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전 부통령은 잡지 <롤링 스톤> 최신호(24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담대한 행동'(bold action)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임 부시 행정부가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환경오염의 법적 규제 도입에 반대해 환경운동가들을 분노케 한 이후 오바마 행정부 역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다소의 진전을 이뤄낼 많은 변화를 만들어왔고, 경제 위기 등 현안이 산적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이 환경 문제에 대해 실제 행동에 나선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온난화 위기의 중요성에 대해 미국 국민들에게 설명한 적이 없다"며 "(환경 운동을) 위축시키려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과학적 근거를 지키고 국민들에게 알리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기후 변화에 관한 코펜하겐 협약을 주도하도록 하는데 앞장서왔던 그는 기고문에서 구속력 없는 협약의 한계를 지적하며 온난화를 초래하는 오염 물질 감축 목표를 약속하지 못한 오마바 행정부의 무능함을 덮으려는 '수사적 합의'에 불과하다고 깎아 내렸다.
그는 "부시 정부 말기에 다른 국가들은 기후 위기에 공격적으로 맞설 새로운 대통령을 기다렸지만 부시 시대 이후 진짜 변화는 없다는 게 명확해지고 있다"며 "코펜하겐의 의제는 '이 역사적인 돌파구를 어떻게 완성해야 하는가'에서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한 난처함을 어떻게 감춰야 하는가'로 바뀌었다"고 비꼬았다.
▲ 2009년 방한 당시 앨 고어 전 부통령. ⓒ뉴시스 |
고어 전 부통령이 이처럼 강경한 비난에 나선 이유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온난화 관련 정책에서 반대론자의 비난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온난화 문제가 대두된 이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던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화석 연료 사용 감축과 기후 친화적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정치적 저항에 밀려 오바마 대통령은 온실가스 배출에 제한을 두는 법안 제정 노력을 최근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11월에는 새 법안이 필요 없는 온난화 대책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압력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고어 전 부통령은 "오바마의 선거는 '변화할 필요가 있는 사안들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했었다"며 "어떤 것은 변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기후 정책은 후자로 밀려났다"고 평했다.
하지만 <AP> 통신은 고어의 우려와 관계없이 환경론자들이 내년 대선에서 선택지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역시 지구 온난화가 인간이 만들어낸 문제가 아니며 이에 대한 대처는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가장 큰 위험 요소 역시 환경론자들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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