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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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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의자

[한윤수의 '오랑캐꽃']<415>

우리 센터는 일요일날 15분 예배를 드리는 걸로 유명하다.
15분?
왜 그리 짧아?
일요일 하루 밖에 못 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날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예배 도중에도 계속 밀고 들어오니까.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다고
그 짧은 예배 중에도 헌금 순서가 있다.
그 시간에는 모두 일어나
노래를 부르며 헌금을 드린다.

그러나 안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예배를 드리는 직원 *태반이 크리스챤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태국 통역은 불교 신자고,
베트남 통역은 무신론자다.

하도 제 멋대로라 경고를 발했다.
"이 센터는 예수 정신으로 세운 겁니다. 여러분은 예수 덕에 월급 받는 거고. 근데 왜 안 일어나죠? 적으나면 일어나는 척이라도 해야지."
그 다음부터 거의 전부가 일어났다.

하지만
요안은 끝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아, 베트남인의 똥고집이여.
사회주의 무신론이여.

그녀 때문에 속 많이 썩혔다.
4년 동안이나.

근데 어느 날 예배에서
예수가 누구인지 설명하기 어려워
"말구유에서 태어났고 호치민 같은 사람이야."
하자 요안의 눈이 반짝거리며
"호치민 생가(生家)에 가보셨어요?"
"아니,"
"아주 조그만 초가집이구요. 가구라곤 나무 의자 하나밖에 없어요."
"호오. 그래요?"
"그럼요!"

그 다음 일요일
요안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심지어 *헌금까지 했다.

4년만의 기적이었다.

*태반 : 태반은 옛날이고, 현재는 직원 전부가 비기독교인이다.

*헌금 : 헌금은 한 달을 다 합쳐도 10만 원 미만이다. 이 돈으로 생일을 맞은 직원에게 3만 원씩 주고 나머지는 입원 중인 노동자를 위문하는 데 쓴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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