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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故 박주아, 그녀는 왜 죽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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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故 박주아, 그녀는 왜 죽어야 했나"

로봇 수술 안전성 논란…"이윤 경쟁 의료 체계, 재앙 부른다"

탤런트 고(故) 박주아(69) 씨의 지인인 박미경 작가가 "故 박주아 씨의 사망원인은 로봇 수술로 인한 십이지장 파열"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유족 측이 해당 병원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프레시안>이 단독 입수한 소장에 따르면, 유족 측은 병원이 로봇 수술의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프레시안>이 국내 대표적인 로봇 수술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로봇 수술의 안전성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얻었다. 유족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로봇 수술 시행 건 수가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들이 수익을 위해 불필요한 로봇 수술을 환자들에게 권해 왔다는 뜻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필수적인 의료행위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현실에서, 상업화된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행위에 치우친 운영을 해 왔다. 이른바 '비급여' 부분의 팽창이다. 병원 간 수익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해졌고, 로봇 수술과 같은 불필요한 의료 행위의 증가는 그 결과다.

이런 지적은 새로운 게 아니다. 현직 의사가 '의료 민영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공공성이 무너진 한국 의료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하얀정글>에서도 자세히 다뤄졌던 내용이다. (☞관련 기사: '돈독' 오른 병원의 속살, 현직 의사의 '카메라 고발' , '한국판 식코' <하얀 정글> 상영회 및 감독과의 대화)

고(故) 박주아 씨 유족 측은 <프레시안>과 만난 자리에서 "(故 박주아 씨에게)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신장(신우요관) 절제 수술은 필수 선택이 아니었다"며 "로봇 수술에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로봇 수술은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병원 측이 과대광고로 환자와 보호자들을 현혹시켰고 의료과실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49재가 끝난 다음날인 4일 오후 박용원 신촌 세브란스병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5명을 형사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원이 불필요한 로봇 수술 권했다"

▲ 故 박주아 씨. ⓒ연합뉴스
故 박주아 씨는 지난 1월 국립암센터에서 신우암 초기 판정을 받았다. 유족 측에 따르면, 담당의사는 "환자의 나이가 있어 암의 성장도 더디며, 신우암의 특성상 암 성장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추후 상태를 보면서 내시경을 통해 암세포 종양만 제거하거나 그래도 안심이 안 되면 신장 절제술을 시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환자 측은 "암 판정은 한 군데서만 받으면 진위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으니 다른 병원에서 다시 검진을 받아보라"는 주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서울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의 비뇨기과 교수 A씨를 찾았다.

A 교수는 국립암센터의 소견과는 다르게 "신우암이 전이되기 쉬운 위치에 있으므로 하루라도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A 교수가 처음 진료 시에는 개복 수술(의사가 손으로 하는 수술)을 권했다가 내시경 수술 이후 나중에 막상 신장절제술을 결정 할 때는 로봇 수술을 강력하게 권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4월 17일에 입원했고 5일 만인 21일에 곧바로 퇴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무기록지에 따르면, 수술이 끝난 후 박 씨는 수술 직후부터 밤새도록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유족 측은 "(나중에 의무기록지를 살펴보니 당시 박 씨는) 십이지장에 구멍이 뚫린 위급 상황이었다"며 "그런데도 병원이 응급 복구수술 처치를 지연시켜 복구수술을 해도 '48시간 이내 사망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이어 "(故 박주아 씨가) 로봇 수술 과정에서 십이지장이 파열됐고, 응급 복구수술 처치가 늦어져서 중태에 빠졌으며,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산소호흡기 튜브가 5분 이상 빠지면서 뇌사에 걸려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장례식을 치룬 뒤에서야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 수술 부위에 대한 촉각 사라져 응급 상황 대처 불가"

로봇 수술은 의사가 손으로 하는 수술과는 달리 로봇 팔을 원격 조종해 이뤄진다. 문제는 로봇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는 환자의 수술 부위에 대한 촉각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로봇 수술 전문가는 "의사가 직접 만지면서 수술하면 응급상황 시 항상 대처할 수 있지만, 로봇은 먼 거리에서 원격 조종되기 때문에 감각이 전혀 없어 대처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의사가 손으로 수술할 때는 (수술 대상 외에) 다른 장은 전혀 건드리지 않을 수 있지만, 로봇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복부에 작은 구멍을 3~4개 뚫어 한 구멍으로는 카메라가 달린 관을, 다른 구멍으로는 수술기구를 넣는 수술)은 그게 안 된다"며 "(로봇 수술을 하다가) 창자를 건드리는 사고가 나는 건 그래서다"라고 말했다.

"수술할 때 암이 붙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단단한지 부드러운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 손은 그런 사실을 즉각 알 수 있지만, 로봇으로는 전혀 모릅니다. 로봇 팔이 창자를 뚫고 들어가면 뚫었는지 안 뚫었는지도 모릅니다. 로봇 팔이 의사의 시야를 벗어나기 때문이죠."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씨는 로봇 수술 과정에서 십이지장이 파열됐을 확률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 전문가는 "박주아 씨 사건 외에도 (로봇 수술을 하다가)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많이 벌어졌다"며 "박주아 씨는 공인이다 보니 사례가 알려졌지만, 다른 데선 그 보다 형편없는 사건도 많았다"고 귀띔했다.

