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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번엔 '영리약국'…정부의 '진짜 속내'는?"

[기고] 영리약국 뒤에 영리병원, 영리한의원, 영리치과 줄 섰다

기획재정부가 '영리약국'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대형 자본이 약국 체인점을 개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영리약국을 도입하면 "약국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약값도 싸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약국 재벌이 등장해도 약사가 늘어나지도, 약값이 싸지지도 않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영리약국을 도입하려는 정부의 '진짜 속내'는 "영리병원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영리법인 허용"에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 민영화의 전 단계가 바로 '상대적으로 만만한' 영리약국 도입이라는 것이다. 신형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회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 의약품을 중심으로 이미용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까지 판매하는 '드러그스토어'가 국내에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제품 제조, 유통까지 참여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드러그스토어' 사업에 속속 참여하면서 기존 영세한 '동네약국'과 화장품전문점은 고사될 위기를 맞고 있다. ⓒ연합

약국 체인점이 들어선다?

정부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장관 주최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서비스 산업 선진화방안의 주요 추진실적과 향후과제'를 통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및 제주도 내국인 투자병원(영리병원) 설립 관련 법안 처리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건강관리서비스, 원격의료, 의료채권발행 등 의료시장 선진화를 위한 의료관계 법령 처리에도 힘을 쓰고 약국법인 설립허용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한다"라고 발표하였다.

영리병원이나 건강관리 서비스법안 등은 의료민영화 추진의 과제로 인식되면서 많이 알려진 이야기여서 새삼스러운 게 없으나 약국법인 허용 약사법개정안 통과가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주제로 잡힌 것이 시선을 잡고 있다. 약국법인 허용과 서비스 산업 선진화 방안과는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기에 약국법인 허용에 정부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인가? 먼저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2009년 기재부가 추진하였던 '전문자격사 선진화방안'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2009년 당시 기재부는 서비스산업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미명 하에 서비스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전문자격사(예를 들면 의사, 변호사, 치과의사 등등)의 영역에 자본의 투자가 원활히 될 수 있도록 일반인들도 약국이나 의원, 치과의원 등을 개설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그 시발점을 약국영역에서부터 시작한다. 기재부의 용역을 받은 KDI는 우리나라의 약국이 1인 1약국으로 영세하고 소형약국 형태가 다수여서 서비스의 발전이 어려우므로 자본의 투자를 통해 대형화 조직화를 이루어서 서비스 선진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약국에 주식회사형태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영리법인 도입되어야 한다면서 자본의 투자가 용이한 형태로 규제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마침 국회에는 약국법인과 관련한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2002년 헌법 재판소는 약사만이 약국개설을 할 수 있다는 법률조항이 헌법과 불일치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약사로 구성된 법인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고 판결을 하였다. 그 이후로 2004년 출범한 17대 국회에서 약국법인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2008년 18대국회에서 다시 약국법인이 상정되게 된다. 현재 국회보건복지위에 상정된 약국법인의 내용을 보면 10년 이상 경력약사만이 개설할 수 있으며 1법인 1약국, 그리고 참여자가 무한 책임을 지는 합명회사로 할 수 있게 상정되어 있다. 2004년 이후로 현재까지 수년 동안 여러 번 논의를 가져왔으나 약국법인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하지 못하였는데 가장 큰 이유는 민법에 바탕을 둔 비영리법인으로 갈 것인가 상법을 바탕으로 하는 영리법인으로 갈 것인가에 대해서 결론을 못 내렸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재벌약국 3개 그룹이 시장의 97% 점유

