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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학교 송년특집 <남해 바닷길의 겨울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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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토학교 송년특집 <남해 바닷길의 겨울나그네>

[알림]답사 키워드는 '진주-남해-고성-통영 블루투어리즘'

다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안으로 깊이 성찰하며 '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국토학교(교장 박태순. 소설가)가 제20강을 송년특집으로 준비합니다. 이번 답사 주제는 <남해 바닷길의 겨울나그네>이며 답사 키워드는 '진주-남해-고성-통영 블루투어리즘'입니다.

▲ V자 모양의 대나무 정치망인 죽방렴과 함께 하는 일몰 광경은 남해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장관이다. ⓒ최진규

12월의 둘째 주말인 11-12일 1박2일로, 남해의 넘실대는 겨울바닷가에서 진주-남해-고성-통영땅을 밟으며 올 한해 수고한 '나'와 오붓한 이야기 시간을 니눠보십시오.

<답사지 배경 설명>

아침에 해돋이를 맞이하고 저녁에 해넘이를 넘기면서 우리의 일상(日常)이 이루어지듯이 신년의 새해맞이와 송년의 묵은해보내기로 한 해의 연사(年事)가 마무리 되게 마련이다. 작년 12월의 국토학교 제9강은 <동해에서 묵은해 보내기>라는 주제로 강릉-동해-울진-삼척 일대를 답사했는데, 올 12월은 <남해 바닷길의 겨울 나그네>라는 주제로 진주-남해-고성-통영 일대 해변을 헤매 다니고자 한다.

태양 자체로서야 묵은해와 새해가 따로 나뉠 턱은 없지만 우리는 묵은해 보내기(송구)와 새해맞이(영신)의 세시풍속을 통해 천지인 합일의 순환과 연속을 확인한다. '망년(忘年)'이라는 것은 한국 전통문화에는 없었던 망발의 발상일 따름이고 어디까지나 <송년(送年)>의 경건함으로 한 해를 돌아보아 자신의 마음가짐부터 가다듬었던 것이었으려니….

2010년의 해 끝에 1박2일의 빠듯한 겨울 나그네 여로일망정 남해안 일대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늘의 교통 환경 덕분이 있다. 예전에는 '진주라 천리 길 내 어이 왔던고' 노래하면서 멀게만 여겼지만 '대전-통영 고속도로(35호 노선)'의 관통으로 다도해-한려수도의 바닷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해 해양성문화가 전국 생활권 속으로 새롭게 편입된다. 예컨대 남해군청은 <국제 해양관광도시>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고도 있다. 내륙관광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해양관광'을 권장하게 된 것은 오대양육대주를 한껏 펼쳐놓는 워터프런트의 '블루 투어리즘'이 우리의 삶 자리를 한껏 넓혀놓는 장쾌함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길을 '녹색길'이라 하여 <그린 투어리즘>이 마련되고 망망대해의 창창함을 맛보는 해변 길을 '청색길'이라 하여 경관 좋은 바다를 찾는 것을 <블루 투어리즘>이라 한다.)

이번의 남해안 답사는 첫 행선지로 진주 촉석루를 찾고자 하는데 이곳에서 김덕현 교수(경상대, 지리학)의 특강을 마련한다. 문화재청의 문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하기도 한 김교수는 국토의 문화역사지리 탐구와 함께 에드워드 렐프의 <장소와 장소 상실>이라는 저서를 비롯하여 외국의 현대지리학 연구서들을 국내에 소개하기도 하였다. 전통적인 '장소 경험'이 근대산업문명이 자행하는 '장소 상실'의 개발정책에 의해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가 하는 환경지리학 탐구에서도 그는 중요한 업적을 쌓기도 하였다.

