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정요구서 전달은 지난 2005년 이후 두 번째이다. 그동안 아시아역사연대는 일본의 시민단체인 '평화포럼·인권·환경'의 협조로 지속적으로 문부성 면담을 추진해왔으나 지난 7월 15일 문부성은 면담을 거절한 바 있다. 그러나 재차 요청한 결과 7월 19일에 일본 문부성은 면담형식이 아닌 접수형식으로 아시아역사연대의 수정요구서를 받았다.
아시아역사연대 안병우 상임공동대표는 문부성 앞에서 해당 관계자에게 수정요구서를 전달하고, 진지하게 한국의 목소리가 담긴 수정요구서를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날 20일 일본 문부성 기자클럽에서 수정요구서에 관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문부성 기자회견은 3.11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교과서문제에 대해 언론이 무관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한국과 일본의 12개 신문 방송기자가 참여했다.
이번 수정요구서는 아시아역사연대와 함께 역사문제연구소,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학술심포지엄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관련 분야별로 전문 연구자들이 다시 분석하고 토론하여 만든 것을 아시아역사연대가 대표해서 전달했다.
▲ 지난 20일 일본 문부성 기자클럽에 진행된 일본 교과서 수정요구 기자회견.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
수정요구서의 범위는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인 역사와 공민, 지리를 대상으로 총 7개 출판사의 교과서를 분석했다. 지유샤 25개 항목 44곳, 이쿠호샤 22개 항목 40곳을 비롯하여 총 177곳의 수정을 요구했다. 고대사에서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관련한 왜곡부분의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일본교과서의 독도영유권 서술에 관해서는 역사1종, 지리4종, 공민7종을 분석하여 독도영유권 기술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아시아역사연대는 수정요구서를 통해 근린제국조항을 준수하고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해설서를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2011년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역사와 공민, 지리)를 분석한 결과, 한국 역사서술에 관해 2005년 수정요구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악화된 서술이 더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교과서는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에 따라 집필되므로, 올해 교과서가 개악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2008년 학습지도요령 개정에서 예견되었다. 개정된 교육기본법과 학습지도요령은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기조가 올해 교과서 기술에 반영되었는데 대표적인 특징인 전쟁에 관한 편향적인 서술이다.
지유샤와 이쿠호샤판 교과서는 아시아태평양전쟁을 노골적으로 대동아전쟁, 아시아해방전쟁으로 미화하고 있다. 지유샤판 교과서는 한복을 입고 있는 이토 히로부미의 사진을 싣고, 식민지 조선에서 한글 교육이 이루어졌다는 내용과 사진을 게재했다. 이 같은 내용은 식민지 지배정책이 마치, 일본이 한국의 문화를 수용하거나, 조선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는 인식을 유도하려고 한다. 전쟁과 식민지에 대한 미화는 이들 두 교과서에 국한된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교과서들이 러일전쟁을 러시아의 아시아 침략을 물리친 '정의로운 승리', '대단한 승리'인 것처럼 교묘히 미화하고 있다.
나아가 청일전쟁에 관한 서술에서도 조선의 독립을 강조하거나, 청의 일본 위협론을 들어 정당화하려는 서술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교과서는 식민지 시기의 강제동원에 관한 서술도 약화시켰다. 일본이 강제로 동원한 인적 물적 자원을 축소해 기술했다. 관동대진재 때 학살당한 조선인과 중국인에 대한 기술도 약화시켰다. 어느 하나의 교과서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서술하지 않은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물론 일부 교과서는 '공장 등에서 일하게 된 여성'이나 '전쟁터에서 일하게 된 여성'에 관해 언급했다. 이러한 서술은 일본군 '위안부'를 설명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존재를 노동자로 은폐시킬 위험도 함께 가진다.
2011년 교과서 서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애국주의의 최고표현이라 할 수 있는 영유권 기술을 강화한 것이다. 특히 독도에 대한 영유권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교과서가 일본 외무성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외무성의 주장은 일본 내에서도 이견이 강하게 존재하는,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띤 것이다. 학계의 논란이 있는 주장을 교과서에 기술하도록 하고, 문부성이 직접 개입하여 서술의 방향을 지시하고 수정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일본 문부성이 주장하는 교과서검정의 객관성은 근거가 없다.
*수정요구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시아역사연대 홈페이지(☞바로 가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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