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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종편의 광고 사냥, 여론 다양성 말려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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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종편의 광고 사냥, 여론 다양성 말려 죽인다"

[기고] 방송 공공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파업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투표율은 75.4퍼센트이고, 찬성률은 84.9퍼센트였다고 한다. 투표율과 찬성률이 이렇게 높았던 것은 그만큼 '미디어렙' 문제를 놓고 언론노동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심각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학생들 중에서 신문방송학 전공이 아닌 다음에야 '미디어렙'이라는 말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언컨대 열에 아홉은 멀뚱멀뚱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말뜻을 설명해준다고 치자. '종편'(종합편성채널)이 광고영업을 직접 하는 것과 미디어렙을 통해서 하는 것이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는 얼마만큼 이해할까? 언론노조는 이 어려운 싸움을 이제 시작한 것이다.

이승만 정권 시절 신문사 입장에서는 광고수입보다는 구독료 수입이 더 컸고, 언론통제 방식도 무식해서 말 안 듣는 신문은 그냥 폐간시켜 버렸지만,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광고의 비중도 커졌고, 언론통제 수법도 교활해졌다. 1965년의 <경향신문>사건이나 1974년 말부터 시작된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건에서 보듯이 군사독재 정권은 광고주들을 협박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수입원을 끊어버리는 식으로 언론을 통제했다.

1987년 이후의 민주화는 군사독재의 앵무새가 되었던 언론이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MBC와 KBS 등 방송은 일정하게 공공성을 회복했고, 방송에서 '땡전뉴스' 같은 창피한 왜곡보도가 사라진 것은 교육의 민주화와 더불어 민주정권이 출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일부 신문에 민주화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수구신문은 약자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마저 내팽개치고 기득권집단의 일원으로, 가장 전투적인 대변자가 되어버렸다. 인터넷의 발달과 방송의 영향력 증대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여 종이신문의 미래가 암울해지자 수구정치세력은 자신들의 대변자인 수구종이신문의 생명 연장을 위해 2009년 7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하던 방송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이 참여한 4개의 종편방송이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방송 광고직거래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종편이 4개나 출현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광고시장의 규모는 그대로인데 불가사리 뺨치는 식탐을 가진 짐승 네 마리가 좁은 풀밭에 풀린 것이다. KBS의 광고 폐지를 전제로 한 시청료 인상은 종편 몫의 먹이를 마련하기 위한 꼼수에 다름 아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는 지난 30년간 방송광고 독점판매체제를 유지해왔다. 이 방식도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방송사의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을 분리시켜 자본으로부터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한 지역방송을 지켜냈다. 이제 신문과 종편이라는 쌍권총을 든 조중동매가 기자를 앞세워 광고를 주면 홍보기사를 띄워주고 안 주면 나쁜 기사를 내보내는 식으로 파렴치한 직접 광고영업을 한다면 지역방송과 여론의 다양성은 다 말라죽고 말 것이다.

과거의 군사독재 정권은 비판적인 매체 하나를 대상으로 광고를 끊어 언론을 통제했다. "방송 때문에 10년간 정권을 빼앗겼다"는 황당한 인식을 가진 수구세력은 이제 자기네 채널에 광고를 몰아주고 나머지 매체는 아예 굶겨 죽게 만드는 방식으로 미디어 생태계 자체를 교란하려 하고 있다. '미디어렙'이니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이니 하는 말은 민주진영의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어쩌면 강 건너 불같은 이야기인지 모른다. '대의'로 보면 마땅히 방송의 공공성이 지켜져야 하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그게 깨졌다고 당장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거나 들어와야 할 돈이 안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기억해야 한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해방 직후 99.9999 퍼센트의 사람들이 친일파의 청산을 당연시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줌 그 자들에게 뚫려버렸던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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