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출총제 폐지 이후 자산순위 상위 40대 민간기업의 계열사 수 증가율이 폐지 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하는 등, 최근 들어 상위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을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총제는 공정위가 정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순자산액의 일정비율을 초과하는 액수를 국내회사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장치다. 이 제도는 지난 2007년 기업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무력화됐고, 2009년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출총제 폐지, 재벌 '문어발 확장' 빗장 풀어
29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출총제 시행기간 적용집단의 연평균 실질자산 증가율이 4.93%로 비적용집단(6.94%)보다 낮았다.
그러나 출총제가 사실상 폐지된 2007년 이후 적용집단의 증가율은 15.82%로 비적용집단의 7.15%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았다. 출총제 폐지로 재벌이 자산을 빠른 속도로 늘렸음이 확인된 셈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출총제 시행기간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폐지 기간을 2007년 이후로 잡았다.
이에 따라 상위재벌의 계열사 수도 급증했다. 2001년에서 2005년 사이 출총제 적용집단의 평균 계열사 수는 26.7개에서 27.7개로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2007년 36.3개로 급증한 상위재벌의 평균 계열사 수는 올해 54.3개까지 급증했다. 2005년 대비 두 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704개이던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는 올해 4월 현재 1554개로 2002년 대비 120.73%(850개) 증가했다.
재벌총수만 이익?
출총제 폐지로 인해 늘어난 계열사들 대부분은 총수일가의 이익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2001년부터 지난해 사이 편입된 계열사 중 총수일가가 계열사와 공동으로 출자한 '공동출자계열사'의 연평균 부채비율이 그룹 전체평균보다 무려 24.24%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참여하지 않고, 계열사가 주축이 돼 인수한 '중심출자계열사'의 부채비율은 그룹 평균에 비해 10.38%포인트 낮았다.
평균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 역시 총수일가 지분이 포함된 '공동출자계열사'가 그룹 전체평균에 비해 각각 0.63%포인트, 0.13%포인트 높았다.
특히 출총제 폐지 이후 '공동출자계열사'의 연평균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 당기순이익률은 각각 129.35%, 7.23%, 6.41%로, '중심출자계열사'의 143.19%, 6.81%, 5.69%에 비해 모두 뛰어났다.
총수일가가 공동출자에 나설 경우, 그룹 내 우량계열사와 공동출자해 출자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한 증거라고 경제개혁연구소는 평가했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사의 지난 10년간 평균 부채비율은 그룹 전체에 비해 55.28%포인트나 낮았고, 영업이익률은 0.72%포인트, 당기순이익률은 1.51%포인트 높았다.
총수일가에 실질적인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 계열사의 경영실적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월등이 좋았던 셈이다.
▲출총제 적용집단과 비적용집단 평균 계열사 증감추이(단위: 개). 출총제가 효력을 잃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
"출총제 등 규제장치 부활시켜야"
경제개혁연구소는 "2000년대 중반 출총제 폐지 이후 상위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2000년대 후반부터 기존 출총제 적용집단을 중심으로 자산과 계열사 수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출총제 폐지가 상위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심화시킨 결과를 낳았다는 얘기다.
연구소는 "경제력 집중의 심화, 서비스업종으로의 비관련 다각화, 일감 몰아주기, 회사기회의 유용 등의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출총제 부활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
다만 "(현 정부 철학 상) 출총제를 부활시키는 게 어렵다면 기업집단법 도입,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체제에 대한 규율 강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회사기회 유용에 대한 규율 강화 등의 정책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소는 올해 4월 기준으로 55개의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1554개 계열사를 이번 보고서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공정위는 매년 4월 자산 5조 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을 선정해 관련 자료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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