남해를 동남해-중남해-서남해로 나누기도 하는데, '중남해 지역'에서는 전통시대의 장소 기억과 근대시대의 새로운 장소 기억에 관한 문화지리를 어느 지역보다 심도 있게 통찰할 수 있다고 한다. 거대공업단지가 되고 있는 동남해-서남해에 비하자면 중남해는 자연환경-인문환경-산업환경의 세 요소를 아직까지는 혼란스럽지 않은 지형 지리로 함께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지리산을 등 뒤로 짊어지고 눈앞으로 태평양을 틔워놓고 있는 진주 문화역사지리는 특히 <한려수도>의 서부권역 중심지 역할을 하는데 바다 넘어 남해군으로 들어가자면 서쪽의 남해대교(현수교, 1973년 준공), 동쪽의 삼천포-창선 대교(사장교, 2003년 개통)가 '양 다리'를 걸쳐놓고 있으니 예전의 섬 마을 풍정과는 달라졌다. 이번에는 사천시 곤명면의 다솔사 행로부터 택하여 남해대교를 경과한다. 효당 스님(최범술)의 족적이 어려 있는 다솔사는 해남 대흥사, 하동 쌍계사와 함께 한국 다도의 명소를 이루고 있다.

남해군은 남해도와 창선도의 두 섬을 비롯하여 유인도 3개와 무인도 65개로 이루어져 있다. 대체로 영어의 'H'라는 글자 모양처럼 생겼는데 왼쪽이 남해도이고 오른쪽이 창선도이다. 그런데 이 섬 지역의 형상을 'H'라는 글자 모양보다는 양 날개를 활짝 편 호랑나비의 모습에 비정시켜 보고 싶다. 꿈속의 나비가 나인가, 꿈 깬 뒤의 사람이 나인가 하는 장자의 '호접몽'과 흡사한 판타지 산보를 이 일대 해안 숲길에서 환각적으로 체험해보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해군의 남해도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 다음 가는 국토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고 그리고 창선도는 11번째로 큰 섬인데 두 섬을 합쳐서 동서 약 26km, 남북 약 30km의 길이이다. 그렇지만 해안선은 아주 복잡다단하여 그 길이가 302㎞에 달한다. 워낙 들쑥날쑥 형세인 데다가 양 날개를 활짝 편 나비가 퍼덕거리기라도 하는 듯 모든 길들은 오르락내리락 율동을 거듭하고 있기도 하다. 군내 도로망 중에서도 해안 일주의 환상(環狀)도로가 실로 환상(幻想)의 경관이다. 계절마다 다른 옷차림이고 아침저녁의 햇빛 따라 물빛 따라 별난 태깔이다.

'남해 금산 보리암'의 일몰-일출 경관은 특히 장관을 이룬다. 비단 산, '금산(錦山)'이란 산명과 '보리암'이라는 절 이름은 조선 개국 시대에 이성계가 붙인 것이지만, 이미 신라시대부터 참으로 중요한 해수 관음 도량이었으니 원래는 보광산(普光山) 보광사라 불렸다. 방광(放光), 곧 중생의 고통을 씻어주는 대자대비 해수관음의 빛줄기를 바다로부터 맞아들여 원효는 663년(문무왕3)에 보광산을 '개산(開山)'했다고 기록된다.

금산 보리암이 남해 섬의 정신문화를 표상한다면 '다랑이마을'인 가천부락은 섬마을 물질생활의 강인함을 구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나비 모양의 남해에서 왼쪽 날개의 아래쪽 끝부분에 해당되는 곳에 '단애절벽'이라 표현해야 할 만큼 태평양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경사 급한 수직공간의 지형이다.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자연환경에 인간 삶이 적응되기 위한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로 이 마을의 독특한 경관이 이루어진다. 수직공간을 개간하여 힘들고 어렵게 수평공간의 층층다리 계단식 농토(다랑이)의 틈바구니를 마련한다. '땅 없는 설움(토지기근)'에 얼마나 겨웠기에 삿갓 하나라든가 치마 한 폭 얹을만한 크기의 삿갓배미며 치마배미, 여인의 눈초리처럼 가늘게 뻗은 반달배미, 장고 악기 모양이라는 장구배미 등등의 다락논을 일구어냈을 것인가.

