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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은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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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은 미친 짓이다"

[인터뷰] 단식농성 나선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

미디어렙 체제에 올 연말 출범할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넣을 근거가 될 관련입법 제정 시한이 헌재가 정한 시기로부터 이미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입법 가능성은 요원하다.

미디어렙(방송광고대행제도) 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이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종편의 직접 영업을 막을 수 없다. 이 경우 MBC, SBS의 독자 미디어렙 설립 추진도 본격화될 수 있다.

논의가 공회전하는 이유는 KBS의 수신료 인상안도 갈 곳을 잃어서다. 6월 국회 내 일괄타결 가능성이 보였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첨예한 대립, 나아가 보수권력과 진보진영간 대립이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수신료 인상안을 표결처리키로 했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입장을 바꿨다.

대격변이 예고된 언론지형 변화에 맞물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미디어렙 제정, KBS 수신료 인상 반대를 위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27일 밝혔다. 언론노조는 오는 30일 비상대표자회의를 열어 지부들의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할 뜻까지 보인 상태다.

언론노조가 왜 종편 문제, KBS 수신료 인상안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할까. 언론노조의 총파업 결의 대회가 열린 이날(27일), 닷새 째 단식 중인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이 허용되면 '민주주의의 조종'이 울리는 것"이라며 "그 피해는 온 국민이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관영기구'가 된 집단에 돈을 더 내서는 안 된다"며 "공공성을 강화해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안을 요구하며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연 KBS노동조합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990년 1월 KBS에 입사한 베테랑 피디(PD)다. 기획제작국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세계는 지금>, <추적 60분>, <일요 스페셜>, <시사투나잇> 등 KBS의 간판 시사다큐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특히 참여 정부 당시 <KBS 스페셜>에서 내보낸 'FTA 12년, 멕시코의 명암'과 지난 2008년 촛불집회와 맞물려 방영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낳았다.

지난 2008년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직후 수원연수원으로 발령, 프로그램 제작 일선에서 밀려난 이 위원장은 올해 언론노조위원장으로 취임, 넉 달 째 언론 관련 투쟁사안에 대해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편집자>

종편 직접영업 나서면 '자본의 언론 장악' 완성

프레시안 : 왜 종편이 미디어렙에 포함돼야 하나?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이강택
: 미국처럼 완전히 상업방송판이 아닌 경우, 즉 방송의 공공성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미디어렙은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다. 모든 방송광고는 미디어렙을 통해야 한다. 미디어렙이 없어지면(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나?

방송사가 광고 직거래를 하는데 따른 광고주와 방송의 유착 폐해는 누가 봐도 명확하다. 비근한 예로, 신문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례가 있나? 신문에 부동산 광고가 넘쳐난다. 부동산이 지금처럼 하락해도 끝없이 오를 것이라는 기사가 뜬다. 또 소위 말하는 '엿 바꿔 먹기'용 기사가 많다.

실제로 언론사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면 매출의 상당한 증가 요인이 된다. 그런데 방송사가 더 늘어나도 광고시장 파이는 늘어나지 않는다. 결국 다른 방송사, 신문의 광고매출을 종편이 약탈하게 된다. 건강한 신문의 광고매출까지 종편이 흡수하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중소매체는 사실상 존폐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여론의 다양성, 지방언론의 성장이 가능하겠는가?

더 나아가서,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게 되면 KBS, MBC, SBS까지 모조리 상업주의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결국 방송에서는 돈 되는 장르, 오락 장르가 횡행하게 된다. 방송사들이 선정주의에 매달릴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하다. 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간다.

자본의 영향력을 차단하지 못하면 그만큼 약자들의 목소리가 죽는다. 지금도 소외계층의 목소리가 제대로 언론에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잖나. 사실상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은 한국 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리는 사건이 될 것이다. 재벌과 수구권력, 이런 권언복합체가 지배한 방송환경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하겠나? 불가능하다.

미디어 종사자가 아닌 분들에게 이런 얘기는 굉장히 멀게 느껴지겠지만, 큰 사건의 시작점이다. 지금은 작은 구멍으로만 여겨지는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으로 인해서 '언론 공공성'이라는 댐이 무너질 수 있다.

