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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없이 버티려니, 하루가 너무 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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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진통제 없이 버티려니, 하루가 너무 길었어요"

[현장] 최저임금으론 방학 꼬박 벌어도 등록금 마련 못 해

"일하고 있는데 잘 돌아가던 기계가 멈췄어요. 살펴보니 이물질이 끼어 있더라고요. 작업량이 밀릴까 봐 맨손으로 이물질을 뺐어요. 근데 갑자기 기계가 작동하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작동 중지 버튼을 눌렀죠. 어휴. 하마터면 오른손 검지가 날아갈 뻔했다니까요. 하기야 여기서 손가락 잘리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철강회사에서 일하는 대학생 조호동(가명·22) 씨의 이야기다. 그는 입학하자마자 방학이면 공장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오후 8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일하는 야간 근무를 시작했다. 올해부터 등록금이 3.0% 오른데다 야간 근무는 1.5배 높은 수당을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퇴근하기 전, 그는 섭씨 1500도가 넘는 용광로 아래에서 청소한다. 땀이 저절로 흐른다. 너무 더워 작업복을 벗고 일하다가 쇳물이 튀어 화상을 입기도 한다. 바닥에는 쇳물 튄 자국으로 가득하다.

때때로 공장 아저씨가 일이 서툰 호동 씨에게 일 그만하고 공부나 하라고 말할 때면 그는 더욱 서글퍼진다. 이 일을 그만두라는 건 학업을 포기하란 말과 같기 때문이다.

대학생 전재영(24) 씨는 다음 학기 등록금이 걱정이다. 하나밖에 없는 늦둥이 아들을 빚쟁이로 만들 수 없다던 부모는 학자금 대출은 안 된다며 기어이 제 돈을 내어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 아버지께서 당뇨로 쓰러지시면서 가세는 점차 기울고 있다. 졸업까지 아직 3학기가 남았다.

결국, 그는 친구 따라 조선소 공장에 들어갔다. 학생이 무슨 돈벌이냐며 집에서도 극구 말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회사에서는 산업 기사 자격증이 없는 재영 씨에게 전기용접을 맡겼다. 손재주가 좋은 터라 용접 기술은 금방 터득했다.

하루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사람들은 '아다리가 났다'고 말했다. 용접 열 때문에 각막에 화상을 입은 거라고. 용접하는 사람들에겐 흔한 병치레라고 한다. 금방 나으니 참고 남은 일은 다 하고 가란다. 진통제 없이 견뎌보려 했지만, 하루가 너무 길었다.

두 달 동안 벌어도 138만 2400원

▲ 한 편의점 내부. 대학생들이 흔히 하는 아르바이트가 편의점 점원 일이다. 하지만 최저임금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시급으로는 등록금을 마련하기가 불가능하다. ⓒ뉴시스
지난 5월 대학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는 전국 대학 평균 등록금을 공개했다. 그 결과 국·공립대 443만 원, 사립대 768만 원으로 나타났다. 평균 인상률은 전년도 대비 각각 0.4%, 2.3%가 올랐다. 사립대는 최대 인상률이 5.1%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듯 매년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살인적인 등록금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방학마다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몇백만 원의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을까?

올해 최저임금 4320원을 받고 주 5일, 하루 8시간씩 일하더라도 두 달간 138만2400원을 번다. 홀서빙, 편의점 점원 등의 일은 대부분 수습 기간이란 명목으로 급여의 90%를 준다. 게다가 최저 임금조차 제대로 보장하는 곳이 드물어 실제로는 이보다도 적게 받는다.

한편, 공장 아르바이트는 구인 공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자리가 꽉 찬다. 수습기간이란 조건 없이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야간 근무에 잔업까지 하면 두 달 동안 3,4백만 원은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은 따른다.

안진걸 등록금넷 간사는 "최저임금은 낮고, 그나마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데 등록금은 비싸다. 그러니 학생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위험한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는 것"이라며 "정부는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등록금에 관한 고통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더 많은 대학생이 고통 받기 전에 정부는 신속히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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