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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 이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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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북제재,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 이길 수 있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北 이데올로기 강화 부를지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4호(2011년 7·8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14호는 '북한 경제,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7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14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지난해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는 '5.24 조치'를 통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미 북한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미국에 의한 대북 경제제재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또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을 계기로 UN을 중심으로 한 대북 경제제재 UN 안보리 결의(UNSCR) 1718호가 실행되었고, 2009년 2차 핵실험으로 이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UNSCR 1874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미국, 일본 등 개별국가의 제재에서 다자적 제재로 전환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는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경제제재는 제재국가가 제재대상국에게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외교정책 수단이다. 다시 말해 경제제재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경제적 수단의 성격을 가진다. 경제제재는 제재대상국가의 무역, 자본 및 서비스 거래 등 경제와 관련된 모든 국제적 행위에 대한 제한을 포함하며, 일반적으로 무역제재(trade restriction)와 금융제재(financial restriction) 두 가지 범주로 대별된다. 이러한 경제제재는 냉전이 종식된 이후 국가들 간 경제적 관계의 상호의존성이 증가함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제경제 차원에서 경제제재의 효과는 제재대상국의 경제적 안정성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한 국가의 경제적 안정성은 교역 대상의 폭과 편중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주요 교역대상국가가 다수이고 상대적으로 고른 편중도를 보인다면 경제적 안정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특정 국가(혹은 복수의 국가)의 경제제재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반면에 소수의 특정국가와 제한적인 교역활동에 의한 높은 편중도를 보이는 국가의 경우, 그 특정 국가가 경제제재에 협력하게 된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경제난이 본격적으로 심화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중반 대외거래를 한국, 중국, 일본에 집중하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교역편중도는 더욱 높아져 2009년에는 한국과 중국의 비중이 최대 80%를 상회하였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게 이러한 대외무역의 현황, 특히 한국과 중국에 집중된 의존도는 북한경제의 안정성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북한이 받는 경제적 압박과 타격은 매우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북 경제제재의 실효성은 현실에서 정치적 변수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주로 미국에 의해 진행되었는데, 미국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6월 28일 수출통제법(Export Control Act)의 발동으로 대북 경제제재를 시작하였다.

같은 해 12월에는 적성국교역법(Trading with the Enemy Act)에 의거 해외자산통제규정을 제정하여 미국 내 북한 자산을 동결하고 북한과의 무역과 금융거래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였다. 이후 미국의 대북제재는 적성국교역법(해외자산통제규정), 방위산업법, 수출관리법(수출관리규정), 브레튼우즈협정법, 수출입은행법, 무역협정연장법(무역법), 대외지원법, 무기수출통제법(국제무기거래규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활동수권법, 핵확산금지법, 북한 위협감소법 등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는 냉전시대에는 실효성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미 간의 경제관계가 미미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배후에는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대북 지원과 협력을 기반으로 북한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가운데 다른 어느 경제제재보다 효과성이 높았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방식'과 같은 미 정부 차원의 금융제재였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서는 북한이 한 번 경험을 했기 때문에 완벽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외화거래액의 대부분을 중국을 통한 계좌이체와 현금거래로 바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북한 무역회사들이 활동하는 동남아시아 등 기타 국가에서는 현지에서 획득한 외화를 대부분 현지에서 직접 필요한 물품으로 구입하여 북한으로 보내고 있어서 은행을 통한 계좌이체 거래는 많지 않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두 차례의 핵실험을 계기로 실행된 UN의 대북제재도 북한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한국,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북한과의 무역량이 매우 미비했고, UN의 제재는 무기 거래만을 금지하고 나머지 대다수 품목의 거래는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UNSCR 1718호의 실행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2006~2007년 동안 미국주도의 대북제재는 그 효과가 반감하거나 오히려 북한의 대외교역을 증가시켜 주었으며 급감한 북일 간 교역량을 중국과 러시아가 채워주었다. 2009년에도 북한의 대외무역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장기간에 걸친 미국의 양자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낮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국제사회의 다자적 제재가 단행된 이후 북한은 한국이나 중국을 우회경로로 삼아 제재의 효과를 회피하였다. 그런데 북한의 입장에서 대북 경제제재의 우회경로 가운데 하나였던 한국이 지난해 '5.24 조치'를 통해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남북 간 전체 교역규모는 19억1200만 달러로 전년의 16억7900만 달러보다 13.9%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5.24 조치'에도 유지된 개성공단 성장세에 따른 것으로 대북조치의 핵심인 일반교역과 위탁가공, 대북지원 등은 크게 줄었다. 주로 북한 물품을 들여오는 일반교역은 1억1766만 달러로 2009년의 2억5614만 달러보다 무려 54.1% 줄었다. 원·부자재를 북측에 보내 가공을 통해 완제품을 들여오는 위탁가공도 2009년 4억971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3억1755만 달러로 22.5% 감소했다.

'5.24 조치'를 기점으로 2009년 6월~2010년 5월(1년간)과 2010년 6월~2011년 3월(10개월)을 비교하면 일반교역은 94.4%, 위탁가공은 66.0%가 급감했다. 대북지원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전체 대북지원은 301억 원으로 전년의 775억 원보다 61.2% 급감했다. 정부의 국제지원을 통한 대북지원은 전혀 없었고 민간단체의 대북지원도 77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72.7% 축소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전체 대외교역의 1/3을 차지하는 남북교역 중단으로 최대 3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보았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는 북한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5.24 조치'는 북한에게 상당한 고통을 안겨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한국 입장에서 대북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의 정책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가?

▲ 개성공단 전경. 한국의 대북제재가 심해지면서 이곳에 입주한 한국기업은 사업기반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있다. ⓒ뉴시스

한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대북제재를 하는 한국 정부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국제사회의 공조를 필요로 하는 제재가 성공한 예가 많지 않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이 식량, 에너지 공급 등에서 대북 레버리지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적극적 동참 없이 한국만의 혹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큰 효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북한은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경제제재로 받는 충격을 흡수하여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우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남북관계에서 한국정부의 요구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반면에 '5.24 조치'로 700여 개로 추산되는 한국의 대북 교역업체와 위탁가공업체는 사실상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이 지난 20여 년간 북한에서 닦아 놓은 사업기반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향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여 나갈 것이다. 최근 북한과 중국은 라선시, 황금평 개발을 비롯한 인프라 공동개발 등을 통해 경제협력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34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대북 영향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미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일 것이다. 북한에게는 사면초가에 처한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협력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다. 앞으로 북중 간 협력이 어떤 수위에서 얼마동안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강도가 커질수록 그리고 이로 인하여 북한이 받는 경제적 압박이 증가할수록 양자의 긴밀한 관계는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장기적으로 중국이 양국의 협력관계를 활용해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과 이를 통해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극단의 선택으로 전쟁 감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북한체제의 특성상 대북 경제제재를 극복하고 체제유지와 지배계층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북한의 지배계층은 피지배계층의 희생을 더욱 더 강요할 것이다. 대북 경제제재를 통한 북한 압박은 김정일 체제에 대한 압박을 의미한다. 대북제재는 최고 권력자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는 압박을 가함으로써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통제의 범위에 들어오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특성상 최고 권력자에게 가해지는 외부로부터의 압박은 북한 주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북한 주민의 경제적 희생을 대가로 하는 북한 체제의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북한이 활용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효과는 더욱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정치경제적 어려움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세력의 봉쇄로 인한 것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들의 대내 결속을 강화시키고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입장에서는 '5.24 조치'의 장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기대와 다른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역학관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 원제: 대북 경제제재와 북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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