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수순에서 남북회담보다 북미대화를 먼저 하도록 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성환 장관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미회담의 선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남북회담이 북미대화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며 "북미대화 선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며 "우리들은 북한이 대화에 호응하길 기대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중국이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데 대한 거부 표시로 해석된다. 즉, 한국은 남북 비핵화 대화-북미대화-6자회담이라는 기존의 3단계 접근법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28일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국간 서로 모순되지 않고 병행관계에 있는 양자와 다자대화를 추진하면서 조기에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중국이 기존의 3단계안에 회의를 느끼고 양자·다자대화 병행이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에 외교부는 29일 중국의 양자·다자대화 병행 주장은 지난 4월과 6월 초에도 나온 바 있다며 새로운 발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고 남북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장관의 30일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남측과의 비밀접촉을 폭로하고 대화 중단을 선언한 상황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따라서 한국이 '남북대화 먼저'를 고수하는 것은 결국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안의 조기 실현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북한은 이날 남북대화를 건너뛰고 북미대화를 바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조성된 사태는 북남 대화가 더 이상 전망이 없는 조건에서 직접 조미(북미)대화를 진행하고 6자회담으로 가는 방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이같은 사태에) 바빠진 것은 리명박 일당"이라며 "자칫하면 저들의 주패장(주된 카드)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괴뢰들은 지금껏 고집해온 '원칙'과는 다른 이른바 '분리 대응'이라는 것을 들고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하했다.
신문은 "(남측은 천안함‧연평도) 두 사건에 대해 북이 사과하고 그 무슨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진정성'이 없는 것이므로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러던 자들이 갑자기 북의 사과와 북남 비핵화 회담의 '분리 대응'을 운운하고 있다. (…) 그 속심은 조미대화와 6자회담의 재개를 방해하자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최근 조선 반도와 그 주변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해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3단계 접근'을 소개하고 "그런데 이 길목에 괴뢰패당이 떡 버티고 섰다. (…) 리명박 패당은 '우리가 안 된다면 안 되게 되어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수작까지 늘어놓으며 대화의 진전을 악랄하게 가로막았다"고 비난했다.
과거 3단계안에 대해 찬반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던 북한이 선(先) 북미대화를 주장하고 나온 것은 중국과의 공감대 속에 미국의 호응을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선(先) 남북대화 방침을 재확인한 미국이 움직일 여지는 별로 없어 결국 3단계안은 장기 표류할 공산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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