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은 조 부위원장 해고와 노조 설립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조 부위원장이 노조를 세우지 않았어도, 징계는 이뤄졌으리라는 게다.
하지만 삼성의 오랜 무노조 경영을 비판해 왔던 노동계는 이런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들은 19일 저녁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노조설립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날 회견에는 삼성노조 외에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시민사회 인사들이 대거 참가해 갓 태어난 삼성노조에 힘을 실어줬다.
논란이 된 임직원 신상 정보 유출에 대해 조 부위원장은 "임직원 전화 번호 및 주소는 노조 활동을 위해 알아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해당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의 웹 메일 계정으로 옮겼을 뿐이라는 게다. 회사 매출 자료 유출 역시 "사원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정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회사와 협상을 하려면, 기본적인 경영정보는 알아야 한다는 게다. 이어 그는 "매출 자료가 진짜 영업 비밀이라면, 평사원이 접근하지 못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대포차를 몰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잘못한 일이지만, 보수언론의 보도 역시 과장·왜곡됐다는 입장이다. 조 부위원장이 차를 훔친 것은 아니며, 친구가 맡긴 차량을 운전했는데, 그게 도난차량이었다는 게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경찰도 인정한 것이며,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장희 부위원장 인터뷰)
삼성의 징계 칼날은 조 부위원장에게만 향한 게 아니다. 지난17일, 삼성 에버랜드 감사팀에서는 김영태 삼성노조 회계감사와 그의 부인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김영태 회계감사의 부인은 삼성에버랜드 직원이며, 노조 설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조장희 부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진상이 곧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김영태 회계감사가 회사 안에서 감시를 받고 있고, 또 다른 탄압도 예상된다"며 "삼성의 이런 행태는 노조 탄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 사내 전산망에 노조 설립을 호소하는 글을 올린 뒤 해고된 박종태 씨도 참가했다. 박 씨는 "삼성은 제품에만 혼을 쏟아 부을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도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회사의 존립이 중요하듯 노동자와 그 가족의 존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삼성 해고자 박종태 "삼성노조와 함께 싸울 것")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인만큼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삼성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계속해서 취한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삼성이 기업다운 기업, 책임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주변의 삼성 노동자들에게 '힘을 모으자'며 노조 가입을 촉구했다.
▲ ⓒ프레시안(김다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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