'물미해안'은 남해 삼동면 물건리에서 미조리에 이르는 30리 해안 길을 가리키는데 미조 항 일대의 방풍림은 물론이려니와 물건리 주위의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 천연기념물 150호)이 참으로 대단하다. 팽나무 상수리나무 참느릅나무 등 2천여 그루와 보리수 동백 광대싸리 등 8만여 그루로 조성된 울창한 숲이다. 가천 다랑이 논밭이 농업생산력 제고의 필요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듯이 이 수림도 해풍을 막고 물고기들을 살찌우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시킨 것이련만 어쩔 것인가. 워낙 국토강산이 굶주리고 헐벗은 몸차림이 되어 가는지라 생민들의 생존 필요성으로 조성시킨 물건리의 방조림이 오늘에 와서는 전혀 다른 용도로서 '물건 값'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중이다. 해안경관을 살찌우게 하는 3백여년 대물림 숲을 더욱 알차게 가꾸려는 조림사업은 지금도 꼼꼼하게 계속되고 있다.

'창선-삼천포 대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을 선정할 적에 당당히 1등의 대상을 받았던 '명품도로'로서 각광을 받는다. 물과 섬과 뭍(육지)이 한바탕 춤사위를 벌이는 자연경관과 토건기술이 가공해내는 '문명경관'이 제대로 화합을 하면 우리의 국토경관이 얼마든지 무한한 가능성의 '금수강산'을 연출해낼 수 있음을 일깨우게 한다. 창선대교의 개통으로 특히 남해군 삼동면의 지족(知足) 마을과 지족해협의 인문환경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남해대교가 놓인 노량해협은 수심이 깊고 물살이 급하지만 지족해협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심이 얕은데다가 간만의 차이가 심하다. 이러한 자연환경의 메리트를 충분히 활용하여 '죽방렴'의 어업이 이루어진다. 대나무 그물들을 'V자 형태'로 촘촘히 박아 물고기들을 가두어 포획하는데 오늘에 인기 있는 관광명품의 이색경관으로 각광을 받는다. 지족해협의 자연지리 특성이 인문지리의 혜택을 주게 하여 자연-생태-원시어업의 문화유산 합작품을 조성시키게 했다. 전국 도처의 죽방렴들은 거의 모두 사라져버렸지만 유독 이곳의 전통어업이 살아남게 된 필요충분조건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서쪽으로 진주-사천과 동쪽으로 마산-통영에 포위돼 있는 고성군(固城郡)은 강원도의 고성(高城) 못지않게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수려한 경관의 이 남해안 고을은 달라진 교통 환경에 맞추어 <자연과 함께 슬로우 여행>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관광산업을 진흥시키려 하는 중이다. 선사시대의 공룡발자국 해안을 비롯하여 고대의 소가야 왕국 유적, 무형문화유산인 고성 오광대놀이, 전통농촌마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학동 돌담길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다 쪽으로는 한려수도와 진해만으로 이어지는 고성만의 해안에 크고 작은 항구와 포구들이 가지런하고, 중앙부에는 비교적 넓은 평야지대를 펼쳐놓고 그리고 북서쪽으로는 병영산맥(兵營山脈)이 가로질러 문화유적들을 갈무리한다. 여유를 갖고 찬찬히 톺아보고 싶으나 이번에는 공룡 해안과 학동 마을을 더듬어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동양의 나폴리'라 하는 통영(統營) 시내로 들어간다. 한때에는 '충무시'라 하기도 하였던 이 항구도시에 켜켜이 쌓인 아기자기, 알콩달콩, 올망졸망, 아롱다롱의 사연들과 문화예술, 전통공예, 해양역사를 어찌 한 아름으로 짚어낼 수 있을 것인가. 도심지대의 아득바득한 뒷골목들과 삐뚤빼뚤 물양장 부두들을 헤매고 싶은 것을 눌러 참고 명품 해안일주도로에 놓인 다라공원(또는 달아공원)을 찾고 전망대 구실이 높직한 미륵산에 오르기로 한다. 이은상 시인의 표현처럼 남해 바다를 눈과 귀만 아니라 앞가슴 열어젖혀 부딪치고자 한다. 더구나 따뜻한 남쪽나라의 겨울나무들은 앙상하지 않으니 바다를 향해 두 팔 벌린 꿈나무들을 만나보려고 한다.