프레시안 : 종편 참여자들은 지금 신문시장에서 자유롭게 영업하고 있다.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법하다.

이강택 : 종편을 가지게 된 '조·중·동'을 생각해보라. 광고매출로 합계 1조2000억 원을 올리는 곳이고, 신문시장 75%를 지배한 매체다. 이들이 차지한 광고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20%를 놓고 모든 신문들이 경쟁한다. 그 결과를 모두가 알잖나? 기자들이 광고영업에 나서는 게 현실이다. 언론사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선 결과다. 이미 조중동은 불법판촉 등을 통해 신문시장을 황폐화시킨 전력이 있다.

조중동은 우리사회의 의제를 좌지우지할 힘을 갖고 있다. 이런 신문사가 방송과 결합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종편은 미디어렙 체제에 들어와야 한다.

프레시안 : 언론노조가 총파업 선언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간 언론노조 지부 내에서도 미디어렙에 대한 의견이 갈렸는데, 어떻게 이런 선언을 이끌어냈나?

이강택 : 그간 MBC의 경우 '1사1렙(방송사마다 미디어렙을 두자는 의견)'을 선호하는 의견이 있었다. SBS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난 5월 언론노조 내에서 집중적인 토론을 했다. 정책위원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지부 간 입장차이를 크게 좁혔다.

지금은 MBC의 경우 '1공1민(민주당이 발의한 내용으로, KBS와 MBC의 광고는 공공 미디어렙이 담당하고 SBS와 종편은 민영사가 담당토록 하자는 안)'은 받기 어렵지만, 공기업이냐 민간기업이냐에 관계없이 렙의 수를 최소화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전제 하에 미디어렙 관련법 입법에 찬성한다.

MBC가 걱정하는 이유가 있다. 공영렙으로 지정될 경우 상대적으로 더 많은 규제를 받을 게 뻔하다. 그런데 MBC는 KBS처럼 수신료를 받는 것도 아닌 마당이라 그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들이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 '조중동의 종편이 직접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렙 체제에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에서 모두가 같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만약 언론노조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거리투쟁 등 파업수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한가?

이강택 : 30일 비상대표자회의를 열어 파업찬반투표를 결의할 것이다.

"'수신료 올려달라'는 KBS 노조, 염치없어"

프레시안 : KBS의 수신료 인상안 역시 중요한 이슈다. 수신료 인상 자체에 반대하는 건가, '공공성 확보' 장치 등이 마련된 다음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이강택 : 언론노조도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정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다.

이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KBS의 수신료가 국민의 혈세 아닌가. 국민의 지갑에서 나오는, 사실상 준조세다. 그러면 정말 KBS의 공공성이 강화돼서,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그 돈이 쓰여야 한다. 지금처럼 관영화된 집단에게 돈을 대줄 수는 없다. 특권집단의 이해를 반영하는 방송 만들라고 국민의 돈을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간 수신환경 개선에 적극 나섰나? 많은 국민들이 유선방송을 본다. 이런데서 할 수 있는 도리를 다 해야 한다. 다른 부분에선 어떤가. 계약직 마흔두 명이 2년째 부당해고된 채로 있다. 이들을 당장 복직시키는 것도 수신료 인상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 외에 제도적으로 정비할 것도 많다. 2TV처럼 상업적인 방송에 수신료가 쓰여선 안 된다. 1TV와 2TV의 회계를 분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프레시안 : 지난 25일 김인규 KBS 사장이 직접 자사 프로그램 <생방송 심야토론>에 출연해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강택 : 그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자신이 그 동안 얼마나 잘못해 왔는지를 진솔하게 사과하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게 기본 아닌가. 직책을 떠나서 국민 앞에 취해야 할 인간적인 도리다.

프레시안 : KBS는 다음날 <뉴스9>에서도 이날 토론내용을 보도했다. KBS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모두 편집됐다.

