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친구집 간다고 하고 몰래 부산에 내려갔어요. 올해 고3인데 수학 문제, 영어 문제 푸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분들은 왜 희망버스 타셨는지 궁금해요."(충남 논산의 고교생)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세 번째 '희망버스'가 오는 주말 부산으로 향할 예정인 가운데, 참가를 희망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희망버스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김진숙 씨 '오겡끼데스까'?
26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 5층 강당에서 열린 '희망버스 집단 수다방 – 배후들아 모여라' 토크 콘서트에 모인 시민과 인권활동가, 학생 50여 명은 희망버스 집회 참여 경험담과 나흘 앞으로 다가온 3차 희망버스 방식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다. 이날 행사는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당시처럼 조직되지 않은 이들이 모인 탓에 희망버스를 바라보는 입장은 물론, 참여 사연도 제각기였다.
2009년 77일간 이어진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옥쇄파업을 뒤늦게 알고 채무감이 들었다는 스물한 살 대학생은 "당시만 해도 '파업은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친다'는 생각이었는데, 영화 <당신과 나의 전쟁>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내가 외면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파한다는 생각에 희망버스를 탔다"고 말했다. <당신과 나의 전쟁>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 20대 남성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대다수가 노동자이거나, 노동자가 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며 "이렇게라도 연대해 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희망버스를 탔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은 관심과 박수를 받았다. 2차 희망버스 당시 처음으로 연행된 참여자였다는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의 한 활동가는 "용산참사 당시 정말 많이 웃고 울었는데, 2차 희망버스 참여 이틀 동안 그보다 더 많이 울고 웃었던 것 같다"며 "3차 희망버스에서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 영화 <러브레터> 주인공처럼 '오겡끼데스까'라고 안부인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성미산학교에 재학 중인 16살 청소년은 "희망버스가 뭔지, 김진숙 아줌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엄마와 함께 내려갔다"며 "가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나니 관심이 커졌다. 경찰에 갖고 있던 좋은 이미지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즉석에서 전화를 연결해 현장에서 농성 중인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영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한편 토크쇼의 막바지는 좀 더 무거운 분위기로 흘렀다. 부산시민들이 희망버스 참여자들을 좋지 않게 본다는 언론 보도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박성미 씨는 "쇠파이프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답답해 영도경찰서에 물어보니 공사장의 개인물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언론이 교묘하게 희망버스 참여자가 준비한양 악의적으로 보도한다"며 "제가 본 바로는 희망버스 참여자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있었고, 오히려 차벽 넘어 경찰들이 있던 자리에서 지게차가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오히려 제가 찾았던 식당 아주머니들은 전부 한진중공업의 대응에 화를 내고 계셨다"며 "조금 불편한 건 있지만 이런 일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한 주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희망버스가 나아갈 방향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날라리외부세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여자는 "힘찬 투쟁노래 말고, 뜻이 있으면서도 그루브(groove)한 밥 말리의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며 "좀 더 즐기고 세련되고 멋있게 임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투사가 돼서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참여자는 "70~80년대 다방처럼 전원 시스템을 마련해서 현장에서 신청곡을 틀어주고, 연주가는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는 뜻을 보였다. 다른 참여자는 "차벽에 예쁜 벽화를 그리고, 차벽 너머로 우리의 뜻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어차피 차벽을 넘지 못하는데, 영도가 아니라 광화문이나 다른 장소에서 집회를 여는 게 좋을 것 같다. 3주간 반복되는 동안 달라진 게 없다", "차라리 조남호 회장의 자택 앞으로 희망버스가 가는 게 좋겠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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