<안내> 남해안 답사에는 선인들이 남긴 여행문학의 문화유산들을 안내 지침서로서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퇴계 이황의 <촉석루> 시편, 원효의 해수관음신앙과 혁범성성(革凡成聖), 이성복의 <남해 금산> 시편, 고두현의 <물미 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시편, 삼천포가 고향인 박재삼의 <천년의 바람> 시편, 백석의 <통영2> 시편, 김상옥의 <봉숭아> 시편과 이와 관련된 해설을 첨부하여 국토학교 카페에 곧 올려놓기로 합니다.

국토학교 카페 바로가기 : http://cafe.naver.com/dadsaschool

국토학교 카페는 우리 시대의 올바른 국토문화를 견인해내려는 아카이브[문서보관소]이며 아스날[정보창고]이 되고자 합니다. 참여와 활용의 기회를 누리기 바랍니다. 이와 함께 제20강에 이르는 국토학교 강의록들은 프레시안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로 들어가 <공동체-지난 강의> 사이트를 검색하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바로가기 : http://www.huschool.com/

<답사 일정>

<12월 11일(토)>

06:30 서울에서 출발(하루해가 짧아진데다가 진주라 천리 길의 장거리 이동이므로 일찍 출발합니다. 6시 20분까지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유진여행사 경기76아 6704호에 탑승바랍니다.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11:00-11:40 진주 촉석루에서 김덕현 교수 특강

진주 촉석루는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3대 누정으로 꼽히는데 매년 늦가을의 남강 유등(油燈) 축제가 장관을 이룬다. 임진왜란 당시의 논개의 애절한 사연이 깃들기 이전에 무엇보다도 영남 선비들의 '마음의 고향'이었다. 진주박물관은 '서부경남'이라고도 하는 이 지역의 문화전통이 어떠한 특성을 지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덕현 교수는 지리산과 남해 해양문화 역사지리학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정평을 얻고 있다. 그의 국토학교 특강은 남해안 블루 투어리즘에서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전통지리의 계승과 지속가능의 개발지리를 아우르는 <남해한 불루오션>의 전망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12:00-12:40 점심식사 (진주시)

13:10-14:00 다솔사 탐방 (사천시 곤명면 용산리)

만해 한용운과 효당 최범술의 불교청년운동 결사체 <만당(卍黨)이 조직된 곳이 다솔사였다는 사실과 함께 지난 시절의 민주화운동에서도 이 사찰은 지역문화운동 본부 역할을 맡기도 하였다. '다솔사'라는 사명(寺名)도 의미심장한데 '많이 거느리는' 절집이라는 뜻과 함께 솔숲이 울창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대양루'는 조선 누정건축의 걸작이라 할 수 있고 봉명산 위쪽에 있는 '보안암 석굴'은 고려 후대에 조성된 것으로 경주 석굴암과 유사하며 고승석덕들의 득도 도량이었다. 김범부-김동리 형제의 자취도 남아 있는데 한국고대문화에 관한 연구(형)와 소설 <등신불>의 창작 구상(아우)이 이루어진 곳이었다.

15:20-16:00 남해대교와 가천 다랑이 마을 (남해군 남면 홍현리)

남해대교는 하동군 노량리와 남해군 노량리의 두 노량 마을을 연결하는데 길이 660m, 높이 80m의 현수교로서 노량해협의 거센 물결에 어려 있는 남해 해양문화를 되짚어보게 한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적지였던 노량해전(1588, 음력 11.19)은 영국 넬슨제독의 트라팔가 해전(1805, 10. 21)과 마찬가지로 세계해양사 유적지로 올바르게 기림을 받아야 하며 아울러 <구운몽>의 작가 서포 김만중을 비롯하여 숱한 유배객들의 거친 뱃길 도해 사연들도 더듬어 보아야 한다.

