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야간노동'은 발암물질이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야간노동'은 발암물질이다!"

[기고] 주·야 맞교대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2011년 5월 24일 유성기업 공장 안에서 농성하던 530여 명의 노동자들은 "주·야간 맞교대근무제를 주간 연속2교대 근무제로 전환하고, 시급제 대신 월급제를 시행하라"면서 회사 측에 대항하다가 모두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조그마한 공장에서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연행된 셈이다. 그동안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비롯해 많은 노동자가 주야 맞교대제와 야간노동을 없애고 주간 연속2교대를 시행하자고 요구하던 상태여서 이번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야간노동 철폐투쟁은 노동자들의 오랜 염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현재 전 세계 노동인구의 약 20%가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 이래 계속 24시간 맞교대제를 하던 철도노동자들은 2004년에서야 비로소 3교대제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조립공장들과 거기에 딸린 수많은 자동차 부품제조공장들, 조선업을 비롯한 많은 대규모 제조업체들에서는 아직도 주야 맞교대 근무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병원에서 간호사뿐 아니라 간병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야간노동이 증가하는 추세다.

▲ "주·야간 맞교대근무제를 주간 연속2교대 근무제로 전환하고, 시급제 대신 월급제를 시행하라"며 농성에 들어간 유성기업 노동자들. ⓒ연정

인류는 이미 야간노동과 교대제를 실시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시초 시기인 18세기경부터 교대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는 노동자들에게 인간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만들고, 신체의 재생산능력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은 잉여가치를 증대시키려는 자본의 요구에 의해 신체가 고갈되어가고 있다.

마르크스는 이미 <자본론>에서 그 시대에 밤을 새워 일하는 아동 노동자들이 빨리 늙고 수명이 짧으며 체질이 허약하고, 간장병, 류마티스, 폐렴, 폐결핵, 기관지염, 천식, 목임파선병 등에 잘 걸리며 심지어 과로노동으로 사망에 이르렀던 사건들을 기술하고 있다.

마르크스 시대에 야간노동 때문에 증가했던 여러 가지 질병들은 현대에 와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발생 질환의 종류가 증가하는 추세다. 24시간 공장 가동과 주야 연속교대제를 시행하자 교대근무 노동자들은 밤낮의 주기가 바뀐 상태에서 일하게 됐다. 밤낮의 주기가 뒤바뀌면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수면부족, 불면증 등의 수면장해질환, 암, 심혈관계질환 및 고혈압, 위장관질환, 간장질환, 내분비질환을 앓고, 종국에는 수명 단축에 이르고 있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 근무로 인한 건강장해의 가장 근본적인 기전은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에 있다. 주야맞교대제는 노동자들이 정상적으로는 잠자야 할 밤에 주기적으로 깨어 있도록, 즉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24시간 생체주기를 파괴한다. 이는 결국 24시간 생체주기의 리듬에 의해 움직이는 자율신경계기능 (교감/부교감신경계, 혈압, 심박동 수), 체온, 수면, 사이클, 정신적인 수행, 내분비와 대사적인 요소, 감정이나 분노 같은 심리적인 변화 등의 24시간 주기에 분열을 일으킨다. 이러한 분열은 마침내 여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주기의 분열로까지 이어진다.

일시적이고 단기간에 24시간 생체주기의 변화가 생겼을 때는 내부생체시계의 변화를 유발하지 않을 정도의 수면을 취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정상 리듬으로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5일 이상 지속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때는 생체리듬의 내부와 외부 구성요소들 사이에 불일치가 일어난다. 내부시계와 외부시계의 불일치상태가 인체의 불건강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일치가 단기간만 지속하면 수면장애, 수면지연 증세, 실수할 위험의 증대, 사고의 증가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가 수면주기에 영향을 미쳐 이 수면주기에 영향을 받는 여러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등 자율신경과 호르몬, 체온 내분비계 등에 악영향을 미쳐서 그들 장기에 질환을 유발한다. 예를 들면 심혈관계질환, 소화기계질환, 내분비계질환, 나쁜 임신결과 및 재생산기능의 장애뿐 아니라 유방암을 비롯한 각종 암을 유발한다. 이 모든 건강장해가 원인이 되어 종국에는 수명단축까지 오는 것이다.

실제 2002~2005년 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주야 맞교대근무 노동자들의 주간근무 때와 야간근무 때 24시간 생체주기를 측정한 결과, 주간근무 때보다 야간근무를 할 때 24시간 생체주기가 더 파괴되어 있었다. 특히 야간근무 노동자들은 야간근무가 끝난 다음 날 낮에 잠을 자야 할 때,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되어 수면-각성 주기가 깨져서 수면을 정상적으로 취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최소한의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는 발암성이다

