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권 시절 신문사 입장에서는 광고수입보다는 구독료 수입이 더 컸고, 언론통제 방식도 무식해서 말 안 듣는 신문은 그냥 폐간시켜 버렸지만,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광고의 비중도 커졌고, 언론통제 수법도 교활해졌다. 1965년의 <경향신문>사건이나 1974년 말부터 시작된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건에서 보듯이 군사독재 정권은 광고주들을 협박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수입원을 끊어버리는 식으로 언론을 통제했다.
1987년 이후의 민주화는 군사독재의 앵무새가 되었던 언론이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MBC와 KBS 등 방송은 일정하게 공공성을 회복했고, 방송에서 '땡전뉴스' 같은 창피한 왜곡보도가 사라진 것은 교육의 민주화와 더불어 민주정권이 출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일부 신문에 민주화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수구신문은 약자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마저 내팽개치고 기득권집단의 일원으로, 가장 전투적인 대변자가 되어버렸다. 인터넷의 발달과 방송의 영향력 증대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여 종이신문의 미래가 암울해지자 수구정치세력은 자신들의 대변자인 수구종이신문의 생명 연장을 위해 2009년 7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하던 방송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이 참여한 4개의 종편방송이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방송 광고직거래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과거의 군사독재 정권은 비판적인 매체 하나를 대상으로 광고를 끊어 언론을 통제했다. "방송 때문에 10년간 정권을 빼앗겼다"는 황당한 인식을 가진 수구세력은 이제 자기네 채널에 광고를 몰아주고 나머지 매체는 아예 굶겨 죽게 만드는 방식으로 미디어 생태계 자체를 교란하려 하고 있다. '미디어렙'이니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이니 하는 말은 민주진영의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어쩌면 강 건너 불같은 이야기인지 모른다. '대의'로 보면 마땅히 방송의 공공성이 지켜져야 하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그게 깨졌다고 당장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거나 들어와야 할 돈이 안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기억해야 한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해방 직후 99.9999 퍼센트의 사람들이 친일파의 청산을 당연시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줌 그 자들에게 뚫려버렸던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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