가천 다랑이마을은 2005년에 문화재청이 <명승 15호>로 지정을 하기도 하였는데 가파른 산비탈에 100여 층이나 되게 온갖 곡선 형태의 주름을 잡아 사닥다리 논들을 켜켜이 집적시켜 <자연과 인간의 합창교향>을 연출한다. 지리산 일대의 층계 논들은 그래도 개간의 여유가 있지만, 이 마을은 단애절벽의 뒤통수에다가 눈앞으로는 일망무제의 바다에 붙들려 있어 촌토척지(寸土尺地)라도 아쉬워하게 되어 있는 생활공간의 절박함이 기묘절묘의 장소문화-풍경문화를 생산해낸다. 더구나 남해라 하기보다는 태평양이라 해야 할 대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온갖 풍파와 파란을 견뎌내야 하고 걸핏하면 무너져 내리는 다랑이논의 갈무리마저도 고달프기만 한 환경이었다.

그런데 자연농경문화의 명승을 보여주던 이 마을이 '명승지'로 지정된 이후 외려 본디 풍경이 변질되고 있다. 바깥 세상에 들통 날 일이라곤 없었던 마을이 '관광객'에게 와락 들켜버려 엉뚱한 눈요기의 마을개조사업으로 본색을 잃고 있다. 위쪽의 다랑이는 아예 무슨 원예단지처럼 되어버리고 아래쪽 해안단구에 모셔져 있던 '미륵당산'의 신성공간이 왜곡 구성되고 있다. 마을 수호의 숫미륵-암미륵 한 쌍으로 이루어진 부부 미륵바위 당산이 '오리엔탈리즘'의 이색 경물로 둔갑되고 있다. '국토학교'는 그 양면성(자연경제시대의 경승문화/ 레저관광시대의 상품문화)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16:30-18:00 물미해안 해넘이 블루 투어 (남해 삼동면 물건리∼미조리)

물건리(勿巾里)는 두건이든 망건이든 갓이든 어떠한 머리쓰개라도 쓰지 않았던 바다마을이란 뜻이 되겠는데 한려수도 지역의 강인한 민중문화를 표상하는 지명이겠다. 바닷가에 조성시킨 <방조어부림>은 태풍과 염해로부터 마을을 지켜주고 물고기를 모으게 하는 천연양어장의 몫을 톡톡히 해왔는데 이러한 녹색-청색환경이 내방자들의 감탄과 찬사를 받는다. 인근에는 가짜 모방 아니라 진품 펜션이라 할 독일마을이니 영국마을이니 하는 로맨스그레이의 문화촌들이 이채를 보태주기도 한다.

미조 항은 얼핏 미조(美造)의 항구로 조성된 곳인 듯한 연상 작용을 일으키게 한다. 실제로도 '미항'임에 틀림없지만 한자표기는 미조리(彌助里)가 되는데 미륵부처의 도움을 받아 생성된 곳이라 하니 '전설 따라 삼천리'의 바다사람 염원을 간직한다. 금산 보리암의 쌍홍문을 지나 산상에 오르면 북쪽의 지리산 천왕봉에서 남해 금산으로 이어져 미조 항을 지나 세존도라는 섬으로 닿는 <G선상의 아리아> 같은 율동적인 맥류(脈流)를 한눈에 살피게 된다. 이곳 전설에 의하면 석가세존이 세존도에서 돌로 만든 배를 타고 미조 항에 상륙하고(어찌하여 세존께서 미륵의 조력을 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어서 금산의 쌍홍문을 통과하여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지나간 코스라더라 하는 것인데 미조 항구가 남해 환경지리학의 중요 거점이라는 것을 참으로 흥미롭게 알도록 해준다.

물미해안 해넘이 낙조풍광의 현란함, 그리고 금산 보리암 옛터의 일출 해돋이 해수관음 환희심 풍광은 쌍가락지 문화체험이 된다. 하루 밤 숙박으로 저녁나절의 바다노을 경치를 먼저 누리고 이어서 새벽 첫 햇발의 산악에서 망망대해를 전망해 보는 것이야말로 <블루투어 추억여행>의 명품 파노라마가 되리라.

