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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준다던 삼성의 유혹, 뿌리치고 싸워온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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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준다던 삼성의 유혹, 뿌리치고 싸워온 6년…."

삼성 백혈병 유족 "피해자는 증거에 접근도 못하는데 증거 내놓으라니…"

☞관련 기사: 법원 "'삼성 백혈병' 산재 맞다…유해물질 지속 노출 탓"

백혈병으로 23살 난 딸을 먼저 보내야 했던 아버지는 그날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 앞에 피켓을 들고 섰다. 산업재해를 인정해 달라고 지난 4년 간 매진한 행정소송 판결을 불과 한 시간 앞둔 채였다.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이야기다.

황 씨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백혈병 치료하는 데 2년, 소송준비부터 결과까지 4년이 걸렸다"며 "하지만 이기든 지든 어느 쪽에서는 상급심에 넘길 테니,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딸이 제일 많이 생각나요. 판결을 앞두니 자꾸 떠오르네요."

ⓒ프레시안(김윤나영)
지난 6년간의 장면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고 했다. 그는 "병에 걸린 딸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 아버지로서 치료비가 없어서 쩔쩔매던 모습, 삼성에서 10억 원을 줄 테니 사회단체 사람 만나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하던 광경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23일 오전 11시 30분. 황 씨의 옆에는 2006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가 나란히 피켓을 들었다. 정 씨는 판결을 앞둔 심경을 묻자 "당사자이기에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며 "재판장 말이 떨어지기 1초 전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피해자가 증거를 찾아서 제시해야 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했다. 그는 "당사자가 과거에 일했던 걸 공장에서 다 가지고 나올 수도 없다"며 "질병에 걸린 수많은 노동자들이 바로 증거인데, 재판부는 물질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내놓으라고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황 씨 또한 "삼성은 역학조사하는 데 삼성과 공단관계자만 들어가게 했다"며 "피해자 측은 (증거에) 접근도 못한다. 사법부에서 노동자편을 들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법원 "'삼성 백혈병' 산재 맞다…유해물질 지속 노출 탓")

일인 시위를 마치고 유족들은 서울행정법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후 1시 40분에 판결이 나오자 황 씨와 정 씨의 희비가 갈렸다. 황 씨는 "유미(를 비롯한 2명)는 승리했지만 나머지 3명은 불승인됐다"며 "나머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끝내 눈물을 흘린 정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기쁨의 눈물이에요. 이것만 해도 큰 성과예요. 여태껏 싸워온 게 조금이나마 보상 받는 느낌이에요.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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