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내 한 쪽방촌. 쪽방 내부 풍경. ⓒ프레시안(김다솜) |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가니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이 보인다. 한눈에 봐도 답답하다. 사람 하나 간신히 들어갈 만한 통로로 들어서니 여러 개의 방이 보였다.
1평(3,3m²) 남짓한 방 안에 앉자마자 뜨거운 기운이 확 올라온다. 장마가 막 끝난지라 비 냄새가 채 가시질 않았다. 눅눅하게 젖어 있던 벽지엔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커다란 빌딩 숲이 들어선 서울 안에 또 다른 서울이 있었다.
"가전제품 열기마저 원망스럽다"
차라리 바깥세상이 시원하련만 15년 전 뇌경련을 앓았던 후유증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워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사람 얼굴 하나 들어가기 어려운 작은 창문에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다. 겨울이면 옷이라도 껴입겠지만 손 쓸 방법이 없다.
"얼마나 더운지 선풍기 틀어도 소용없어. 평소에도 어지럼증이 심한데 이렇게 더운 날이면 몸 가누기도 힘들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내가 여기 있는지조차 몰라. 아내랑 헤어진 지도 10년이 다 되었으니까. 여기서 죽기만을 기다려."
이영주(60) 씨는 청각장애 3급을 받은 장애인이다. 한 때는 잘 나가는 사업가였지만 술에 빠져 살다 뇌경련을 앓았다. 8년 가까이 쉬었다. 그러던 중 사고로 청력까지 잃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까지 떠나자 다시 술독 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세상의 끝 쪽방촌까지 밀려왔다.
▲ ⓒ프레시안(김다솜) |
같은 쪽방촌에 사는 이정기(69)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객지 생활을 하며 막노동을 전전하다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시간은 빨리도 흘러 벌써 영등포 쪽방촌에서 20년을 보냈다. 그의 방 안으로 들어가니 입구에 밥솥이 놓여 있다. 좁은 방 안에 가전제품의 열기까지 숨이 턱턱 막힌단다. 그래서 가전제품을 아예 내놓았다.
그는 "방 안이 너무 더워 마치 난로 속에서 사는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은 피서라도 간다던데, 나는 어쩔 도리가 없어 그저 견디기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몸 하나 뉘일 데가 여기밖에 없어"
▲ ⓒ프레시안(김다솜) |
서울 중구의 쪽방촌에 사는 김갓난(74) 씨가 사는 곳은 한 층에 10가구가 산다. 공용 화장실도 하나다. 쪽방촌 사람들에게 화장실은 부엌이자 샤워실이라고 한다. 변기 옆에 앉아 쌀과 반찬을 씻는다. 하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올 때면 자신도 모르게 헛구역질이 난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밤에는 역전이나 공원에서 잠을 청한다. 나이가 드니 일할 곳은 없고 혼자 있으니 사는 게 뭔가 싶기도 하다. 한때는 가족도 있었다. 객지 생활을 하는 누구나가 그렇듯이 명절이면 가족이 그립다. 그럴 때면 술로 자신을 달랜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건 어쩔 수 없다.
"길 건너 동자동 쪽방에서 25년 살다가 여기로 건너왔지. 이 몸 하나 뉘일 데가 여기밖에 없어.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아직도 갑갑해. 여기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창문도 작아서 여름이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아. 무릎이 안 좋아서 밖에 나갈 수도 없어. 삼복 지나면 좀 나아지려나."
▲ ⓒ프레시안(김다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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