정부의 생각은 약국영리법인 허용을 통해 자본의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고 자본의 투자가 원활히 되는 상황을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라고 판단하고 있는 모양인데, 약국영리법인 허용이 국민에게 득이 별로 없는 반면 보건의료계에 끼칠 악영향은 크다는 점에서 절대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안 된다. 우선 영리법인도입을 통해 약국이 대형화되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후생이 높아진다는 정부의 판단은 사실과 다르다. 2009년 나왔던 자료를 보면 나열하고 있는 효과가 약국의 대형화나 조직화를 통해 약국의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며 약국 간 경쟁으로 인해 약값이 떨어지므로 소비자의 후생이 늘어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약국의 대형화와 조직화가 약국서비스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사실 상관관계가 없다. 약국에서 일하고 있는 약사의 약에 대한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 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되는 것이지 규모하고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그리고 공급자간의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도 별로 근거가 없다. 의사의 처방전을 통해서 구입할 수 있는 처방약의 규모가 비처방약보다 금액으로 따지면 9:1정도로 압도적으로 큰 상황인데 처방약은 일절 마진이 없다.(혹시라도 마진이 생긴다면 당국에 실제 거래가로 신고해야한다) 그리고 처방을 통해서 소비자한테 받은 약값을 할인해주면 환자 유인행위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면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비처방약인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가격하락 효과가 실제로 있을지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 기재부는 어디서 얼마만큼의 가격하락이 있고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로 이익이 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길 바란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약국영리법인 허용이 소비자의 후생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2005년도 자료(Anders, 2005)에 의하면 아일랜드와 노르웨이의 경우 비약사 약국개설이 허용된 이후 상황을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급자간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일랜드는 2001년 3개의 약국체인이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독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노르웨이의 경우도 약국체인과 도매상과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2004년에 3개 그룹이 시장의 97%를 차지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가격경쟁을 통한 소비자의 이익도 별로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가격경쟁을 통해 정부의 약제비 감소가 정책적 목표였으나 가격경쟁이 일어나지 않아 효과가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노르웨이 보건부 평가에 따르면 소비자나 정부에게 이득이 된 것도 별로 없고 서비스도 개선된 것이 없다고 하였다. 반면 약사 의견조사에 따르면 75%가 전문성과 상업적 이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도에 나온 유럽의 자료에서도 규제 완화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6개국(아일랜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핀란드, 오스트리아, 스페인)을 비교 발표하였는데 비약사 개설로 인한 규제완화가 의약품 지출비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약국의 대형화를 통해 약사가 많이 상주하므로 약사서비스의 질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과 달리 비약사 개설이 허용된 노르웨이와 네덜란드의 경우는 인구 1만 명당 1.7명, 2.1명으로 비약사 개설이 허용이 안 된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페인과 같은 국가에 비하여 약사 숫자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약국은 영리병원 허용하기 위한 전 단계

다음으로 약국영리법인 허용이 다른 분야의 영리법인 도입이라는 연쇄반응을 가져온다.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약국영리법인 허용은 시발점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이 통과된다면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 영역도 똑같은 논리로 영리법인이 추진될 것이다. 일종의 나비효과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거론된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통해서 자본의 투자를 용이하고자 하였던 목표가 의료민영화 반대라는 전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진행을 하기가 어렵게 되자 우회로로 생각한 것인 전문자격사 선진화방안이라는 분석도 있다. 약국법인과 관련하여 국회를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던 필자는 의무법인(의사들이 공동 출자하거나,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개설하도록 한 법인 <편집자>), 치과법인 등이 대기하고 있다면서 약국영리법인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세력이 있는 것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약국영리법인 허용은 보건의료 분야에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며 결국 종착점은 의료민영화로 귀결될 것이다.

셋째로 현재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은 약사만이 설립할 수 있고 10년 이상의 경력자만의 개설 허용, 1법인 1약국 허용으로 규제 장치를 까다롭게 해놓았으니 영리법인이여도 상관없다는 의견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약국영리법인의 허용을 그동안 줄곧 이야기한 곳은 경제를 관장하고 있는 기재부이고 기재부의 생각은 모든 형태의 영리법인 허용이다. 기재부가 언론을 통해서 이야기한 것은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합명회사 형태의 약국법인 허용이나 법안심사를 통해서 세부내용의 변경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상정된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원안대로 통과된다하더라도 영리법인의 물꼬를 낸 이상 자본의 투자를 용이하기 위한 논의가 봇물처럼 터질 것은 명백하다.

그동안 보험업법 추진과 병원의 영리법인 도입과 관련하여 정부는 소수에게만 이익이 갈 정책을 독선적으로 추진해왔고 공공성은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이 사안도 마찬가지이다. 본질적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자 하였던 목적과 약국영리법인을 허용하려는 목적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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