최근에 드러난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의 가장 큰 문제는 교대제 자체가 발암성 물질이라는 것이다. 2007년 국제암기구(IARC)는 교대제와 그로 인해 생체주기가 파괴되는 현상이 발암성(IARC Group 2A)을 갖는 것으로 분류하였다. 국제암기구는 "교대제로 인하여 밤에 빛에 노출되었을 때,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되고 수면-활동 양상이 변화되어 수면 동안 분비가 증대하는 멜라토닌의 생성이 억제된다. 그러므로 암 발생 경로와 연관되어 있는 생체주기 유전자를 규제하던 작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암 발생이 증가한다"고 강조하였다. 즉, 멜라토닌은 밤에 수면 동안에 분비되는 것으로 항암작용을 한다고 알려졌는데, 밤에 빛을 비추는 것은 인체 내에 멜라토닌의 분비를 감소시켜 암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또한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는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로 인하여 24시간 생체주기의 리듬을 따르는 기관들에 이상을 일으켜 뇌심혈관계질환(돌연사, 심장마비, 고혈압, 콜레스테롤의 과도한 증가,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수면장애 및 교대부적응증후군(수면박탈, 만성피로, 각성도 감소, 집중력 감소, 생리적 리듬의 부조화로 인한 교대 시차 증후군), 소화기계질환(위염, 위궤양), 내분비계질환(당뇨병)을 발생시킨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는 임신장애 및 재생산기능의 장애를 유발한다. 여성의 재생산 사이클과 호르몬의 분비기전이 24시간 생체주기를 따르기 때문에 임신, 출산, 월경기능도 24시간 생체주기에 따라서 일어난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 근무를 하는 여성들은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됨으로써 시상하부(GnRH)-뇌하수체(LH)-난소˙생식선(estrogen)으로 연결되는 여성호르몬 분비기 전에 장애를 일으켜 재생산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야간노동을 하는 여성들은 월경주기가 파괴되며, 자연유산이 증가하고, 저체중 출산과 조산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24시간 생체주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야간노동을 하는 여성은 미숙아나 저체중아를 출산할 위험이 크다.

특히 야간근무를 하는 여성들에서 유방암 발생이 증가한다. 여성이 밤에 일하느라 인공적인 빛을 받으면, 체내에 항암작용을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됨으로써 암세포가 증식하기 때문이다. 수면박탈은 시상하부-뇌하수체 호르몬 분비양상을 비정상적으로 변형시켜서 암세포의 발생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또한 분자생물학적으로 볼 때, 24시간 생체주기의 이상이 스테로이드 호르몬 분비를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서 시계유전자 (clock gene)의 주기를 변형시켜 유방암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제로 인해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된 여성들은 월경주기의 불순, 유산과 조산, 임신불능, 유방암 등이 증가한다.

인류에게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가 없었더라면 인류의 생명은 더욱 길어졌을 것이다. 지금보다도 훨씬 더 긴 수명을 영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대제는 인체 내 24시간 생체주기를 파괴하고 생체 시간의 순서를 교란시킴으로써 이러한 생체주기의 조절을 받고 있는 각종 장기, 심혈관계, 내분비계, 소화기계, 재생산에 관련된 기관 등을 손상하며, 특히 암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각종 장기의 손상과 질환들은 총체적으로 수명단축을 유발한다.

이와 같은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해의 양상들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자동차공장의 주야맞교대 근무 노동자들에게도 나타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주야맞교대 근무 노동자들에게서 발생위험도가 높은 질환들은 암, 심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 암, 정맥질환, 위궤양, 위염 등으로 일반적으로 교대제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질환과 일치했다.

결론적으로 교대제로 인한 장시간의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를 통하여 암, 뇌심혈관계질환, 수면장애, 위장질환, 간장질환, 당뇨, 교대부적응증후군, 정신질환 등을 유발해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건강불평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생명조차 단축시키고 있다.

야간노동 철폐투쟁은 인류가 자유롭고 해방된 사회로 가기 위한 준비작업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도입된 이래, 교대제가 계속 지속하며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가계급의 이윤추구에 있다. 자본가계급이 교대제를 지속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첫째, 불변자본의 절약을 위해서이고, 둘째, 교대제로 야간노동시간을 증대시켜 절대적인 노동시간을 연장해 잉여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노동을 1일 24시간 전체에 걸쳐서 점유"하려는 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충동(衝動)"이라고 했다. 결국, 교대제는 자본가계급이 잉여노동과 잉여가치를 착취하기 위한 것에서 비롯된다.

노동자계급에 있어서 야간노동철폐투쟁을 비롯한 노동시간 단축투쟁은 정당하다. 왜냐하면 야간노동은 인간을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넘어서까지 자본가계급의 부를 생산하는 기계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극도의 황폐화 상태로 몰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단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만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자본주의라는 고질병을 완화할 따름이지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자 건강권 투쟁은 단지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찾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노동과정에서 노동자의 건강이 악화하는 근본적인 원인인 자본가계급의 노동착취를 폭로하고, 노동착취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자의 건강 악화를 막으며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 자본주의제도가 빚어낸 결과만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자 한다.

야간노동 철폐 투쟁과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단지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간노동 철폐 투쟁은 단지 야간노동 자체만을 철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노동과정에서 잉여노동착취와 사적소유를 없애고 전체 노동인구가 자유롭고 해방된 사회로 가기 위한 준비작업인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