세브란스 "의료 사고 아니다"

박 씨의 사망에 대해 신촌 세브란스병원 측은 의료사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수술 전부터 환자가 고령인 데다 당뇨, 고혈압, 신장 기능 저하 등의 증세가 있어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수술 후 다발성 장기부전(주요 장기가 동시에 나빠지는 증세) 등 합병증으로 사망했고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 튜브는 종종 자연스럽게 빠지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족 측은 "당뇨, 고혈압, 담낭 수술 이력 등이 로봇 수술을 하는 데 지장이 있느냐고 재차 물었던 쪽은 오히려 우리였다"며 "그런데도 병원 측은 이러한 병력이 별 지장 없다며 수술하라고 권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로봇 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일산 동국대학병원에서 당뇨, 고혈압을 정기적으로 잘 관리해 왔으며 특히 수술 바로 전에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시행하는 각종 정밀검사를 통해 병원 측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던 질병 이력이 (환자가) 잘못되고 나니 뒤늦게 문제가 됐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고인이 오래 전 담석증을 제거한 수술 병력이 있기 때문에 십이지장 주위가 유착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 수술하기 전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며 "간단한 수술상황이 수술 중간에라도 유착으로 인해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바뀌었으면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대기 중인 보호자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로봇 수술 원조인 미국에서조차 확대 적용 꺼려"

로봇 수술의 유용성을 둘러싸고 논란은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로봇 수술은 손 떨림을 막아주고, 수술부위를 10배까지 확대해 보여주기 때문에 작은 수술 부위를 이용한 미세 수술을 하는 데 좋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로봇 수술은 대부분 미세 수술이 필요한 전립선암 등 비뇨기암이나 자궁 절제술, 위바닥주름술 등에만 활용된다.

하지만 로봇 수술의 '원조' 격인 미국에서조차 로봇 수술을 다른 분야까지 확대 도입하는 데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관련 연구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또한 로봇수술과 기존 수술을 비교한 국내·외 비교연구논문 171편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장기 생존율, 재발률, 심각한 부작용 등과 같은 주요 지표에서 로봇수술이 기존 수술법에 비해 낫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에 한국에서 로봇 수술은 신장암, 대장암, 위암 수술 등에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로봇 수술 전문가는 "로봇 수술의 원조격인 미국에서조차 의사가 직접 손으로 하는 개복수술이 주종"이라며 "로봇은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봇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처럼 덜 아픈 수술을 최소침윤수술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수술 들의 최종 목표치는 의사가 손으로 하는 수술을 따라가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최소침윤수술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반전됐어요. 사실 모든 수술 기구는 사람 손을 못 따라가거든요. 사람 손은 여러 각도에서 꿰맬 수 있어요. 로봇 수술이 아무리 3차원이라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과 로봇의 3차원은 다릅니다. 내시경 끝에 렌즈로 재구성한 화면은 육안을 못 따라갑니다. 육안 따라갈 정도까지 기술이 발전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요."

그는 "요즘은 오히려 수술 기구가 잘 발달돼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개복수술에서 오히려 상처가 적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 로봇 수술 광고. ⓒ송윤희

"안전성 검증 없이 가격만 비싸"…"로봇회사만 신났다"

로봇 수술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처음 도입한 뒤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한림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 등 대부분 종합병원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실시한 로봇수술은 총 5000여 건이 넘어 2005년 7월 로봇 다빈치를 도입한 이래 5년 만에 70배가량 늘었다.

로봇 수술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한 대당 가격이 약 30억∼40억 원에 달하고, 연간 유지비용만 약 2억∼2억5000만 원에 이르는 수술로봇(다빈치 로봇)의 비용 때문이다. 병원으로서는 초기 도입비용을 제하더라도 연간 150∼200건(월평균 15건) 이상 수술을 해야 유지비를 충당할 수 있다. 일단 로봇을 도입한 병원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환자에게 로봇 수술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게다가 로봇 수술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로 평균 700만∼2000만 원이 든다. 이는 기존 수술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으로 비싼 가격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로봇 수술이 효과에 비해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며, 병원들이 수익을 위해 불필요한데도 적극적으로 로봇 수술을 권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로봇 수술을 하면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병원이 있다"는 증언도 있다. 한국신장암환우회 김태호 사무국장 또한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수술 판단 기준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병원의 수익을 기준으로 정해진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로봇 수술 한 건당 가격을 1500만 원씩 책정했는데, 더 안전하다는 검증도 안 된 상태에서 가격이 그렇게 비싸면 로봇회사 배만 불려주는 격"이라며 "덕분에 로봇회사만 신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는 한국 보험 시스템이 너무 비합리적이어서 발생한다"며 "병원들로서는 비싼 비급여 진료를 만들어야 수익도 나고 의사도 실적이 남아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쳐도 환자에게 유용하지 않은 걸 유용하다고 오도하는 언론도 문제"라며 "로봇 수술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일 년에 20~30건으로 적게 잡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 생명을 가지고 장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봇 수술도 제대로 도입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병원들이 돈만 적당히 벌려고 합니다. 그런 일로 인해서 환자들이 피해받으면 안 됩니다. 개복 수술을 받아도 더 좋다고 환자들을 계몽시킬 필요가 있어요. 돈 더 들여서 비싼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수술이라면 권하겠지만 말이 안 돼요. 그런 일이 안 벌어지도록 로봇 수술에 대해 정부가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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