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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자의 '연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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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자의 '연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中國探究] 후진타오 총서기의 중국공산당 창립 90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중국 공산당 창립 90주년을 맞은 지난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경축 기념식이 열렸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공중앙 총서기, 시진핑(習近平) 중공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등 당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기념식은 전국의 선진 기층 당 조직과 우수 공산당원, 우수 당원 활동가에 대한 표창과 후진타오 총서기의 연설을 중심으로 단순하게 거행됐다.

후진타오의 연설은 1840년 아편전쟁 이래 고난을 거듭해 온 중국에 마르크스주의가 들어오고 1921년 중국 공산당이 창립된 이후 90년 간의 역사를 회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신민주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혁명,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90년 당사(黨史) 중 가장 중요한 3대 사건으로 꼽은 그는 뒤이어 각 계층 인민에게 감사를 표하고 민심과 당원의 뜻을 따라 사회 진보를 이루자고 역설했다. 더불어 경제·사회적 생산력의 발전과 사회주의 민주정치의 실현 등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지난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립 90주년 기념 대회에서 연설하는 후진타오 중공중앙 총서기

이번 연설은 특이한 내용보다는 기존의 국정 운영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선언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90년 당사를 개괄하고 바로 뒤이어 인재 선발과 육성을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인재를 선발할 때 사사로운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그 능력만을 본다"는 뜻의 '임인유현(任人唯賢)'이라는 성어를 모두 세 번이나 반복하면서 인재 선발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덕과 재능을 겸비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재는 첫 번째 자원이자 국가 발전의 전략적 자원"이라며 "전당 동지와 전 사회가 모두 노동을 존중하고 지식을 존중하며 인재를 존중하고 장조를 존중하는 중요한 지침을 고수해 나가야 한다. 특히 청년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런 그의 연설 기조는 10년 전 중국 공산당 8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장쩌민(江澤民) 총서기가 자신의 주요 정책 전략 방침이었던 '삼개대표(三個代表)'론을 바탕으로 경제, 정치, 문화 등 각 분야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이끌었던 것과는 여실히 대비되고 있다. 물론 후진타오의 연설도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의례적인 선을 넘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인재 발굴과 양성을 역설한 것은 꽤 흥미로운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것은 무엇보다 이제 2012년 국가주석으로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고, 이를 전후하여 중공 중앙 총서기의 직무도 이양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과 정부에 대한 원만한 통치를 마무리하고 후계자에게 평화적인 당권 및 정권 이양을 완수해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염두에 두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후진타오는 뒤이은 연설에서 '사회주의 민주정치'를 역설하면서 "우리는 사실상 존재했던 지도 간부 직무의 종신제를 폐지하고 국가 권력기관과 지도자의 질서 있는 교체를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 2006년 자신이 총서기 겸 국가주석직에 있으면서 '당정지도간부직무임기임시규정(黨政領導幹部職務任期暫行規定)' 등 3개 관련 규정을 중공중앙 판공청 명의로 제정, 공포한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인재 발굴과 육성을 강조한 것은 또한 최근 빈발하고 있는 당정 고위층의 부정부패 척결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경고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는 부정부패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고, 최근에는 발달한 뉴미디어의 사회적 관계망(SNS)을 타고 전국적으로 관련 내용이 급속하게 전파되면서 군중의 분노를 자아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가깝게만 봐도 작년 10월에도 허베이대학(河北大學)의 교정에서 고급 승용차를 몰던 청년이 여학생 두 명을 치어 사상자를 내고는 도주하려다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붙잡힌 뒤에도 오히려 "고소할 테면 해봐! 우리 아버지가 리강(李剛)이야!"라고 큰소리를 친 사건이 벌어졌다. 실제로 청년의 아버지는 허베이 바오딩시(保定市) 한 공안국 부국장으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타고 일파만파로 커져갔다. "우리 아빠는 리강"이란 말이 중국 사회에서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됐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 때문인지 후진타오는 "덕으로써 자신을 관리하고, 덕으로써 복종하며, 덕으로써 인재를 이끌고, 덕으로써 인재를 가꾸고, 덕과 재주를 겸비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고 '덕으로써(以德)'라는 수사법을 반복적으로 구사하면서 유능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성실한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도자들의 '연설'이 의례적인 수사들로 채워진 경우도 많았지만, 역사적으로는 향후 정치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국정 변화의 풍향계가 된 적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면 항일전쟁 당시 중국 공산당이 대장정 끝에 산시성(陝西省) 옌안(延安) 일대를 주요 근거지로 확보하면서 이른바 '해방구(공산당 통치 지역)'을 확보한 끝에 당내 정풍 운동의 일환으로 열린 문예좌담회에서 행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연설, 즉 '옌안문예좌담회에서의 연설(在延安文藝座談會上的講話)'은 이후 사회주의 중국 문화정책의 원류로서 기능했다.

1956년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당 전국 선전활동회의에서의 연설', 1959년 저우언라이(周恩来)의 '문화예술 활동의 두 가지 노선 문제에 관한 연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중공 중앙 활동회의 폐막식 연설', 1993년 역시 덩샤오핑의 '남순 연설(南巡講話)' 등은 모두 중국 정치, 사회, 문화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면서 역사적 연설로 기록되고 있다.

중국 당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문건의 우선순위는 공산당 중앙이 '결정(決定)' 또는 '결의(決議)'의 형식을 통해 공포하는 문건에 부여된다. 2순위는 전국인민대표대회(우리의 국회에 해당)나 상무위원회가 '결정' 또는 '결의'의 형식으로 공포하는 정책, 즉 '법'이나 '관리조례' 등과 같은 법률 형식으로 공포되는 문건이 뒤를 잇는다. 3순위는 국무원 및 관련 행정부서, 지방 인민정부 및 관련 행정부서가 헌법 또는 법률 등이 규정하는 직권의 범위 안에서 '조례', '규정' 등의 형식으로 결정하는 정책이다. 4순위가 바로 당과 국가 지도자가 전략적 정책 결정의 주체로서 발표하는 '연설'이나 '보고'이다.

지도자의 '연설'이나 '보고'가 내부 논의나 합법적 과정을 거치지 않은 개인적 의견이라면 구속력이 없지만, 당 내부의 논의 또는 합법적 과정을 거친 경우에는 그 합법성을 인정받도록 돼 있다. 표면적으로는 '연설'이나 '보고'가 4순위이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 정책 방향을 지시하거나 혹은 새로운 정책 입안과 집행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성문법 중심의 법치 국가이지만 인치적 요인이 더해진 까닭이다. 우리가 중국 지도자의 '연설'이나 '보고'를 꼼꼼히 독해하고 분석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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