그중에서도 물미해안의 물건-은점-대지포-노구-가인포-항도-초전-미조 항구로 이어지는 30리 바닷길은 빼어난 경관들만 주렁주렁 매달아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을 마을마다 온갖 전설들 또한 주저리주저리 맺혀 있음을 만끽해 보게 한다.

18:20-19:00 저녁식사 (미조면)

19:30 숙박 (미조면 송정리의 <항도 체험마을>)
055-867-4348/ 010-5162-1727

▲ 금산 보리암의 여명. 소금강 또는 남해금강이라 불리는 삼남의 명산 금산(681m)은 기암괴석들로 뒤덮인 38경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산 위 보리암의 일출은 3년 동안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 할 만큼 그 모습이 장엄하다. ⓒ한봉재

<12월 12일(일)>

07:00-08:00 금산 보리암(681m) 해맞이
(남해군 이동면/ 상주면)

불교문자 중에서 '개산(開山)'이란 표현을 깊게 음미해볼 까닭이 있다. 자연의 산만으로서는 제대로 산을 여는 것이 아니며 '상구보리-하화중생'이라는 깨달음의 성소로 거듭 태어나도록 해야만 비로소 산을 여는 것이 된다는 헤아림이 장중하기 때문이다. 양양 낙산사, 강화읍 보문사와 함께 원효가 개산 개창한 남해 보광산-보광사 옛터를 국토의 3대 해수관음으로 꼽거니와 이러한 보광산을 비단 산이라는 뜻의 금산(錦山)으로 개명시킨 이성계의 설화도 관심을 모은다.

<금산 38경>이라 한다. 이 산이 서른여덟 경승을 품어 안고 있다는 것인데, 마지막에 해당되는 제37경은 '노인성(老人星)'이고 제38경은 '일출경(日出景)이다. 노인성은 남극성을 가리키는데 국토 남단에 놓인 이 산에서 아주 밝게 보인다는 것이니 금산의 천문지리학이 이미 국토 속에서도 유별났다는 것을 알게 한다. 춘분 때에는 술시, 곧 밤 10시경에 또렷하고 그리고 추분 때에는 인시 곧 새벽 6시경에 밝게 빛난다고 한다. 국토학교는 새벽 나들이로 38경인 일출경을 맞이하고자 하는데 상주리에서 1시간 30분 가량 걸리던 도보 산행 길만이 아니라 반대 방향의 복곡 저수지 쪽에서 자동차를 타고 올라가는 진입로가 새로 생겼다.

08:40-09:20 아침 식사 (남해 )

10:00-10:30 고성 공룡발자국 해변 산책 (고성 하이면 덕명리 상족암 일원)

공룡시대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고성 공룡 세계엑스포>가 2006년부터 개최돼 오고 있다. '백악기 공룡나라'라는 랜드마크가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는데 이 일대의 당항만 당항포는 임진왜란 당시에 이순신 함대가 두 차례에 걸쳐 승전보를 올린 전적지이기도 하다.

10:50-11:20 고성 학동마을 돌담길 산책 (고성 하일면 학암리)

학동마을은 진주 최씨의 세거지 집성촌인데 서기 1670년경에 입향조(入鄕祖)가 학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의 마을을 꿈속에서 보고 그러한 고장의 장소를 마침내 물색하게 되어 정착했다고 한다. 전통부락의 생태환경이 그대로 살아 있고 특히 옛 담장의 정취를 한껏 자아내는 돌담길의 행보를 누리기 위해 외래객이 몰려오는 곳이 되고 있다.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의 너무 급속한 진행으로 전국 농촌 취락구조를 변개시킨 나머지 이미 198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옛마을운동>의 민속촌 조성사업들이 일어나게 했지만 이 또한 비현실적인 복고주의 경향의 폐단을 낳기도 했었다. 따라서 새마을사업이라든가 옛마을 되살리기와 같은 인위적인 개조를 겪지 않아도 되었던 학동마을의 생활공간문화는 더욱 소중하기만 하다. 지속가능한 개발 못지 않게 지속가능한 미개발의 아름다운 가치를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라든가 노르웨이의 산촌 마을에서만 찾아다니려 할 일이 아니다.

