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30조 원에 가까운 경제효과를 낸다고 하지만 이 효과에는 국가재정, 곧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비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런 면은 짚지 않은 셈이다.
일간지 지면 톱, 일제히 '평창 만세'
주요 언론은 일제히 1면 톱으로 이명박 대통령 일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이 평창의 유치 확정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평창, 위대한 승리'라는 제목의 기사 리드(첫 문장)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외친 "평창!"이라는 말 한 마디를 넣었다. 평창의 올림픽 유치 확정 순간을 감격적으로 전달했다.
이 신문은 총 5개 면을 더 털어 "한국, 더블스코어로 웃다", "30년 만에 또 올림픽", "4년전 푸틴의 '국가원수 효과'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해냈다", "서구 선진국·일본만 연 부자올림픽… 한국, 그 반열에 서다" 등의 제목을 단 다양한 기사를 실었다.
이른바 진보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겨레>는 1면 하단에 테크노마트 관련 기사, 감사원의 대학 특별감사 소식을 싣긴 했으나 기사 무게의 중심은 평창에 쏠렸다. 1면 톱으로 평창 소식을 뽑은데 이어 "이건희·조양호·박용성 '지구 31바퀴' 홍보전", "끈기·명분·빙상스타… 3개 열쇠로 올림픽 문 열어", "이명박 대통령, 면담·면담 또 면담" 등의 기사를 2개 면을 더 털어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2면에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설을 보도했으나 3면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경쟁국인 독일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보다 사흘 먼저 현지에 도착했다"며 IOC 총회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유치활동에 힘을 쏟았다고 보도했다.
또 경제신문답게 이 대통령 보도보다 재계 3인방의 노력을 보다 비중있게 실었고, 강원도가 입을 경제효과를 그래픽 기사로 실었다.
<한국일보>는 김연아의 프레젠테이션이 유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논조의 기사를 3면에 비중있게 실었고, 동계올림픽 인프라가 평창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를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7일자 1면 톱. ⓒ조선일보 |
우려 담은 보도 찾기 힘들어
그러나 주요 일간지 대부분에서 올림픽 유치에 따른 부담을 보도한 기사는 찾기 힘들었다. <한겨레>가 3면 하단에 짤막하게 실은 "평창, 당장은 빚 부담 '눈덩이'" 정도의 기사가 조심스레 재정 문제를 지적했으나, 부정적 논조만은 아니었다. "올림픽의 유치는 국가브랜드의 제고, 국민들의 자긍심 충족도 있다"라고 했다.
그런데 평창의 올림픽 유치가 생각 외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건 분명 사실이다. 당장 올림픽 유치에 따라 원주~강릉 복선전철화, 제2영동고속도로 건설이 본격화되면, 이 사업에만 5조 원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된다.
또 경기장 6곳 역시 새로 지어야 하며, 호텔·병원 등 대규모 배후 인프라 역시 구축해야 한다. 이들 사업 대부분은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며, 결과적으로 다른 부분에 투입될 재정이 평창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알펜시아 리조트 광고, 언론 뒤덮어
무엇보다 총예산 1조5000억 원짜리 사업인 알펜시아 리조트가 대규모 재정을 들이고도 초호화 시설로 지어지는만큼, 특정 계층이 올림픽 유치에 따르는 이익을 향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제효과가 과거에는 20조 원이었는데 지금은 60조 원까지 올랐다"며 "이 수치는 경제학자도 믿지 않는다. 과학이라기보다 신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과거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도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 도민이 와서 즐기라고 만든 리조트가 아니다. 외지인들을 위한 곳이다. 고급빌라로 가득찬 이곳이 과연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평창의 땅값은 또 한 번 뛸 것"이라며 "이곳의 땅을 사들인 사람의 80~90%가 외지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날 상당수 일간지에는 알펜시아 리조트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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