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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신기술, '표현의 자유' 향한 선제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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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신기술, '표현의 자유' 향한 선제공격"

[해외시각] 카메라 차단 기술이 독재자들의 손에 넘어간다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정치 운동의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한지 오래다. 중동 각국의 광장에 모인 청년들은 리더가 아닌 페이스북을 통해 소통하고 지구촌 먼 곳의 지지자들과 연대한다. 가혹한 시위 장면, 희생당한 이들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 단계를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돼 공분을 이끌었다.

인터넷은 오프라인 세계의 법과 규범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좀 더 확장되고, 저작권 보호는 곧잘 무시당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환영할 만한 현상이지만 비민주적인 통치체제나 기업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다. 법과 제도로 개인을 일일히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접속을 차단하거나 필터링하는 기술적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다시 인터넷 세계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히면서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일 애플이 획득한 특허 기술이 또 한 번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네티즌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기술은 공연장 등에서 적외선에 담긴 데이터로 아이폰 등에 달린 카메라를 강제로 종료할 수 있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가 보편화되면서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기업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뉴스다.

하지만 이 기술이 단순히 공연장이나 전시관에서만 구현될까? 인터넷 자유를 지지하는 모임인 '세이브 더 인터넷(savetheinternet.com)'의 활동가 티모시 카(Timothy Karr)는 지난 22일 올린 글에서 이 기술이 시민들의 정치적 운동을 촉진하는 SNS를 차단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광장에서 시민들의 카메라가 꺼지고, 다시 전통적 미디어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 다른 '변화'가 가능할까?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인터넷의 위력을 어느 나라보다 확연히 실감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해봄직한 고민이다. 글의 주요 내용을 번역해 싣는다. 편집자.(
원문 보기)

표현의 자유를 향한 애플의 선제공격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이 지난 16일 공개한 보고서는 사람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끌 때 이를 감지할 수 있는 특허 기술에 관한 것이었다.

애플은 사람들이 콘서트장에서 공연을 촬영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원격 차단 기술이 국민을 억압하는 정부의 손에 들어간다면 좀 더 사악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소통할 권리를 통제하려는 뉴미디어 기업의 권력에 대한 우려도 커져가고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독재 정권이 올해 초 애플의 기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상상해 보자. 그 경우 이집트의 보안 부대는 카이로 타르히르 광장의 시위 군중을 폭력적으로 해산시키기 전에 카메라 차단 장비를 갖다놓았을 것이다.

진압 현장을 보여주는 시위대의 영상이 차단됐다면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라는 전지구적인 항의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다. 수천 명의 인파가 중공과 북아프리카에서 휴대전화에 달린 카메라로 인권 탄압 현장을 기록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계 수백만의 사람들과 공유했다.

지난 2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009년 이란 대선 후 부정선거 반대 시위에서] '네다'라는 이란 여성이 총에 맞아 죽은 모습을 담은 영상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세계가 이란 체제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을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만약에 이란의 보안 부대가 [애플의 기술과 같은 방식을 이용해] 그 카메라를 꺼버렸다면 네다의 충격적인 죽음을 우리가 알 수 있었을까?

무법천지 소셜 미디어

문제는 미국 수정헌법 1조와 유엔 인권헌장의 19항이 휴대전화를 만들고 소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기업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표현의 자유는 실리콘 밸리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많은 정부가 적어도 법에 따라 당신이 집회에 참가하고 연설할 권리를 보장하지만, 개개인의 표현은 유튜브‧트위터‧페이스북‧플리커와 같은 플랫폼에서 더 가능해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셜 네트워크는 서비스 약관에 따라 당신의 소통을 '아무 이유 없이' 차단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때문에 플리커는 한 지역 활동가가 이집트 보안 요원의 범죄를 고발하기 위해 사진과 파일을 올렸을 때 이를 차단해 버렸다. 아마존 닷컴은 미국이 힘을 오남용한 사실이 담긴 외교전문을 위키리크스가 폭로했을 때 자신의 호스팅 플랫폼에서 위키리크스를 제외했다. 페이스북은 한 익명의 활동가가 자신과 유사한 정치 활동가들의 모임을 구축하려고 할 때 페이지를 차단했다.

하버드대 버크만 센터의 이선 주커만은 "유튜브에 정치 운동 관련 콘텐츠를 올리는 건 쇼핑몰에서 집회를 열려고 시도하는 것과 비슷하다. 유튜브는 공공 장소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관리자들이 진심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해도 그건 선의를 가진 폭군에 가깝지 정부가 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 그리스 시위대들의 손에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이들이 SNS에 올리는 영상과 사진은 정치운동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애플의 선제공격

애플이 제안한 기술은 여러 가지로 악화된 상황을 낳는다. 휴대전화 카메라 차단 장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쓰일 수 있다.

애플은 이 특허 프로그램에 대해 촬영이 금지된 공연장에서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걸 불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이미지를 수신한 당신의 전화기는 암호화된 데이터가 담긴 적외선 빔을 포함하고 있는지 판별한다. 이 데이터를 방출하는 장치는 공연장 무대에 설치되겠지만 광장이나 경찰의 헬멧에 있을 수 있다.

이 기술을 당장 이용할 수는 없겠지만 애플과 연예산업계가 무단 촬영에 대해 걱정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많은 이들이 이 기술을 중단시키라며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책임자에게 보내는 탄원서에 서명하고 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같은 스마트폰은 우리 스스로를 확장시키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단지 친구나 가족과 소통하는 도구를 넘어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기록하고, 정치적 이슈에 참여하며, 다른 이들과 규합한다. 그들은 우리 손에 미디어의 힘을 쥐여준 셈이다.

애플이 제안한 기술은 그 힘을 빼앗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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