이강택 : 언론을 완전히 도구로 생각한다는 증거다. KBS는 민족반역자들인 백선엽, 이승만 미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는 '공영'방송 이전에 방송으로서, 언론으로서 금도를 넘은 짓이다. 특정집단의 헤게모니를 구축하는 도구로 방송이 쓰이고 있다. <생방송 심야토론>의 내용을 뉴스꼭지로 편집해 보도하는 것 역시 자사의 이해를 위해 방송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증거다.

이와 같은 시각으로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건 결국 국민에 대한 죄다. 언론의 기풍을 썩어문드러지게 만드는 짓거리다.

프레시안 : 수신료 인상을 압박하며 민주당사에서 집회를 연 KBS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이강택 위원장은 언론노조 KBS지부 소속이다)?

이강택 : 일단 부끄러웠다. 제가 몸담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저런 의식을 갖고 있다니.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 KBS 조직원들이 저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설사 수신료가 오른다손 치더라도 제대로 된 방송을 할 수 있겠나? 지금 우리 국민들은 모두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학등록금 문제로 학생들마저 거리로 나오는 상황 아닌가. 사람들이 최저임금 1000원을 더 달라고 매달리는 마당이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들이 하는 짓은 돌아보지도 않고, 이런 상황에서 저런 데모를 할 수 있나. 격하게 표현하자면 '눈앞의 이익에 미쳤다.' (KBS노조가) 미쳐서 전혀 염치를 모른다. 지금까지 KBS가 한걸 보면 오히려 '수신료 내리자'고 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이 위원장은 지난 23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날(27일)부터는 조준상 언론연대 사무총장도 단식농성에 합류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그런데 정연주 사장 재임 시절 참여정부도 수신료 인상에 나선 바 있다. 보수매체는 이 점을 들어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처럼 입장이 바뀌어도 되느냐고 따진다.

이강택 : 어떤 맥락 하에서 '수신료 인상'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는지 살펴보라. 수신료 인상 자체는 내가 앞서 말했듯 어느 정도 일반적인 문제다. 주의해야 하는 건 그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KBS가 지난 정권 하에서 공영방송으로서 완벽했느냐면, 어느 정도 문제는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과거 방송이 철저히 독재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시절에서 벗어나려 노력했고, 결과를 내기도 했다. 내부 자율성이 신장됐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보다 많이 반영했다. 언론민주화가 실질적인 진전을 맺었다. 자본의 영향력에서부터 KBS를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수신료 인상이 거론됐고, 이는 일정 정도 긍정적으로 볼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제기되는 수신료 인상은 정반대 맥락을 보인다. 이 정권 하에서 언론사에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보라. 온갖 언론인이 해고되고, 유배당하고, 그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왔다. 툭하면 불방 사태가 났고, 사회적 현안을 다루지 못하게 하는 방해가 이뤄졌다. 내부에서 징계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징계했다. 노동조합위원장까지 해고된 마당이다. 이런 마당에 (친정부 인사가 내려온) KBS의 수신료를 올리겠다니 말이 되나? 지금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 논의는, 언론을 완전히 정권의 애완견으로 만들겠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맥락이 다른데, 이를 다 무시하고 물타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 누가 반대하고 누가 찬성하는지, 어떤 논리를 내세우는지 구별해야 한다.

프레시안 : 취임 일성으로 언론 운동 역량을 통합하겠다고 했다. 언론노조위원장을 맡은지 넉달 째인데 성과가 있나?

이강택 : 지난 4월 초에 언론관련단체, 시민단체 240여 곳이 모여서 'PD수첩 사수 및 언론자유 수호 공동대책위원회(PD수첩 공대위)를 꾸렸다. 이들이 함께 싸워나간 경험이 있다. 당장 오늘도 기자회견에 여러 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한 걸음 씩은 전진하고 있다고 본다.

하반기가 되면 보다 확실한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언론운동의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때 범국민운동체제로 가야 한다. 언론운동 내부뿐만 아니라 사회운동, 노동운동, 누리꾼이 모두 결집한 상태로 갈 수 있는 단계로 진전되는 중이다. 이런 움직임이 절차 더 절실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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