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중관계가 심상치 않다. 중국과 북한이 천안함 국면 전환 및 출구전략으로서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추구해왔으나, 한국과 미국 등이 '선 천안함 해결, 후 6자회담 재개'를 고수하며 한미 합동군사훈련(7.25-28), 을지훈련(UFG:8.16-26), 대잠훈련(9.27-10.1), PSI훈련(10.13-14), 항공전역훈련(10.15-22)을 잇달아 실시하면서 이를 견제하자, 중국과 북한은 전통 우호협력관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국과 북한은 8월 김정일 방중 시 양국의 전통 우호관계가 대를 이어 발전할 것이라 언급한 데 이어,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의(9.28) 종료 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새로 구성된 지도부를 초청하였다. 게다가 차세대 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도 북한의 새 지도부와 함께 전통을 계승한 우호협력관계의 발전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이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지지·수용하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외견상 중국은 김정은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3대 세습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는 북한의 든든한 후원국임을 작정하고 나선 모습이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북한의 세습체제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일반 중국인들이나 심지어 지식인, 전문가들조차도 작금의 북한을 '봉건왕조'로 비유하거나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의 개인 우상화 정책이 극에 달했던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론한다는 점에서 보면, 더욱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중국이 왜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까? 국제사회에서 책임 대국 이미지 손상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이 얻고자 하는 이익과 의도는 무엇일까? 그 배경과 의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자국의 발언권 및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차원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동북아지역에서 G2로서의 위상을 갖추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정책과 미국의 책임 분담 및 역할 요구를 자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 주도의 질서에 순응하기보다 신장된 국력에 상응하는 주도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포괄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한미동맹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관계 강화를 통한 경제적·군사안보적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와 6자회담 재개가 불확실한 가운데, 김정은 후계체제의 조기 완성을 통한 내부 결속력 강화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과의 '전통 우호관계의 확대', '대를 이은 발전', '혈맹' 등을 강조하면서 3대 세습체제의 연착륙을 시도하는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둘째, 중국이 북한 3대 세습체제를 용인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에 주목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압박이 북한의 붕괴를 목표로 한다고 간주하고 있는 중국은 김정일의 건강을 비롯한 북한의 상황이 이전보다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북한에 대한 포괄적 지원을 강화해왔다.
특히, 중국은 김정일 사후 권력이 김정은 1인에게 직접 이양되기보다 집단지도체제를 거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이 가중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즉, 현 북한상황이 김정일이 후계자로 지목되던 1980년대보다 열악한 점, 젊고 경험이 적은 김정은의 체제 및 정책 장악력이 부족한 점, 권력배분을 둘러싼 지도부 내의 갈등이 경제난과 부패 등 사회저변의 불만과 결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를 추구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착은 북한의 붕괴 방지와 안정 유지라는 중국의 국익에 절대 부합하는 바, 중국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화를 유도·지원하고자 한다. 북한 후계구도의 안정화에 군부의 역할도 주목하고 있는 바, 고위급 군사회담을 비롯해 혈맹관계 강조 등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려는 시도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셋째, 중국이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착을 지원하는 배경에는 북한의 정책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긴장고조 행위를 억제하는 한편, 개혁개방정책 유도 등 안정적 관리를 위한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북한체질 전반을 개선함으로써 북핵문제를 비롯한 북한문제 전반을 해결하려는 장기적 구상을 갖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러한 구상의 정책적 효과를 위해서는 북한의 신 지도부와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활용해 북한의 정책을 유도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이다. 향후 김정은이 부친의 선군정치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고, 권력승계과정에서 내부 불만을 무마하거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외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국익에 절대적으로 위배되는바, 향후 중국은 김정은이 후계권력의 안착을 위한 성과를 경제적 측면에서 찾도록 유도하고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이 내정불간섭을 이유로 직접적인 개입 및 언급을 자제하면서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신 지도부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까지 북한의 3대 세습을 용인하고 있다. 북한의 2대 세습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김정일 정권을 지원하는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해온 것처럼, 북한의 3대 세습 이후에도 이러한 중국의 대북정책은 이해관계가 변화되지 않는 한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관계의 냉혹함과 분단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냉철한 대응과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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