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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역사와 평화가 만나다

['교과서 전쟁' 현장에 가다⑧] 韓·日 연대의 발판 다져

지난 7월 21일부터 22일까지 오키나와에서 최초로 한일 교과서문제 연대집회가 열렸다. 2001년 일본 교과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한국은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아시아역사연대)가 중심축이 되어 일본 도쿄, 오사카, 히로시마, 에히메, 훗카이도 등 각 지역의 풀뿌리 운동과 연대하면서 일본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역사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운동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오키나와의 경우 마땅한 접촉점을 찾지 못해왔다. 2007년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오키나와 집단자결에 관한 서술이 문제가 되면서 오키나와 현민들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등 대대적으로 교과서 개선운동이 확산되었다. 오키나와 집단자결과 관련한 교과서 개선운동은 2001년 이후 일본 교과서문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중요한 운동이었다.

그후 2007년 한국에서 열린 남경대학살 70주년 심포지엄에서 오키나와 집단자결에 관한 보고가 있은 후 한국도 이 문제를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그동안 오키나와는 주로 미군기지, 해군기지 등과 관련하여 한일간 연대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한 이렇다 할 연대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키나와와 한국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올해 또 다시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서 오키나와 집단자결에 관한 서술이 문제가 되었다. 지유샤와 이쿠호샤는 오키나와 집단자결의 책임이 마치 미군에 있는 것처럼 기술하는 등 현저하게 역사를 왜곡했다. 오키나와 교과서문제는 더 이상 오키나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일간 연대활동으로 지평을 확대할 계기가 되었다. 이번 오키나와 방문은 일본의 또 다른 주변인 오키나와문제를 통해 일본 교과서문제를 생각하고, 한일 연대를 고민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류큐대학에서 공동수업에 나서다

21일 류큐대학의 사회과교육 강의시간. 오후 12시 50분부터 이 대학 야마구치 다케시 교수와 한신대 안병우 교수(아시아역사연대 상임공동대표)가 함께 공동수업에 나섰다. 학생들은 대학교 2학년에서 4학년까지 사회과 교사를 지망하는 대학생들이었다. 여기에는 이 수업을 듣지 않는 몇몇 학생들과 교수들도 참여했다. 주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본 중학교 교과서 문제와 독도문제였다.

학생들은 독도문제에 관한 한일 교육의 현실에 대해 질문하면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학생들은 양국 간 쟁점이 되고 있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당사자인 한국인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예비 사회과 교사들인 학생들이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교과서 채택 제도와 교과서 내용에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앞으로 이같은 한일 공동수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미래 세대들이 양국에 대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

긴급 오키나와 시민집회

오키나와 사람들은 오키나와 집단자결로 인한 전쟁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오키나와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평화운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전쟁을 찬미하는 위험한 교과서를 절대 학교 현장에서 채택시킬 수 없다는 공감대가 시민사회에 전반적으로 확산되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오키나와에서도 위험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데, 오키나와 야에야마(八重山)의 경우 시장이 보수주의자로 바뀌면서 교과서 채택 제도가 불투명해지고 교육위원도 상당수 보수계 인사가 포진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오키나와 시민운동진영의 움직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오키나와의 현지상황은 때마침 한국 아시아역사연대가 방문하자 상승작용을 일으켜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짧은 시간에 준비된 집회였지만 100여 명이 교육복지회관을 꽉 메웠고 매우 진지하게 경청했다. 한국 강연자로 나선 필자는 문제가 되는 이쿠호샤와 지유샤의 불채택운동과 함께 근본적으로 교과서의 내용과 제도를 개선하는 운동으로 나가야 한다는 요지로 발언했다. 지난 10여 년간 일본교과서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기에 교과서 내용을 개선하는 일과 교과서 채택제도를 보완하지 않고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한국의 문제인식을 전달한 것이다. 이에 참석자들은 동감을 표시하였다.

▲ 오키나와 시민집회 장면.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오키나와 현의회 의장과 간담회

오키나와 야에야마가 위험하다는 정보를 접하고 아시아역사연대 방문단은 오키나와 교직원노동조합과 함께 원래 예정에 없던 다카미레 젠신(高嶺善伸) 오키나와 현의회 의장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다카미레 현의장은 야에야마 출신으로 오키나와에서 절대로 지유샤와 이쿠호샤와 같은 교과서가 채택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안병우 상임공동대표는 한국의 수정요구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오키나와 지역이 자존심을 걸고 문제가 많은 교과서를 채택하는 선례를 남기지 말 것을 당부했다.

2박3일간의 오키나와 방문은 향후 일본교과서문제로 한국과 연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으며, 평화의 섬 오키나와에서 평화운동과 역사화해운동을 함께 만들어내는 좋은 모델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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