12:00-12:40 점심식사 (통영시 )

13:00-13:30 다라공원(달아공원) 해안경관 산보 (통영 산양면 해안일주도로)

전통시대의 도시와 근대시대의 도시는 아예 단절관계이지만, 극히 예외적인 접속관계의 지방도시들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항구도시 통영시를 첫 손가락으로 꼽고 싶다. 대도시의 기준과는 다르게 중소도시의 생활에는 <미운 정 고운 정>의 알뜰살뜰한 고단함과 고달픔이 묻어나는데 고만고만하게 애간장 녹이는 그리움과 찌들어 든 살 냄새도 껴묻는다. <김약국의 딸들>이라는 박경리 소설 속의 딸들은 통영시에서 그저 뽀로통하게 불행하기만 했던 것이었을까. 남해안 항구도시들에 대한 집착이 강한 시인이자 화가인 이제하는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하였는데, 통영 다라공원 산보의 나그네가 되어 통영 갓, 통영 소반, 통영 가구, 통영 칠기의 '헤리티지'와 '앤티크'를 나의 발자국에 담아보려 한다.

14:50-14:30 미륵산 케이블카 전망대

짧아진 해거름 탓을 해본다. 배 띄워 한산도를 찾지도 못하고 '윤이상 거리'를 걸으며 그의 <예악>, <심청>, <광주여 영원히> 음악을 듣지도 못한다. 다만 '미륵산 한려수도 케이블 카'에 올라 461m의 산 위에서 통영만 겨울바다의 풍경사냥으로 지난해와 새해의 고픔과 아픔, 꿈과 희망을 아로새기고자 한다.

14:30 서울 향발

국토학교 12월 참가비는 18만원입니다(교통비와 숙박비, 4회 식사와 뒤풀이, 입장료, 여행보험료,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master@huschool.com으로 해주세요.

국토학교는 2009년 4월에 개교하여 국토답사를 매월 빠짐없이 해왔는데 국토강좌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2009년>
제1강 (4월): 남한강 뱃길 따라 영남대로 옛길 따라
제2강 (5월): 영남 전통마을 순례 (답사 키워드 - 산은 책이다)
제3강 (6월): 호남의 누정문화 원림문화 (풍경의 발견과 재발견)
제4강 (7월): 북강원의 요산요수 (동해안 풍류길 되살린다)
제5강 (8월): 내포지방에 부는 바람 (백제의 미소와 제2의 지중해)
제6강 (9월): 금강문화권의 초대장 (옛이야기 재잘대는 실개천 휘돌아)
제7강(10월): 낙동강 따라 가야 달빛기행 (우리 땅의 고고학 상상력)
제8강(11월): 만추의 호남 단풍길, 침엽수길 (대자연 소자연 합자연)
제9강(12월): 동해에서 묵은해 보내기(동해용왕과 수로부인과 해신당)
<2010년>
제10강 (1월): 임진강의 봄, 한탄강의 봄(분단유목문화 가로지르기)
제11강 (2월): 얼쑤! 대보름 달마중 가세(봄맞이 카니발 : 아산 공주 청양 부여)
제12강 (3월): 순천만에서 섬진강으로(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제13강 (4월): 남한강 상류 녹색체험(주천강, 영월 동강, 정선 아우라지)
제14강 (5월): 북한강의 흐르는 강물처럼(홍천강-소양강-파로호-내린천)
제15강 (6월): 호남평야 황톳길 순례 (동학의 지평선과 하늘)
제16강 (7월): 신(新)택리지-안성(安城) 탐구(고은 시인, 이반-김억 화백 현지 특강)
제17강 (8월): 강화만-경기만 서머플레이스 탐방(스토리 간직한 황해문화를 위하여)
제18강(10월): 호남 가을 풍광...빛의 축제, 흙의 축제(광주비엔날레, 강진도자기아트프 로젝트)
제19강(11월): 만추(晩秋)에 찾는 경주지역 세계문화유산(서라벌 아고라의 사랑이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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