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국 백악관에서 이뤄진 두 지도자의 회담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오바마 대통령의 집무실이 아닌 사적 공간으로 활용되는 맵룸(map room)에서 열렸다. 44분 동안 진행된 대화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회담이 끝난 후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독립보다는 자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중국이 티베트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자신을 분리주의자로 못 박고 있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티베트의 고유문화와 전통의 유지, 중국의 티베트인에 대한 인권 보호 등을 강조하면서도 중미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언급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중국과 티베트가 티베트인의 인권 및 영토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을 위해 직접 대화에 나서는 것을 강력하게 지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달라이 라마가 회담 직후 "오바마가 세계 최대 민주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인간의 기본적 가치와 인권, 종교의 자유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했다"며 "그는 티베트 등에서 주민들에 겪는 고통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달라이 라마는 '카라차크라'라는 대중 불교 의식을 열기 위해 지난 5일부터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 17일 미 백악관이 공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16일 회담 장면. ⓒ미 백악관 |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이후 2009년 첫 중국 방문 당시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고 중국 당국과 경제 위기에 대한 논의를 강조해 인권 문제에 소홀하다는 국제적 비판에 시달린 바 있다. 이날 회담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티베트의 인권 문제를 강조하면서도 중미 관계를 의식한 발언을 나란히 내놓았다.
하지만 중국은 15일 달라이 라마 회담 일정이 알려지면서 반대의 뜻을 밝힌 데 이어 회담이 성사되자 미국의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외교부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관영 <신화통신>을 통한 성명에서 "이런 행위는 중국인 감정을 해치고 중미 관계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주미 중국대사도 미국 국무부에 정식 항의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사이의 영유권 갈등에 미국이 개입하고 있고, 미국 내부에서도 정부부채의 법적 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공화당 사이의 진통이 이어지면서 미 국채의 최대 채권자인 중국이 우려의 뜻을 밝히는 등 중미 양국의 관계는 국내외 정치·경제 분야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회담과 이에 따른 중국의 반발 역시 첨예해지는 양국 사이의 견제에 티베트 문제가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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