리고 싶습니다.

이 삭막한 시대에 한 번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민중과 지식인들이 한 점 거리낌 없이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맘 속 깊이 모시게 되는 사건은 신비한 시대적 경험입니다. 진정한 맘으로 우리가 선생님이라 부를 수 있는 분이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입니다!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선생님의 땀과 아픔과 애정이 묻어 있는 글들을 양식 삼아 그 엄혹한 시대에도 무엇이 우상이고 실상인지를 배웠고, 초강대국들의 이기주의와 패권주의의 본질을 알게 되었으며, 세계차원의 인식과 지식을 선물 받았습니다. 감추어진 놀아운 사회적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눈이 뜨이고 누가 진실을 두려워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로운 싸움의 아름다움도 절감하였으며, 서로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평화의 비전과 '존경받는 훌륭한 국가'의 모습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
고난의 사회적 삶을 살아내시는 동안 스스로는 얼마나 당혹스럽고 고단하셨습니까?
'민중에게 환원하는 글쓰기'에 뼈골이 빠지는 고통을 감내하시며, 수없이 거듭된 해직과 투옥과 참담한 가난 속에서 평생 건강을 빼앗기고 가족들께는 폐를 끼치며 한없이 미안하셨을 선생님, 그러한 선생님을 위로하고 거들어드리기는커녕 선생님의 숙연한 가르침만 끝없이 요구한 저희들의 이기심을 반성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고난의 여정과 순수에 대하여 하나님께서는 이미 좋은 위로와 축복을 주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누가 감히 선생님께 위로가 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 가심을 맞아 저희는 한 시대가 끝나가는 것을 실감하면서 저희 자신을 새삼 돌아봅니다. 회한과 부끄러움으로 가득합니다.

'천하의 리영희 선생님'이 여기 계셔서 진실을 더 보여주시기를 갈망하는 욕심은 이제 버려야겠습니다. 저희가 비틀거림 없이 진실과 사랑의 주체가 되어야겠습니다. 저희가 부족하지만 한 가닥 한 가닥의 사랑을 그물처럼 엮어 이 사회 맨 밑바닥에 깔아가는 정성을 다시금 모아야겠습니다.

저희 모두 사는 날까지 선생님이 그러하셨듯 '인간중심의 가치관'을 가지고 반인간중심적 가치관을 제압하기 위해 스스로 '의식화'하고 이웃도 의식화하면서 나날이 깨어 있는 삶을 살겠습니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거시는 희망이며 엄중한 지침으로 들립니다.

그리운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고맙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2010년 12월 8일 신인령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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